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외교부 장관은 제대로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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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외교부 장관은 제대로 알고 있나?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외교부 장관 면담 요청 서한 전달
  • 2019.04.26 23:08
  • by 공정경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이 외교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2년이 지났고 심해수색이 중단 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외교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협의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10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정문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 규명과 유해수습 촉구 시민사회노동단체 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재난 참사 · 산재 피해 유가족, 해외 단체, 인권 단체, 종교계 등 96개 단체가 참여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3월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지난 2월21일 침몰 2년 만에 어렵게 심해수색이 시작됐지만 원래 수색 기간인 25일 내외를 채우지 못하고 9일 만에 중단됐다. 심해수색의 목적은 실종자 생사 확인과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이다. 심해수색 업체인 오션 인피니티는 기본과업 8가지 중 4가지만 이행했고 수색 중 발견된 사람의 뼛조각도 수습하지 않았다. 계약 내용에 '유해수습은 없다'는 이유였다.

또 수색 3일 만에 찾은 블랙박스는 메모리칩에 크랙이 있어 제대로 복구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스텔라데이지호 선체가 72조각으로 부서져 심해 3500m에 침몰해 있다는 사실뿐이다.

대책위는 "외교부 공무원들은 수색 중 유해발견 가능성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업체와의 계약 내용에 유해수습에 관해 아무런 반영을 하지 않았다. 유해발견 가능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계약에 반영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외교부 공무원은 가족들이 유해수습을 요구하지 않아 계약서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한다"고 답답해했다.

누가 봐도 사람의 뼛조각인데 물건이라고?

실종자 가족은 심해수색 업체선정 전인 지난해 8월부터 '제안서평가위원으로 참여하게 해달라, 협상과정에 참여하게 해달라, 계약하기 전 그 내용을 공유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했다. 오션 인피니티사와 계약한 후에도 계약내용을 공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고 정보공개도 청구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영업상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심해수색 당시에도 대책위는 주무부처인 외교부 담당자가 수색선에 승선해 용역수행을 관리감독 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외교부 공무원들은 관리감독하지 않았고, 그 결과 9일 만에 수색중단과 미완의 과업들만 남았다.

허경주 대책위 공동대표는 "가족들이 유해수습을 요청하지 않아서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세금 48억원을 투입한 국가계약을 부실하게 체결한 책임을 면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수색과정 중 발견된 사람의 뼛조각도 계속 '유해 추정 물체'라고 표현한다. 내 동생의 유해일 수도 있다. 누가 봐도 사람의 뼛조각인데 어떻게 '물건'라고 표현할 수 있느냐. 길가다가 사람의 뼈를 발견하면 내가 전혀 상관없을지라도 수습해주는 게 사람의 도리다. 그런데 외교부 공무원은 수습을 안했다. 자기 가족이 실종됐으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유해수습을 촉구했다.

가해자에게 선의로 수색비용 내라고? 선사 폴라리스 쉬핑에 구상권 청구하는 절차로 진행해야

허 대표는 "외교부는 "앞으로 모든 배가 침몰할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사고원인을 밝혀줘야 하냐"며 제대로 된 선례 만들기를 두려워한다. 이번에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끝가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구상권을 청구해 잘못한 기업은 끝까지 국가가 책임을 추궁한다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외교부는 아직도 이상한 선례만 만들려고 한다. 외교부 공무원이 폴라리스 쉬핑에 선의로 수색 비용을 내라고 했다고 한다. 선사는 이번 사고의 최종책임을 져야 한다. 폴라리스 쉬핑은 가해자다. 가해자 돈으로 수색을 하면 사고원인이 명백하게 규명될 수 있을까? 그뿐만 아니라 선사가 돈 몇 푼 내면 아무리 큰 잘못을 했더라도 그 돈으로 잘못을 무마시키는 꼴이다. 가족들은 어이가 없다. 외교부는 좋은 선례를 만들기는커녕 선사에 돈을 내게 해서 사고를 대충 무마하고 덮어버리려고 한다. 더 이상 이런 행태를 참을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정확한 정보전달과 가족의 생사 확인이다. 유해라도 수습해야 한이라도 풀지 않겠나. 정부는 제발 피해자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 2년이 지났다. 진상조사도 해야 하는데 시신조차 수습되지 않았다. 눈앞에 유해가 보이는데 왜 수습조차 하지 않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외교부는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사고가 나면 나라에서 책임지고 진상을 규명하고 잘잘못을 따져서 처벌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유가족이 나서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는 게 참으로 암담하다. 외교부는 빨리 유해를 수습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가족들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잘못한 기업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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