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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을 먹고 사는 사람들 - 세네갈의 '마페'[아프리카 음식 기행 ④] 땅콩은 왜 서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이 됐을까?
  •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 승인 2019.05.0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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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여행으로 제주에 갔다가 동문 시장에 들렀다. 각종 먹거리와 기념품이 즐비했는데, 그 많은 것들 중 어머니께서 집어든 것은 땅콩이었다. 처음엔 땅콩이 야물다면서 집었다가 가격을 보고 내려놓고, 맛을 보고서는 다시 집어들었다가 고민 끝에 2kg정도를 구매하셨다. 땅콩이 이렇게 비쌀 일인가, 중얼거리면서도 말이다.


우도 땅콩은 각별히 맛있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중국산 땅콩보다 알이 작지만 더 고소하고 식감도 좋다. 우도에는 특산물인 땅콩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있다. 땅콩 막걸리, 땅콩빵, 땅콩 아이스크림 등등… 이들 모두 달콤함과 고소함이 별미다. 이처럼 우리에게 땅콩은 ‘간식’의 분류에 든다. 오죽하면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강낭콩이나 메주콩은 밥상에 주식으로 오르는데 비해 땅콩은 기껏해야 반찬에 머무르는 정도다.


하지만 땅콩이 주식인 나라도 있다. 서아프리카의 세네갈, 카메룬, 말리 등지에서는 땅콩이 굉장히 흔한 식재료이며,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땅콩 스튜’이다. 땅콩 스튜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그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카메룬에서는 훈제 생선을 넣은 땅콩 스튜를 먹는데, 스튜 육수를 내는데 각종 허브 외에는 땅콩만 쓰기 때문에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카메룬의 땅콩 스튜 (출처: https://www.kewanblogs.com/recipe/groundnut-soup-recipe-peanut-soup/)


서아프리카의 땅콩 스튜 중 대표적인 요리인 ‘마페 Mafe’는 세네갈, 말리, 감비아 등지에서 먹는 음식이다. 땅콩과 토마토를 함께 쓰기 때문에 붉은 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며, 스튜에 들어가는 재료는 소고기, 닭고기, 생선 등 다양하다. 대개 아프리카 전통요리가 그렇듯, 마페도 긴 시간 동안 각 재료를 볶고 끓여내는 음식이다. 각 가정마다 고유의 레시피가 있어 그 맛을 특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땅콩 특유의 질감과 고소함 때문에 누구나 즐겨먹는 음식이며, 한국인들도 좋아할 법한 맛이다.

 

세네갈의 전통음식 마페 (출처: https://thehealthyfoodie.com/senegalese-mafe/)


서아프리카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땅콩을 주식으로 삼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땅콩은 서아프리카 지역에 자연스럽게 확산된 작물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재배된 작물이다. ‘땅콩의 수도’로도 일컬어지는 세네갈의 까올락은 식민시대에 프랑스에 의해 땅콩 생산지로 개발되었다. 이 때 까올락에서 항구 및 주요 도시를 잇는 철로가 건설되었는데, 이는 현재까지도 유일한 운송로로 이용되고 있다. 세네갈은 사막 기후의 영향으로 국토 전체를 보면 농사가 가능한 경작지가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경작지의 40% 정도에서 땅콩을 재배하고 있다. 식민지 치하의 주민들은 어떻게든 이 작물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것이 땅콩스튜 ‘마페’의 탄생 배경이다.

 

수확한 땅콩을 운송하는 사람들. 마치 땅콩산을 오르는 것 같다. (출처: https://kids.britannica.com/students/assembly/view/7342) 

땅콩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세네갈 여인들 (출처: http://africa-me.com/chinese-demand-peanuts-boosts-senegals-economy/)


땅콩은 어쩌면 좀더 나은 상황이었을 수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케냐의 커피 등은 식탁에 오르기조차 힘든 상품 작물이었다. 농사 지을 땅의 대부분을 상품 작물 농장에 빼앗기고, 자신들의 식량작물을 제대로 재배하지 못했던 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들의 전통 음식이 얼마나 악재 속에 고군분투한 결과인지 알 수 있다.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이들은 그 땅에서 그대로 땅콩을 재배하고, 커피를 재배하고, 카카오를 재배한다. 정보와 자본이 부족한 촌부들은 새로운 작물을 시도하기 보다 자신이 해오던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더이상 수탈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자본을 움직이는 선진국이 수출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하면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제국주의 종결 이후 수십년이 지났지만 식민지의 산업과, 구조와, 삶을 바꿔버린 시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제국주의 종결 이후 수십년이 지났지만 식민지의 산업을 바꾸고 구조를 바꾸고 삶을 바꿔버린 시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 연장선에 살고 있다. 적어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땅콩을 ‘심심풀이’로 여길 수 없는 이유다. 여기, 땅콩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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