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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목표요? 100% 자급자족 도시죠!"[Fan5 현장 인터뷰]' 팹시티 프로젝트' 대표 토마스 디에즈

아무나 기술장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과거에는 핸드폰이나 장난감 전기자동차 같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자가 되려면 상당기간 기술을 배워야 했지만 요즘은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기호에 맞게 스스로 제조할 수 있다. 3D 프린터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발달 덕분에 제조업 진입에 요구되는 기술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덕분이다.

컴퓨터로 캐드 작업만 하면 3D 프린터로 모형을 제작할 수 있고, 이것을 작동시키는 것도 아두이노(라즈베리파이와 함께 대표적인 오픈소스 하드웨어 중 하나) 같은 피지컬 컴퓨팅을 사용하면 손쉽게 동작을 구현하게 할 수 있다.

여기에 ‘팹랩(Fab Lab)’같은 공동 제작 실험실이 확산되니 바야흐로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팹랩 위치

팹랩이란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나 CNC 같은 개인이 마련하기 어려운 고가의 첨단 장비를 갖춰 놓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한 공용 제작소(일명 ‘메이커 스페이스’)다. 기술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팹랩에서는 워크샵을 통해 사용법도 알려준다.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는 2017년 기준으로 무려 126개.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까지 367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제작에 필요한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오픈소스)되어 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자면 제작에 필요한 설계도면과 부품 등 하드웨어에 관련된 정보와 스마트폰 동작을 위해 어떤 운영체제가 필요한지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정보가 모두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팹랩의 오프소스 정보를 참고하면 동일한 스마트폰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제조를 제외한 설계 유통 판매 관리 등도 모두 팹랩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해결이 가능해진다. 한국에서는 아직 랩만 운용하는 수준이지만 선진국에서는 랩과 근처 공장. 디자이너 등 협업자들을 연결해 제품화까지 지원하는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혁명이 불러온 '메이커 문화', 도시 문제 해결 수단으로 등장

또한 이러한 제조업 혁명이 불러온 ‘메이커(제작자)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도시문제 해결과 결합한 ‘팹시티(Fab City)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빈곤, 환경, 교통 등 모든 도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도시의 생산기능 상실에서 찾고 있다. 도시에서 직조, 농사 등 모든 생산기능은 밖으로 이동하고 도시는 오로지 소비만 하게 되면서 원거리 운송과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에 의한 환경오염, 임금착취, 빈부격차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또 심화되게 되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에 팹시티 프로젝트는 2054년까지 도시의 자급자족률을 5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5년 전 출범했다. 현재 파리 보스톤 센젠 등 세계 26개 도시는 공개 자원(오픈 리소스, Open- resource)과 공개 수단(오픈 소스, Open-source)을 이용해 동시다발적으로 자체 생산기능 회복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공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팹시티 네트워크에 가입했고, 은평구의 서울혁신파크를 ‘팹시티 실험지구’로 지정했다. 혁신파크에서도 자급자족과 도시 내 자원순환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고, 적용하고 재활용 하는 다양한 사회실험이 계속될 예정이다.

팹시티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PITO (Product In Trash Out: 도시로 물품이 들어오고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에서 ‘DIDO(Data In Data Out: 데이터가 들어오고 데이터가 나가는)’ 로 나아가는 것이다. 물건을 수출입 하기 보다는 도시의 자급자족률을 높이고 물건 제작과 관련된 데이터를 주고받는(공유)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팹시티 프로젝트는 전세계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지난 6일부터 서울혁신파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팹랩 아시아 네트워크 콘퍼런스5’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토마스 디에즈(Tomas Diez) 바르셀로나 팹시티 대표를 만났다. 프로젝트 전체 진행을 총괄하고 있는 디에즈의 눈빛은 순수했다.

토마스 디에즈 대표

-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내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자원을 무분별하게 캐 쓰고,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먼 곳에서 생산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실험이 있었다.  

단지 지금은 누구나 정보나 기술에 접근하게 쉬워져 과거부터 있었던 고민과 실험을 현실화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 하하 다시 질문하겠다. 어떻게 이런 고민에 동참하게 되었나?

무엇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가 어떻게 움직이고 구조화되어 있는지 고민했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연결 하는 것은 경제구조고,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은 물건의 생산과 폐기 (시스템)이더라. 그러다가 팹랩을 알게 됐고, 이런 생산 방식이라면 도시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한 도시계획보다 더 재밌었다. (디에즈의 전공은 도시계획이다)

도시 문제에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 

- 현재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나?

몇몇 도시에서는 잘 진행되고 있다.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진행되고 있고, 파리도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개발과 공유가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다. 디트로이트나 암스테르담 같은 몇몇 도시에서도 특정 분야 중심으로 잘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도시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도와주고 있다. 

서울 같은 큰 도시의 경우 예컨대 혁신도시처럼 몇몇 작은 구역을 지정해서 프로토 타입처럼 하나의 도시로 설정하고 테스트해야 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잘 되는 도시가 있으면 연계해서 진행하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계속해서 적용해야 한다.

팹랩이 도서관만큼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공공에 열려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 5년을 진행했는데, 지금 어떤 단계인가?

40년 장기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다. 지금은 팹랩같은 시민들의 생산수단에서, 교육을 통해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지고 있고, 도시에서 확산되다가 나중에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시작은 어떤 물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고 폐기되는지 순환 구조를 아는 것이다.

지난 6일 오전 지역의 제작 생산 생태계'(Local Production Ecosystem)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는 토마스 디에즈 대표.

디에즈는 이날 인터뷰 전 '지역의 제작 생산 생태계'(Local Production Ecosystem) 강연에서 “도시와 지방의 (생산과 소비) 시스템의 상호작용 방법을 보라. 도시에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하는 것이 원거리에서 물건이 생산되게 하고, 지방의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하며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가 된다”며 “요즘같은 급진적인 기술 융합의 시대에는 공급망과 시스템의 재구성으로 구조화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런 활동을 국가와 대기업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이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한꺼번에 바뀌지 않는다. 다각도에서 각각의 단계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나가다보면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

- 대안을 마련하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나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자고 자신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즉 예컨대 대안 신발도 나이키만큼 편해야 한다.

디자인과 미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대기업 제품만큼 편하고 품질좋은 대안제품을 많이 만들고자 한다.

- 대량생산 제품과 비교해 대안 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나?

값싼 노동력 착취를 근절하면 그 물건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물건의 진짜 가격을 생각해라. 실제 이 물건을 만드는데 필요한 노동력을 고민해야 한다.

값싼 노동력을 찾지 않고 지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유통에 드는 비용과 화석 연료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지역마다 생산 인프라를 많이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많이 만들고 있다. 지역 내에서 생산 가능한 양을 측정하고, 외부에서 가져오는 양을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에게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 교육이나 훈련도 환경을 위한 것이다. 상상할 수 있고 혁신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친환경적인 대안책을 찾을 수 있다.

교육개발 뿐 아니라 팹아카데미 이후 수강생들이 실제로 제품화 할 수 있게 인큐베이팅 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고, 민관을 연결해 주기도 하고 예산을 끌어오기도 한다.

7년의 연구 기간을 걸쳐 스마트 시티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당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

100%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도시에서 생산되고 사용되는 모든 물건이 그 도시 안에서 순환되고 재생되어야 한다. 예컨대 그냥 신발을 버려도, 그 신발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데 쓰여야 한다. 그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김지현 기자  apolloni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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