아홉 달 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안다. 지난 9개월 동안 前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고, 선거가 치러져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동시에 어떤 이는 참척의 고통을 견디는 악몽의 아홉 달이기도 했다. 한 CU편의점에서 목숨을 잃은 편의점 야간알바노동자 유족의 사연이다.

2016년 12월 14일 새벽 3시 경, 경북 경산의 공단 가운데 위치한 CU편의점에서 일하던 알바노동자가 피살됐다. 숙취해소음료를 사다가 봉투 값 문제로 알바와 다투고 화가 난 손님이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찔렀다. 신고와 경찰 출동도 소용없이 이 알바노동자는 결국 숨을 거뒀다.

사건이 일어난 뒤 100일 동안 CU본사인 BGF리테일은 어떤 유감 표시도, 조문도, 심지어 연락조차도 하지 않았다. 사건 100일이 되는 날, 유족과 함께 대책위를 구성했다. 연간 1만 건 이상 벌어지는 편의점 범죄의 현실과 상해보험조차 없는 CU의 부실한 안전 대책을 지적하며 사과와 보상, 안전대책과 24시간 영업방침의 조정을 요구했다.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지금까지 한 번도 CU본사와 만날 수 없었다. 유족은 지금까지 CU측으로부터 한 푼의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BGF리테일에게 이 사건은 ‘제 3자가 겪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지 뭘 잘못한 일이 아니었다. 기껏 본사가 한 일은 홈페이지 팝업창으로 사과라고 주장하는 어떤 입장을 닷새간 올려두고, 보여주기 식으로 한 점포에 안전시설을 설치한 게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사건이 일어난 그 경산 편의점은 여전히 심야 영업을 한다. 여전히 안전 점검도 매뉴얼도 없었다. 유사시 탈출할 수 없는 ㄷ자 카운터 구조는 여전했다. 1만 개가 넘는 CU점포에서 일하는 알바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천태만상으로 벌어지는 편의점 범죄와 폭력은 여전히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손님이 알바에게 끓는 어묵탕을 집어던져서 3도 화상을 입은 사건이 벌어졌다.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주지 않았다고 소주병으로 머리를 얻어맞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작년 편의점에서는 266건의 강력범죄와 1,659건의 폭력범죄가 벌어졌다.
 
CU편의점 야간알바들이 시급 6,500원에 주휴수당도 받지 못한 채 온갖 위험 속에서 일하고 있는 한편,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은 작년 배당으로 127억 원을 가져갔다. 알바노동자들의 상해보험을 가입하고 전 가맹점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데 충분한 돈이 한 사람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유가족의 절규와 알바들의 안전을 외면하는 이유는 저들의 금고가 누군가의 피, 땀, 눈물 없이는 채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제 2, 제 3의 경산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책임지고 알바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