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제주 이야기] 우리가 잘 모르는 해녀에 관한 3가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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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제주 이야기] 우리가 잘 모르는 해녀에 관한 3가지 사실
  • 2019.04.26 11:30
  • by 최윤정

제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자연으로는 한라산과 바다, 대표산물은 귤, 주요활동으로는 제주 올레 걷기, 이미지는 청정함, 사람으로는 해녀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그 중 해녀는, 오로지 자가 호흡으로 바다 속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직업이다. 2018년 말 기준, 제주도 내 3962명이 있다. 신규 유입 인력이 현저히 적은 직군 인데다 정년으로 인한 강제 은퇴가 없기에 현재 70대 해녀가 1689명으로 가장 많고 전체 중 42.6%를 차지한다. 60대 해녀는 1175명으로 29.6%를 차지하며 이로써 6,70대 해녀가 72.2%이다. 80세 이상 해녀도 676명으로 50대 해녀 359명보다 많다. 하여, 현재 해녀의 이미지는 해녀 할망이다.

 

#1 해녀경제

제주에 살기 전에는 해녀를 관광 이미지와 독특한 문화 정도로 이해했다.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가거나, 바다에 테왁(부력도구)과 함께 머리만 동동 떠있는 모습이거나, 소라가 가득 담긴 망사리(보관그물)를 들고 첨벙첨벙 걸어 나오는 검은 잠수복의 해녀 말이다. 그녀들의 숨비소리, 노래, 협동작업, 살림에 기여한 이야기들을 주로 들었다. 하지만, 해녀는 제주의 경제가 해녀경제에서 감귤경제로, 감귤경제에서 관광경제로 이어졌다고 일컬어질 만큼, 한 시절 제주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핵심축이었다. 심지어 19세기 말부터는 부산, 울산 등 경삼남도 지방으로 진출하여 길게는 1년씩 이주노동을 하였다. 이를 출가물질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자원 수탈이 심해지면서 제주에서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지자 일본 관동지방, 중국 다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출가물질을 나가 돈을 벌어 제주로 송금을 했고 이는 기록으로도 상당히 많은 돈이었다고 한다.

 

해녀들은 혼자서 일하지 않는다. 언제나 함께 물에 든다.

 

#2 다양한 해녀의 이야기 중 고무잠수복의 양면성

고무잠수복은 처음에는 모두 검정색이었다가 해상사고 발생시 보다 잘 발견되도록 오렌지색을 넣어 제작되고 있다. 고무잠수복 보급 이전에는 무명옷인 ‘물소중이’를 입고 물질을 했다. 무명옷으로 몸은 가릴 수 있었으나 방한에는 무방비이니 바다 속 작업 시간에 제한이 많았다. 긴팔로 된 고무잠수복은 우선 부력이 좋고 날카로운 바위로부터 보호도 되었다. 무엇보다 보온성이 좋아 겨울철 물질시간을 상당히 늘려주었다. 그러나, 무명옷 물소중이를 입고 작업할 때는 추위 때문에 자주 휴식을 해야 했던 반면, 고무잠수복은 물 속에 더 깊이, 더 오래 작업할 수 있게 하면서 오히려 두통, 어지럼증, 난청을 동반한 잠수병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울퉁불퉁한 돌들을 걸어 바다에 드는 해녀의 모습.

 

#3 의외로 선진적인 해녀 직업문화

해녀는 마을 어장에서 작업해야 하고 물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여러 명이 함께 일한다. 늘 함께 작업을 하지만 정확한 능력제이다. 본인의 물질 능력에 따라 소득이 달라진다. 소득뿐 아니라 직위 또한 그러하다. 해녀들은 물질 기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눠 바다에서 활동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하군이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상군이지 않다. 경험이 많은 해녀일수록 상군이 되기에 유리하지만 물질과 채취 실력에 따라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해녀들의 최고 리더격인 대상군은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전체 해녀들을 고루 품는, 그야말로 지덕체 리더여야 한다. 그래야 서로 마음이 상해서 물 속에서 배타적으로 굴거나 위험에서 서로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해녀들이 불을 쬐며 준비하고 휴식하는 자리인 불턱은 바다 정보, 작업 지침, 집안/마을 대소사까지 두루 이야기를 나누는 원탁회의 장소였다. 불턱에서 나눈 교감과 공동 작업 과정은 무심한 듯 보여도 서로를 살피고 돕게 한다. 신입 해녀의 헐렁한 망사리를 선배 해녀들이 전복이나 소라를 하나씩 십시일반 채워주는 관례도 있다. 할망들만 채집할 수 있는 물살이 세지 않은 수심 낮은 ‘할망바당’ 사례도 있다. 긍정적인 공동체성, 정확한 능력제, 공동체 일원들을 살펴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해녀들의 직업문화, 알면 알수록 새롭다.

 

1900년대부터 제주를 지키고 일으키고 자식들을 교육시켜낸 한 시대의 경제주체였던 해녀. 그 우수한 기량과 바다 운영의 노하우로 일찍이 출가물질을 강행하고 돈을 벌어 제주로 송금했다. 해녀 문화는 직업이 갖춰야 할 미덕을 꽤 갖췄다. 다만 업의 환경이 급변했고, 업의 수요, 경제성, 필요성이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해녀의 직업 철학은 자연 속에서 자연을 지키며 아끼며 순응하며 일하는 것이다. 몸은 고되고 마음은 불구덩이였지만 바다는 그런 자신들을 품어주었다고 증언한다. 집을 나와 바다에 들었을 때 비로소 숨을 쉴 것 같았다는 해녀들, 바다는 그녀들의 숨을 바투 만드는 생존일터이면서도 숨을 탁 트이게 해주는 해방구였다. 해녀는 제주의 경제이자, 제주의 다양한 이야기이자, 제주의 자연인 듯 하다.

 

과거 제주의 여자 어린이는 10살쯤 되면 작은 테왁을 선물받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해녀와 한 몸인 테왁을 걸어둔 해녀 작업장.

 

 

최윤정
제주에서 1년간 집중적으로 올레길과 오름으로 소일을 했다. 많이 걷고 많이 오르면 몸과 마음의 군살과 기름기가 쏙 빠져 가뿐하고 담백한 삶을 영위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다. 지금은 아예 제주로 입도하여 일하며 놀며 제멋대로 산지 3년 차에 접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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