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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지역 여성, 아이들 지킴이 - 남아공의 'MeMeZa'[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 ④] '위험한 아프리카'의 인식 깨기와 약자들 위한 안전 방범 시스템
  •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 승인 2019.05.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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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 여행자가 납치되었다가 구출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관련 뉴스를 비롯해 다양한 여론이 오갔는데, 많은 이들이 지적한 부분이 '그 위험한 데를 왜 갔냐'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다년 간 생활했고,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한 쪽으로 쏠린 시선과 논의가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정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했을 때, 이번 사건이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아프리카 여행은 위험한가
이번 사건을 통해 ‘여행경보제도’가 많이 알려졌다. 외교부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반영해 여행 안전 정도를 판단하여 알리고 있다. 사건이 일어났던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이번 일을 통해 적색경보(철수권고)로 조정되긴 했지만 그 전에는 황색경보(여행자제)였다. 참고로 황색경보에 해당하는 국가 및 지역에는 필리핀이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이 있다. 사고를 당한 여행자가 여행할 당시 부르키나파소는 여행금지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지 말아야할 곳에 간 것'도 아니고 '아주 위험한 수준의 지역'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외교부 여행정보안내 페이지 갈무리 (여행경보제도 http://www.0404.go.kr/m/dev/issue_current.do)


위험한 세계, 안전지대는 없다
여행경보제도 안내를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국가와 지역이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연재해 등의 문제보다 테러나 내전 등의 상황으로 인해 위험 지역으로 구분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의 안전망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기원은 냉전 종식으로부터 시작된다. 냉전시대에 양분된 사회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관리되고 움직였다. 하지만 냉전시대가 끝난 후, 국가 간의 갈등이 아닌 민족, 종교, 패권 갈등이 시작된다. 이들은 국가의 통제에 순응하지 않으며, 독자적인 자금과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특히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이 아프리카와 중동 등 '변두리 국가'이다.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 그 어느 편에도 소속되지 않던 국가들에 내재되었던 문제들이 냉전 이후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 사라지자 드러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재난에 대한 정보와 예방법 등을 소개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http://www.safekorea.go.kr)에서는 '테러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신변 안전을 챙기는 것 외에 이를 피할 방법이 없는 걸까. 똑같은 '황색경보'여도 스페인을 여행하는 것보다 부르키나파소를 여행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이유는 '만약의 경우'가 생겼을 때 내가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작동하는가'가 개인과 사회의 피해를 줄이고 사후 처리를 얼마나 적절하게 하는가와 연결되는 법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견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여행자 뿐 아니라 자국민들에게도 안전과 보안 문제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빈곤 지역 주민들, 여성과 아이들과 같은 취약계층은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일쑤다.

안전 문제, ‘공동체의 힘’으로 해결한다
취약계층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벤처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eMeZa는 소형 보안 기기를 통해 빈곤지역 여성들과 아이들을 보호한다. MeMeZa는 줄루 민족어로 '소리치다(shout)'라는 뜻이다. 솔루션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MeMeZa는 보안기기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경찰을 연결한다. 개인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휴대하고 있는 경보기를 울리게 되면 이웃들이 그 소리를 듣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나온다. 동시에 거리에 설치된 무인카메라를 통해 범죄현장을 파악하고, 경찰에 정보가 전달되어 경찰이 출동을 하는 방식이다. 
 

(왼쪽)개인 휴대용 MeMeZa 경보기와 (오른쪽)공동체용 MeMeZa 경보기
MeMeZa의 작동 방식 (출처: innovationbridge)


기술 기반의 솔루션이지만, 동시에 안전과 보안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공동체의 안전 의식을 높이고 지역 내 기기를 관리하고 수리하는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등의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MeMeZa와 협력하여 빈곤 지역을 우선으로 점차 본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역사회의 방범과 보안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MeMeZa는 해당 기기와 네트워크를 통해 특정 지역의 성범죄를 67% 감소시킨 사례를 소개하며 2030까지 남아공 전체에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의 취약한 서비스를 기술과 공동체 간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해결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수년 안에 이 시스템이 정착하여 '아프리카' 지역이 '위험'이라는 단어로 연결되지 않도록 환경과 인식의 변화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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