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시재생, 이제 높이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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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시재생, 이제 높이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인터뷰] 이재준 고양시장...회복과 반성의 관점으로 도시 바라봐야
  • 2019.04.26 09:44
  • by 공정경 기자

"100년 후 대한민국 수도권은 40층 아파트로 빼곡할 것이다. 그렇게 지었을 때 그다음 50년 후, 그 아파트에 아무도 살 수 없을 때, 어디에 가서 살 것이며 그 버려진 도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홍콩 침사추이에는 60년 넘은 60층 이상의 아파트가 많다. 아파트가 심각하게 노후 됐지만, 재건축은 꿈도 못 꾼다. 아파트가 노후하면서 그 자리는 도시빈민층으로 채워졌다.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그 많은 사람을 어디로 이주시킬 것이며 그 비용은 누가 댈 것인가의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 높이가 도시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높은 아파트가 마냥 좋은 것일까?

이재준 고양시장에게 도시재생의 어려움을 묻자 '높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도시재생지에서도 사업의 수익성을 위해 고층으로 지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고양시에는 5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이 있다. 지난해 주교, 화전, 삼송, 일산2동에 이어 올 상반기에 능곡지역이 선정됐다.
 

지난 16일 라이프인은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이재준 고양시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높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미래세대 맞이할 관점으로 도시 바라봐야

"높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층수까지 지어야 땅값 인상분과 건물 가격 하락도가 맞아 들어가는가? 지금은 저층주거지로 개발된 지역이기에 도시재생이 가능하다. 지금 만약 저층주거지를 15층으로 올린다면 영구적으로 도시재생이 가능할까? 저층주거지를 25층, 30층으로 올렸다 치자. 35년 지나서 땅값이 올랐다 하더라도 헐고 다시 지어야 할 때 사업자가 나타날까? 층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비용 문제로 재건축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지금 하는 도시재생이 다음에도 (도시재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비용분담을 적게 하기 위해서 층수를 올리는 도시재생은 문제가 있다."

이 시장은 도시재생이나 뉴타운을 철학적으로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원도심이 노후해지면 그 지역을 당대가 비용을 들여 다시 고쳐 살기보다 미래세대가 살아갈 땅에 손쉽게 건물을 짓고 신규택지를 개발했다. 이런 방식은 미래세대를 위해 맞지 않는 방식이다.

"앞으로 100년, 500년 살아갈 후대를 맞이할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봐야 한다. 유럽의 도시들은 100년, 200년 전에 지은 높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시 헐고 지어도 30층, 50층으로 높이지 않는다. 높이도 그대로 형태도 주변과 어울리게 짓는다. 신규택지를 개발해서 남는 이익을 원도심 도시재생에 투자해줘야 한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원도심을 재생하는 것이 올바른 토지활용 방법이다."

고양시는 도시의 49%가 30년 이상 된 구도심이다. 그리고 1기 신도시인 일산신도시는 30년이 되어간다. 도시재생을 안하면 안 되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고양시는 도시재생을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눴다. 뉴딜사업지역, 뉴딜사업 외 지역, 신도시지역이다. 공식적으로 지자체가 분담해야 할 700~800억원 외에 도시재생사업추진을 위해 매년 재산세 도시지역분의 10%(약 80억원)를 도시재생특별회계 세입으로 확보하고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도 매년 적립해 노후 된 도시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도시재생을 하려면 최소 7~8년이라는 호흡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도시재생 선정지에 주어진 시간은 3~4년뿐이다. 짧은 사업기간 안에 무언가 성과를 내야 하는데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국공유지 매입절차 단축 필요...시민인식 변해야 도시재생 성공...도시재생 기록관리 조례 준비

고양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하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대표적 문제점을 국유지 매입 관련이라고 말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핵심 앵커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유휴 국유지 매입이 필수사항이 됐다. 그러나 국유지 매각에 소극적이거나 매각절차가 진행되더라도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역주민, 지역의원, 지자체 간의 협치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지만, 국가차원에서 뉴딜사업을 위한 국공유지 매입절차 단축이 필요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뉴딜사업을 위한 국유지 매각은 매각을 의무화하고 기재부 승인절차를 제외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또한 아직도 많은 주민이 도시재생사업을 뉴타운 사업이나 재개발사업과 비슷한 사업으로 생각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면 개인 자산에 많은 혜택을 보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향이 강한 지역은 주민 의견충돌이 심해 기간 내에 사업 완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복원하지 못하고 주민 간의 불신만 높아진다.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되기 전부터 주민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높이 제한을 두고 싶어도 땅 주인이 40층을 짓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줘야 한다. 지속적으로 재생 가능하고 살기 편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된 곳이 많은듯하지만 전국토로 보면 극히 일부다. 도시재생 선도지역은 주변지역의 모델로 도시재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다. 주택 정비사업을 할 때 내가 사는 집이니까 부분적으로 수리비를 낸다고 생각하면 도시재생은 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내 돈은 안 들이고 남이 다 내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주민교육뿐 아니라 도시재생 과정에서 주민들이 논의한 모든 사항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관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래서 고양시는 '(가칭)도시재생 기록관리에 관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효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지금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지만 이전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 결정을 한 게 아니다. 이 생각도 해보고 저 생각도 해봤지만 우리는 이렇게 갔어, 라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 중요하다. 이런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 무엇보다 훌륭한 자료가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과 함께하는 노인암환자 낙상예방 사업...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상설 판매장 확대

올 4월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개발 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 사업' 공모에 저소득 노인암환자를 위한 '고양 실버 해피 케어'가 최종 선정됐다. 고양 실버 해피 케어는 지난해부터 국립암센터와 고양시 5개 사회적기업이 협력해 추진한 사업이다. 참여하는 사회적기업은 대창, 오리브엔제펫토, 그린피플, 해피에이징, 위드메이드이다.

노인암환자는 골다공증이 심하고, 낙상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마취 부작용이 높아져 항암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위험에도 낙상 골절이 보호자의 몫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고양 실버 해피 케어는 사망까지 불러오는 낙상을 사회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국립암센터를 이용하는 저소득 노인암환자 중 낙상 고위험 대상에게 이송(동행) 서비스 제공, 노인암환자 주거시설에 낙상방지 설비 구축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낙상 예방이 노인의료비 절감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높게 인정받아 이번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고양시에는 암환자와 관련해서 눈여겨볼 사회적경제조직이 또 있다. 유방암 환자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바디용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모여 암환자를 위한 사회적경제조직을 결성했다. 고양시는 지난해 8월 국립암센터와 사회적경제활성화 및 암환자 대상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을 맺었다.
 

 
"전국의 암환자들이 국립암센터에 온다. 환자들은 하루 치료받으려고 2~3일씩 시간을 내서 오는데, 숙소도 비싸고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립암센터에 방문하는 환자들이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암을 극복한 분들이 여러 가지 안내와 올바른 정보 공유, 빈집 알선 등을 한다. 사실 암은 완치됐지만, 치료과정에서 이혼하거나 실직한 분들이 많다. 다시 직장을 잡으려고 해도 회사에서 잘 받아주지를 않는다. 또 아플까봐...비슷한 아픔을 가진 분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공동체를 이루셨다."

이 시장은 커뮤니티케어도 주민들의 마음이 얼마만큼 열려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에 있는 환자들이나 노약자에 대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얼마만큼 배려할 수 있느냐? 이런 마음은 사회주택과도 연결된다. 고양시가 30억원을 들여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사회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근주민들의 반대와 이념논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좋은 공유경제 모델이라도 '사회'자만 붙으면 사회주의로 몰려 발목이 잡히는 현실이다.

고양시 사회적경제기업은 2012년 40개에서 2019년 현재 200여개로 크게 증가했다. 2019년에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개척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사고 싶어도 주변에서 쉽게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이 시민들과 더 가까워지도록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일산벨라시타,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온라인 등에 상설 판매장을 확대하고 소규모로 제작되는 수제품 판매 활성화를 위해 '수제품 판매촉진지원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이 시장은 마무리 말로 회복과 반성, 도시의 품격을 이야기했다.

"사회경제구조도, 도시도 '회복과 반성'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약도 먹으며 생명을 연장하듯,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를 살릴 생각은 안 하고 40살 먹었으니까, 늙어서 치료비가 많이 드니까 죽여. 여기 죽이고서 저기에 다시 한 살짜리 도시 만들고... 매번 이런 과오를 되풀이했다. 새 아파트, 높은 아파트가 많다고 도시의 품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태계도 한 살부터 80세 어르신이 함께해야 하나의 어우러짐이 이루어지듯, 도시도 오래된 문화와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야 품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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