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그 이후(1) 현장 구호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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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 그 이후(1) 현장 구호를 마무리하며
[에이팟코리아 이동환 재난 매니저의 강원 지역 산불 복구 일지]
  • 2019.05.02 14:58
  • by 이동환 에이팟코리아 재난 매니저

전 국민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강원 지역 산불 피해 구호활동이 수습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동해안 일대를 휩쓸고 간 강원 산불의 피해는 재난 수준이었습니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사망자 2명, 부상자 1명을 비롯 4개 시·군에 566세대 128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산림 2832ha가 불탔습니다. 총 피해 집계액은 1291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 재난구호 플랫폼 에이팟코리아(A-PAD Korea)도 지속적으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5월 1일까지는 현장에서, 그 이후로는 출장을 통해 심리치료를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산불 피해를 온전하게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됩니다. 길고 지난한 길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에이팟코리아는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재건 활동을 펼친다고 합니다. 이에 라이프인은 산불 그 이후 에이팟코리아의 구호작업을 이동환 활동가의 일지를 통해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재민들의 회복 과정을 멀리서나마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 이재민이 불타버린 집을 둘러보며 망연자실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부모님 사진, 돌아가신 할아버지 사진, 애들 클 때 사진들 넣어 놓은 앨범, 모든게 탔어"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서 이재민 분들은 심리적 불안감과 허전함, 허탈감, 무력감을 호소하셨다.

특히 집은 또 지으면 되고, 가전제품은 다시 사면 되지만 지금까지 집에 살면서 쌓은 추억들이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었다는 것에 이재민 분들은 눈물을 보였다.

15년 전에 아들을 잃은 한 이재민은 죽은 아들 사진이 다 타서 그리울 때마다 보던 아들 얼굴을 이제 못 본다며 오열했습니다.

에이팟코리아는 지난달 4일 산불이 발생한 다음날인 5일부터 현장에서 긴급지원에 나섰다.

재난이 발생하면 지금 꼭, 당장 필요한 물품부터 지원에 들어간다.

정부로 들어오는 긴급구호물품들이 이재민들에게 전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들어온 구호물품들을 정리하고 공평히 배분하기까지 준비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대피소에서 필요한 물품들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산불이 발생한 지 이틀뒤인 지난달 6일 긴급 구호물자를 나르고 있는 에이팟 활동가.

에이팟코리아가 고성군 7개 마을회관 대피소에서 이재민을 상대로 수요조사를 한 뒤 긴급하게 지원한 물품들을 보면 이재민들이 당장 필요한 물품들이 무엇인지 양상이 보인다.

6일 : 옷(상/하의), 양말, 속옷, 세제, 섬유유연제, 휴지, 물티슈, 크리넥스, 비상약(파스,소화제,비타민 등), 빨래건조대, 일회용 식기, 젓가락, 숟가락

7일 : 학생들 가방, 학용품

8일 : 반찬통, 몸빼바지

9일 : 여성 속옷 추가, 신발

10일 : 장화

대피 첫날을 보내고 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제공되면 이재민 분들은 그 다음으로 급한 것들을 요청하셨다.

3일 정도 지나니 슬리퍼나 급하게 신고 나온 신발 이외에 없는 분들이 신발을 요청하셨다. 그런데 신기하게 다른 마을 분들도 같은 날 신발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셨다고 한다.

신발을 제공하고 나니 농사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장화를 요청했다.

▲ 심리지원의 필요성

이재민분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서러움에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한 분이 울면 연쇄적으로 모든 분들이 울게 되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분들을 매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드리면서 심리치료에 중요성을 느꼈다.

하루종일 마을회관에 계시면서 말씀이 없어지고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계신다.

이에 '아트온어스'라는 단체와 미술을 이용한 심리치료에 나섰다. 같이 뜨개질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매개체를 가지고 마음을 안정을 찾는 것이다.

▲ 대피소의 규칙

마을회관 단위의 대피소 생활에는 규칙이 필요하다. 들어오는 물품에 대한 배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피소 리더가 신뢰를 잃게 되면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7개 마을회관 대피소에는 이장님을 중심으로 부녀회장, 그리고 2명씩 배치된 고성군 공무원들이 정말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 본인들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인데, 큰 재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복구가 장기화되면서 주축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지치게 되면 큰 낭패다. 이번 재난은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 쉽지 않다.

하지만 각 마을회관마다 나름의 규칙을 만들고 지내고 계신다.

먼저 콘도나 리조트로 대피한 마을 주민들까지 빠트리지 않고 챙기면서 서운함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 칭찬합니다.

현장에 있으면서 칭찬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 먼저, 어르신 목욕지원서비스다. 

속초, 고성 지역은 관광지이기 때문에 많은 숙박시설들이 있다.

이번에 임시숙소로 지원한 곳이 각 지자체 및 기업의 연수까지 11곳이다. 그리고 한화, 대명 등 큰 리조트들에 있는 사우나 시설에서 무료로 목욕 티켓을 만들어 이재민들에게 배포한다.

그리고 목욕을 하실 수 있게 고성농협에서 희망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3일에 한번씩 어르신들은 목욕을 가신다.

이것이 유일한 외출인 것이다. 그래도 3일에 한번씩 바람을 쐬고 목욕을 하는 것이 어르신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있다. <1회 끝>

■ 에이팟코리아(A-PAD Korea) 
에이팟코리아 매니저들은 전세계 재난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이번 강원도 산불이 한국에서의 첫 현장입니다. 현장에 도착하고 지원을 시작하면서 열성적인 공무원들에게 감동했습니다.

에이팟코리아는 아시아재난대응플랫폼 A-PAD (에이팟) : Asia Pacific Alliance for Disaster  Management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협회)의 한국지부입니다.

에이팟은 국가와 조직을 넘어 언제든 협력가능한 재난대응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아시아 6개국 ,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일본, 스리랑카가 회원국입니다.

■ 저자 이동환 
저는 사진과 영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사람으로 지금은 사회혁신을 목표로 달리는 사람들을 기록 중입니다.

■ 강원도 산불피해 이재민 후원 계좌 안내
기업은행 038-142067-01-057(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한국협회) 입니다.
문의는 apadmkorea@gmail.com (010-6877-9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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