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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됐던 폐공장, 도시재생과 주민 산업의 연결고리 되다[1회 도시재생 산업박람회 현장 스케치] 나흘간 7만명 방문...전국 지자체·기업·주민 모여 벤치마킹 및 정보 교류

70년대에 세워진 인천항 제8부두의 오래되고 낡은 폐곡물창고. 축구장 4개 크기(길이 270m, 폭 45m, 넓이 1만2150㎡)로 기둥과 내벽이 없는 단일 창고로 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 전국 재생사업 추진기관, 도시재생활동가(활동가), 기업, 각 지역 주민들이 모여 도시재생에 대한 경험과 관심정보를 알리고 공유하는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인천항 8부두 곡물창고. 이 곡물창고는 박람회가 끝나면 상상플랫폼으로 리모델링 될 예정이다. 이곳은 다양한 행사와 전시가 가능한 다목적 복합 공간과 엔터테인먼트 시설, 최첨단 극장 등으로 변모하게 된다. 특히 4DX의 모션·환경 효과와 차세대 영화관인 스크린X의 시각적 몰입감을 결합한 기술 융합 특별관 ‘4DX with 스크린X’가 세계 최초로 들어설 예정이다. 또 청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설계할 수 있는 창작 공간과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방문해 이용할 수 있는 어반스퀘어(가칭) 등 휴식 공간이 만들어지고, 파티셰가 있는 베이커리 카페와 야외 바 등 다채로운 공간도 조성된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인천항 제8부두에서 제1회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개최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136기관, 공공기관 21기관, 민간기업 31개사, 도시재생센터와 도시재생활동가 단체 29기관, 마켓존 44개사가 참여해 600개의 부스를 가득 채웠다.

행사 메인무대와 2개의 세미나실에서는 4일 내내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컨퍼런스, 세미나, 수상식 등이 계속됐다. 각 지자체 부스와 도시재생 활동가존에서는 각 지역의 도시재생 진행사항과 성과, 재생 아이디어 등이 소개되는 가운데 관람객뿐 아니라 행사 참가자들도 관람객 못지않게 부지런히 세미나실과 다른 지역 부스들을 찾아다니며 묻고 답하고 체험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VR체험공간, 추억의 광장, 로봇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펼쳐져 아이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부모들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고, 추산 방문객이 7만 여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공간이 넓어 관람에는 지장이 없었다.

추억의 광장

하지만 모범 사례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자치구의 부스에는 관람객들과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시흥시 부스는 2010년부터 일찍이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주민공동체 중심의 재생을 추진해 온 곳답게 마을 카페와 마을회관에서 직접 가져온 사진액자와 의자 테이블로 꾸며져 있었다.

시흥시 부스.

시흥시 도시재생과의 공덕기 주무관은 도일시장 정비사업의 성공비결로 "10년간 도시재생업무를 맡았다. 사업 초창기 주민들을 설득하고 민관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담당자가 바뀌지 않고 일관되게 설득해 나갔던 것이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었던 것 같다"며 일관된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로 '도시재생 산업박람회' 공모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세종시는 부스 제작을 아예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맡았다. 목공 수업을 함께 받은 주민들이 일주일 전부터 박람회장을 찾아 테이블과 벽 등 모두를 만들었고, 박람회 이후 수거해 마을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시 부스.

뿐만 아니라 파란 피케티셔츠를 입은 세종시 도시재생 청년 서포터즈 40여명은 폐막식에 참석해 세종시가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순간 시상식장을 파랗게 물들였다.

세종시 김동호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활발한 주민활동의 비결로 주민재생대학을 꼽으며 "학교에 사람을 모아놓고 도시재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동네로 찾아가 동네 사람들끼리 어울려 노는 마을살이 문화를 되살리는 것을 도와주는 것 뿐이다. 함께 막걸리 마시고 놀다보면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점을 스스로 찾고 해결방안도 스스로 만들어낸다"며 "어느새 11회차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50명으로 출발했는데 이제는 400명씩 온다"고 자랑했다.

부산도 2010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일찍이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산복도로 인근의 호천마을은 드라마 '쌈 마이웨이'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 현장. 호천마을이 배경이다.

부산의 호천문화플랫폼 대표 호천마을 강재성 주민협의회 회장은 "호천마을은 부산 진구 범천 2동에 있는 39개 통 중 4개를 지칭한다.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마을 네이밍 갖는 것은 흔치 않다. 그런데 우리는 감천문화마을 흰여울문화마을 등 마을이 여럿 있다"며 "사업이 끝나고 주민들 일부는 사라졌지만 일부는 남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나춘선 센터장은 "기획을 철저하게 하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 담당 공무원만 모아 놓고 도시재생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생담당 공무원과 중간지원조직 담당자들 그리고 관련부처 연계사업 진행자들을 모두 모아서 팀을 조직한 뒤 과제를 주고 현장으로 보내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그 팀 그대로 주민들과 활동하게 해야 한다. 주민들이 지역에 숨어있는 자원을 찾고 기록하고 작은 사업을 구상하는 것을 도와주다보면 주민들 역량이 큰다. 거기까지가 3년에서 5년 걸린다"며 "2년까지는 진행 사항이 눈에 안 보인다"며 긴 호흡으로 재생 사업을 바라봐줄 것을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지역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다. 주민 43명이 3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출자해 만든 전국 1호 지역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인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으로 주목받았다.

서울시 종로구 창신·숭인 일대는 1970년대 후반 청계천 주변의 봉제공장들이 대거 이동하며 동대문 평화시장의 배후생산지로 자리 잡은 지역이다. 우리나라 의류산업의 발전을 이끈 이 지역은 봉제거리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종로구는 부스 한켠에도 재봉틀과 봉제기구를 갖다 놓고 명함지갑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오른쪽 사진은 관람객이 명함지갑을 만들고 있는 모습.

김규동 도시재생 협동조합 기획운영팀장은 "CRC(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가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생가 터에 지은 백남준 기념관 카페 등의 공공이용시설의 운영·관리, 지역 답사 프로그램 운영, 마을계획 수립 등을 맡았다.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마을 기금으로 적립해 뒀다가 지역 복지사업을 위해 사용하거나 새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아직 수익금은 크지 않다. 하지만 작게나마 주민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8부두가 위치한 인천 중구의 도시항만재생과 최정현 도시재생팀장은 "도시 개발은 3년이면 가능하다. 그런데 도시재생은 주민들 의식구조를 바꾸는 데만 5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사업의 성격상 빨리 진행해서도 안 된다. 도시재생은 눈에 크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주 조그만 것부터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게 해야 한다. 우리 현실과 안 맞는 유럽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도 문제다. 우리식으로 천천히 진행해 나갈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 시행 이전에 도시 재생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도시재생 활동가존에는 도시재생청년네트워크, (사)도시재생활동가네크워크, (사)도시재생협치포럼, (주)아트뮤직프로젝트가 참여해 도시재생에 관한 실전 경험들을 풀어놓았다.

마켓존

인천의 '개항로 프로젝트'를 주도한 공간기획자이자 '개항로 이웃사람'의 대표인 이창길씨는 "지자체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우리끼리 우리 힘으로 거리를 살려냈다"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개항로 이웃사람'은 이번 도시재생산업박람회에서 민간단체로는 유일하게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기업들도 분주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업체까지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기업인 Berio Culture Travel은 '조각을 건축으로'라는 컨셉으로 프랑스 조각의 거장 사샤 소스노(Sacha Sosno)의 조각을 선보일 장소를 찾고 있었다.

Berio Culture Project 부스(왼쪽 사진). 오른쪽은 소스노의 조각과 결합된 건물.

Berio Culture Travel의 배리호 디렉터는 "건물이 곧 조각이고 조각이 건물인 건축물을 짓고자 한다. Sosno project는 문화와 이야기가 결합된 공간이 있는 지자체의 연락을 기다린다"며 웃었다.

김지현 기자  apolloni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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