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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장난감 사용해야 진짜 재활용 교육이죠"[재활용 체험교육 프로그램 '쓸모' 운영하는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 인터뷰]

현재 대부분의 국내 체험학습 업체들의 상황은 열악하기 짝이없다. 국내 체험학습 시장의 규모는 1조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고, 종사하는 체험학습 강사들도 수만 명에 이르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업체로 종사원들의 처우나 환경은 좋지 않은 실정이다.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체험학습업체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등 경쟁은 치열하지만 체험학습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모방이 쉽다 보니 힘들여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타 업체들이 순식간에 모방하는 등 차별화가 쉽지 않다.

그런데 버려진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1억 가까운 매출을 올린 업체가 있다. 대체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장난감학교 ‘쓸모’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금자동이’의 박준성 대표를 만나 보았다. 20년 전 장난감 재활용 업체로 출발한 ‘금자동이’는 10년 전 장난감 학교 ‘쓸모’를 오픈했고 2년 전에는 ‘모두의 샾’이라는 위탁판매사업도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재활용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으로 이윤을 내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에 기여하고 있는 ‘쓸모’처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사업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기업을 뜻한다.

사회적 기업 '금자동이' 박준성 대표.

- 버려진 장남감을 분해해 얻은 플라스틱 조각을 이용한 업사이클링이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10년이나 환경교육 프로그램 ‘쓸모’를 운영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살아남은 비결이 무엇인가요.

집 두 채... 차 한 대... 이혼위기? 하하하 농담입니다. 

- 하하. 어려운 일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됩니다. 어떻게 장난감 학교 ‘쓸모’를 10년이나 유지했나요.

체험학습 프로그램 중 ‘가짜’가 많아요. 무슨 말이냐면 모 어린이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재활용 프로그램의 예를 들죠, 체험에 제공되는 빨대와 요구르트 병 등이 모두 새것입니다. 사용된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교육은 교육자와 아이들 모두에게 좋지 않아요. 아이들도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요.

가짜가 아닌 ‘진짜 체험’이 가진 힘이 있어요. 과정의 진정성을 끝까지 고집했죠.

버려진 장난감을 재활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과정만 보면 쉬워 보이겠죠. 하지만 버려지는 장난감을 꾸준히 수집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또 분해해야 합니다. 인건비가 들죠. 1kg의 플라스틱을 얻는 데 30분이 걸립니다. 대량 공급도 힘들죠.

우리도 내부적으로 논의가 많았어요. 처음 헤이리에서 장난감 학교 쓸모를 열었을 때 교육이사와 영업이사 간에 갈등도 대단했죠. 영업이사는 “중고 장난감을 힘들게 수집하지 말고 저렴한 중국제 부품을 사오자. 그래야 많은 학생들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교육이사는 “그럴 수 없다”고 맞섰죠. 두 분이 계속 싸우시다가 결국 영업이사가 퇴사했어요.

'쓸모' 수업을 듣고 있는 고등학생 2학년 학생들과 수업중에도 교실 한켠에서 전선 분리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뒷모습(위쪽 사진 왼쪽 끝부분). 선생님들은 장난감에서 분리된 전선들을 다시 색깔별로 정리하고 있었다. 아래쪽 오른편 사진은 이날 수업을 듣고 있었던 학생들이 각각의 마을 공동체와 집에 대한 생각을 담아 공동으로 만든 작품 '우리 마을'. 아래쪽 왼편 사진은 선생님들이 정리하고 있던 전선들이다.

- 유혹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타협하지 않고 '쓸모'가 추구하는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나요.

이 사업을 왜 하는가에 대한 미션과 절실함이죠.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미션이 있었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절실했습니다.

지금 생산되고 버려지는 장난감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터닝메카드 시장만 2조원이라고 하니까요. 매년 몇 조 단위의 장난감이 만들어지고 버려진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데 장난감 같은 소형복합플라스틱의 경우 분해되지 않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해요. 문제는 숙련자가 30분 동안 장난감을 분해해 플라스틱 전선 금속 등 종류별로 분류한 뒤 다시 색깔별 크기별로 나누는 작업을 해서 얻어진 플라스틱 1kg의 가격이 50원입니다. 누가 그 작업을 하겠습니까. 고스란히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려지는 거예요. 매립됐다가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쪼개지든, 태워져서 미세먼지가 되든 환경에는 심각하게 악영향을 미치죠.

망가지거나 버려진 장난감을 재판매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재판매도 불가능한 장난감을 재활용 하려면 분해해야했고, 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장난감 학교 ‘쓸모’가 탄생한 것입니다.

- ‘쓸모’를 운영하면서 숱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사업하면서 실패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중요한 것은 실패를 극복하는 힘입니다. 한국은 실패하면 패배자로 몰리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특히 ‘금자동이’처럼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강해야 해요. 사회를 바꾸는 일은 혁신이니까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혁신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많이 단련해야 합니다. 물론 노무 재무 경영 등은 기본으로 알아야 하고요.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사회적 기업이 택하는 아이템의 성격상 돈을 많이 벌수가 없어요. 매일 성실하고, 매일 기발하고, 매일 공부하는 일상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문제의식이 명확하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찾은 뒤에는 물불을 가리지 말고 뛰어들어야겠죠.

- 자존감은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을까요?

인문학적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고 사색하고 대화하고 통찰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죠. 세상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회사 운영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해야 하죠.

저는 2주에 1권씩 책을 읽고 대화하는 독서모임을 10년째 하고 있어요.

- 그런 인문학적 고민이 교육 프로그램에도 반영됐나요.

그렇죠. 장난감 학교 ‘쓸모’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됐지만, 그 이전에 ‘우리 아이들과 어떻게 재밌게 놀까’, ‘가장 행복하고 재밌게 이 시기를 보내자’라고 생각했던 삶의 과정이 녹아들어가 있어요.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힘으로 ‘쓸모’가 나온 것 같아요.

박준성 대표가 교실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업사이클링 수업은 의식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 오토마티즘 기법을 사용해 진행된다고 한다.  작품마다 작품을 만든 사람과 작품명이 적혀 있는 테그가 붙어있다. 이 작품명은 '가라앉지 않는 배'. 이 작품을 만든 학생은 배를 만들다가 세월호를 떠올리고, 가라앉지 않기를 바라며 배 옆에 날개를 붙여주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돈을 벌자고 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죠. 재밌고 행복하고 좋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쓸모가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도 재작년부터 입니다. 장난감 재활용 부분에서 난 수익으로 적자를 메꿔가며 유지했는데, 그때 집도 날아가고 ‘금자동이’도 날아갈 뻔 했죠 하하.

사람들은 사업의 겉모습만 봐요. 장난감 재활용 사업을 소자본 창업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버려진 장난감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고,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죠. 분해하는 것은 말도 못하게 복잡한 과정이고 분해해서 또 보관하려면 공간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돈이 많이 들어요. 눈앞에 보이는 10평짜리 가게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장난감 조각을 이용해서 업사이클링 수업을 진행하는 것만 보면 쉬워 보이죠. 하지만 재고관리, 임대료, 인건비 등등 관련해 유지비도 상당히 들어가요. ‘금자동이’가 미디어에 많이 소개됐지만 유명해 지는 것과 수익은 전혀 관계가 없어요. 하하.

정말 힘든 과정들이 있었지만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돈만 많이 버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죠. 돈도 벌고 싶었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미션도 분명했으니까요.

지금까지 40만명 정도 다녀갔더라고요. 500명 1000명씩 하는 대규모 수업도 하니까. 잘 버텨온 것 같아요.

-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한 것 같은데요.

100여 가지 정도 됩니다. 만드는 작품 종류도 다양하고, 교육과 환경, 예술 과학 등을 융복합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해요.

장난감이라면 학령 전 아동부터 노인들까지 모두 좋아해요. 플라스틱 조각이 주는 특유한 따뜻한 느낌과 설렘이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스토리와 무의식을 담아 작품을 만들어요. 오토마티즘(자동기술법)이죠. 교육과 환경 예술의 융복합이죠.

또 테슬라 전기차와 리모컨으로 가는 전기자동차를 비교해보면 모터 구조와 밧데리 충전 기술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런 이론들도 수업에 담는 것이죠.

플라스틱 대장간이라고 장난감을 분해해서 새로운 전기 제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요.

- ‘쓸모’가 계속 확장되고 있네요.

몇 년 전부터 교사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이 과정을 수강한 교사들에게는 kg당 10,000원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공급해 드려요. 1kg으로 10명 정도 수업이 가능하니 수입이 10만원이죠.

장난감 쓰레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가치를 50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이런 과정이 혁신입니다. 지금은 장난감 조각이 부족해서 못 팝니다.

버려지는 장난감을 확보해 분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아요. ‘금자동이’니까 감당할 수 있는 겁니다. 장난감 분해 자원봉사도 받습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해요. 1365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집에서 ‘쓸모’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는 방법도 구상중이예요. 장난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부터 장난감 분해와 활용 방법까지 모든 것을 담은 책과 재료를 포함한 가방을 생각하고 있어요.
 
먼 장래 계획으로는 장난감 하나하나 이야기를 담아 장난감 쓰레기로 만든 테마파크를 꿈꾸고 있고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폴라 익스프레스처럼 환상적이고 기묘한 공간이 되겠죠.

장난감 학교 '쓸모'의 교실 벽에 붙어있는 작품들.

-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전국이 쓰레기 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죠. 우리가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까요.

플라스틱 쓰레기 시대, 이제는 소비자 아닌 정부와 기업이 노력할 때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시민의식은 일본이나 유럽보다 높아요. 재활용률도 전 세계 1~2위를 다툽니다. 문제는 기업입니다. 시민들은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잘하고 있거든요.

기업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해요. 10년 전 모 기업으로부터 폐기되는 장난감 양을 들은 적이 있어요. 1년에 5톤 트럭 600대 분량을 버리더라고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장난감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재활용 할 수 있다면 재활용에 협력하게 법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장난감 재활용 연합, 토이 리사이클 유니온 '트루‘라는 NGO 설립을 준비하고 있어요. △ 소형복합플라스틱 장난감류로 인한 환경문제 해결 △ 환경교육 △ 빈민지역 장난감 지원이 목적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NGO라는 날개를 하나 더 다는 것이죠.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을 사회 운동으로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교란 우려가 있기 때문에 폐기용 장난감을 특정 기업에 팔기 곤란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비영리 기관이고, 만약 분해하지 않고 재판매 할 경우 제재 받게끔 법이 제정된다면 비교적 안심하고 폐기용 장난감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지요.

물론 입법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는 이미 너무 심각해서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어요. 계속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요.

-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도 정부 지원금은 받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인간의 존엄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사업화 시키는 것이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사회적 기업들이 할 일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의 대안이죠. 자본주의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들을 우리가 실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이 재밌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발굴하고 사회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환한 것이죠.

우리는 이미 자리잡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인건비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회적 기업에 지원은 인건비나 컨설팅 지원보다는 영업마케팅 지원이나 R&D쪽 지원이 바람직할 것 같아요. 인건비 계산이나 사업계획은 사업가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돈을 주고 고용하라는 것은 고용지표를 늘리기 위한 방법일 뿐이거든요.

도와주려면 우선구매 제도 등을 통한 판로 확보나 유통망 지원이 실질적인 지원이 되겠죠.

- 사회적 기업을 계획하거나 막 시작한 후배들에게 해 줄 얘기가 있다면.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자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그런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재무재표와 수익으로만 평가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안에서 주눅 들 수 있는데 용기를 갖길 바래요.

우리는 사업가지만 스토리 텔러에 더 가깝습니다. 직원이 몇 명이고 이익이 얼마고 그런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한 것에 대해 공감하고 감탄하는 스토리가 있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봅니다.

후배들이 지금 여기에서 일하면서 가족 친구 동료들과 재밌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남들이 버린 장난감을 갖고도 20년간 재밌게 두 아이들 대안학교 보내면서 잘먹고 잘살고 있는 선배도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김지현 기자  apolloni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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