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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민주화 상징 '상지대', 사회협력대학으로 비상(飛上)[인터뷰] 상지대학교 정대화 총장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봄이 예견되지 않는 한 결코 제비는 날아오지 않는다. 한 마리의 제비는 수많은 제비를 예고하는 것이자 곧 도래할 봄에 대한 약속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우리나라 사학문제의 상징성을 가장 뚜렷하게 감지하고 있는 상지대가 있으며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제비를 불러오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 <상지대 민주화 투쟁 40년> 
(정대화 지음) 중에서 

상지대에 봄이 왔다. 저절로 온 봄이 아니다. 40년을 기다렸다. 수많은 투쟁의 발걸음이 앞섰고 봄은 그제야 서서히 뒤따랐다. 상지대는 대학 민주화의 상징이다. 대학 민주화를 위해 비리재단과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싸웠다. 상지대 민주화 역사에는 제1민주화와 제2민주화 과정이 있다.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렸던 김문기 전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 때 중앙정보부와 청와대를 동원해 돈 10원 한 푼 들이지 않고 상지대를 소유했다. 속된 말로 날로 먹었다. 김문기 재단은 족벌 사학 재단으로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1974년부터 20년 동안 학생들 등록금의 절반을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김문기 족벌 사학재단은 1985년 김문기 체제에 반대하며 항의 농성을 벌인 교수 3명을 감금시킨 뒤 강제해직 시켰다. 1986년 10월 상지대 용공조작 사건도 김문기 체제에서 학교 측이 조작한 사건이었다. 비리재단이 학내에 '가자, 북의 나라로'라는 삐라를 뿌린 뒤 경찰에 신고해 학생 150여명이 간첩으로 몰렸다.

331일 동안의 투쟁과 김영삼 정부의 사정·개혁에 힘입어 1993년 김문기 전 이사장이 구속됐다. 상지대 제1민주화다. 하지만 이사장이 구속됐을 뿐 비리재단과 그 잔재들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했다. 2009년 다시 농성천막이 세워졌다. 교수·학생이 삭발을 하고 단식농성을 했다. 그러나 2014년 3월 김문기 둘째 아들이 이사장이 됐고 구재단이 학교를 장악했다. 그리고 그 해 8월 김문기 전 이사장은 다시 돌아와 총장이 됐다.

김문기 전 이사장이 총장이 되자 학생들이 먼저 총장실을 점거하며 투쟁에 나섰다. 그러자 교수협의회와 노조도 움직였다. 지난한 투쟁이 계속됐다. 농성천막이 60개가 넘었고 8년 6개월을 버텼다. 그 결과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불렸던 김문기 전 이사장 체제를 완전히 몰아냈다. 2017년 8월 상지대 제2민주화가 성공했다. 온전히 구성원들의 힘으로 이루어낸 결실이다.

지난한 투쟁의 중심에는 정대화 교수가 있었다. 정대화 교수는 상지대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이다. 비리재단의 눈엣가시가 된 정대화 교수는 2014년 교수직에서 파면됐지만 2년간의 징계취소 소송으로 다시 복직했다. 

제2민주화가 성공하면서 2017년 9월 정대화 교수가 총장직무대행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제8대 총장으로 선출됐고 올 3월27일 총장 취임식을 치렀다. 100일 만의 취임식이다. 지난 11일 상지대 총장실에서 만난 정 총장은 100일 불공드리고 취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 총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정상화, 대학다운 대학을 만드는 일이다. 더불어 지역사회가 상지대 민주화 과정에 큰 힘을 모아준 만큼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많다.

지난 11일 상지대 정대화 총장과 사회가치연대기금 송경용 이사장이 상지대의 비전과 역할에 대해서 대담을 나눴다.

- 학교 정상화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우선 구재단이 쫓겨나고 임시이사가 파견됐다가 빠르게 정이사로 전환했다.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없는데, 구성원 전부(교수·학생·직원)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거쳤다. 투표율도 상당히 높았다. 이사선임도 전부 구성원의 뜻이 반영됐다. 운영체계는 안정이 됐다. 교육은 그래도 빨리 복구되는데 연구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특별연구기금을 넣어서 현재 연구를 활성화하고 있으니까 곧 괜찮아질 것이다.

총장은 넘버 3, 학생이 넘버 2

문제는 김문기 재단 시절 학생들이 학교를 많이 떠났다. 상지대 재학생이 보통 8300명 정도다. 그런데 지금은 6000명이다. 왜냐하면 1학년이 나가면 2~4학년 때까지 그 자리가 비게 되는데, 그 빈자리는 채우기가 어렵다.

상지학원에는 두 개의 대학이 있다. 상지대와 상지영서대다. 학생정원을 복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올 1월 교육부 인가를 받아 두 대학을 상지대로 묶었다. 상지영서대의 입학정원이 2225명 정도 되니까 통합하면 9천명 규모의 대학이 된다. 조금만 노력하면 학교가 정상궤도에 오르는 건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교에서 넘버 3이다. 넘버 1은 이사장, 넘버 2는 학생들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학생들을 항상 우선시한다. 총장선출뿐 아니라 이사선임, 학과개편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학생들이 같이 참여하고 있다.  

비전은 사회협력대학...지역사회협력, 국제협력, 남북협력 

사실 지금의 고민은 민주화된 상지대학교가 어떻게 교육을 잘할 수 있는지, 지역사회에 어떻게 봉사할 수 있는지 확고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사회협력대학이라는 비전을 만들었다. 지역사회협력, 남북협력, 국제협력이다. 상지대는 오랫동안 시민대학을 표방했다. 지역에서는 지역대학이라는 뜻이다.

시민사회가 상지대 민주화에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고 있고 시민사회가 하는 거의 모든 사업에 상지대가 지원하고 참여한다. 우선 주민들이 상지대의 모든 시설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간사용이 자유롭고 저렴하다. 사회적·공익적 용도면 무료이고 사적인 용도일 때는 실비 정도만 받는다. 도서관도 24시간 개방하고 대출도 가능하다. 보통 대학도서관은 외부인에게 대출을 안 한다. 주말에는 상지대가 아니고 원주대다. (웃음)

- 대학의 상업화가 심해져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게 각종 프랜차이즈들인데 상지대는 상대적으로 덜 한 것 같다. 도서관에 있는 카페 영수증에 생활협동조합이 찍혀 있어 반가웠다.

2005년 교수·학생·직원이 출자해서 상지대학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생협이사회가 교수·학생·직원으로 균등하게 구성돼 있다. 대학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세종대는 생협이 없어졌는데 상지대는 지켜냈다.

사회적경제과 신설...사회적경제 선도대학으로

- 원주는 협동조합 메카라 불린다. 이번에 '사회적경제와 대학의 역할'이라는 토론회도 상지대가 개최했는데, 사회적경제 시대에 맞는 인재도 많이 필요하다.

원주 협동조합 원로들께서 협동조합 학과를 만드는 게 원주에도 좋고 상지대에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우선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상지대 안에 있다. 이번에 사회적기업성장지원센터가 들어오고 학부에 사회적경제과도 신설했다. 사회적경제 인재양성뿐 아니라, 업계 용어로 말하면 (웃음) 사회적경제 선도대학이 되려 한다.

 
이번에 평생대학교육을 개설했다. 20살에 들어와서 4년간 가르치는 대학은 끝났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이제는 10년 주기로 6개월씩 대학에 오게 될 것이다. 20대 초반에 한번, 30대 초반에 한번, 40대 초반에 한번 생애주기별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평생교육이고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부합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10년 단위로 교육 기회를 줘야 하는데 아직은 여건이 안 되니까 우선 온라인 실시간 수업시스템으로 시작하려 한다.

온라인 수업도 딱딱하면 안 된다. 미국의 TED 강연처럼 전문적이지만 재미있어야 한다. 우선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데 아카이브로 축적해서 지역주민, 고등학생도 들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 지역사회연구에 대해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사회연구도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90년대 이후 지역사회 연구가 있었다. 그때 상지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분규과정에서 뜸해졌다. 원주의 모든 것은 상지대에 가면 다 알 수 있도록 원주지역 연구를 활성화하고 원주지역학 강의도 개설할 예정이다.

대학의 발전은 지역의 발전과 같이 간다...지역에 완전히 녹아 들어가는 대학 되려

지역에는 산업적 욕구, 자치행정 욕구, 교육 욕구, 문화적 욕구 등 여러 가지 욕구가 있다. 예전에는 지역에서 상지대의 역할이 시설을 개방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이 모든 욕구에 상지대가 참여하려고 협의하고 있다. 

일례로 지역의 초·중·고 교육에 대해서도 상지대 등 원주지역 고등교육기관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모색하고 있다. 대학이 안정 돼야 초·중·고 교육도 안정되고 초·중·고 교육이 발전해야 대학도 같이 발전한다. 대학이 단순히 고등학생만 받는 게 아니라 대학과 초·중·고 교육이 같이 정상화되도록 역할을 하겠다.

우리나라 사립대는 개인 소유의 사(私)립대이지만 미국 사립대는 사회적 사(社)립대다. 현재 정부가 공영형 사립대를 하려고 한다. 사(社)립대, 즉 지역사회 거점 사립대라고 보면 된다. 상지대가 공영형 사립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학의 발전이 지역의 발전과 같이 간다. 우리나라 같이 대학을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 전횡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이 없다.

대학이 지역에 완전히 녹아 들어가 있다. 하버드대 일 년 예산이 3조 정도인데 그 중 1/4이 발전기금으로 충당된다. 7~8천억 정도가 발전기금이고 한 사람이 내는 액수도 천 달러 이하다. 지역주민들이 그 정도로 발전기금을 내는 이유는 지역주민 모두가 대학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울타리가 없고 출입구가 따로 없다. 오레곤 주립대도 보면 지역의 초등학생에게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무료로 가르치고 악기도 대여해준다. 집에서 연습해야 하니까 피아노를 실어서 아이 방까지 가져다준다. 우리는 다 학원에서 배우잖나.

- 옥스퍼드 대학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책 200~300페이지 정도 된다. 예전에 프로그램 개수를 세다가 하도 많아서 다 못 셌다. (웃음) 프로그램도 해마다 바뀌고 업데이트된다. 시민들이 옥스퍼드대를 우리 대학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듣고 굉장히 신선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00 대학이라고 하지 우리 대학이라고 표현하지 않으니까. 왜 그런가, 봤더니 여성운동가, 노동자를 위한 지역 교육기관이 정식 칼리지로 발전하는 등 대학과 지역이 함께 발전한 역사가 있었다.
 


- 지방대가 갖는 공통적인 어려움이 있다. 글로컬(global+local)이라는 단어도 많이 쓰는데 세계적 관점에서는 어디에 위치 하냐보다 어떤 콘텐츠를 가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사회협력대학이라는 비전에서 지금까지는 지역사회협력에 대해서 설명했고,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이 있다.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은 별개의 것이면서 연관돼 있다. 남북협력이 잘되면 국제협력도 잘되고 국제협력이 남북협력의 지름길이다. 남북협력은 우리 마음대로 못하니까 준비는 하되 국제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협력 슬로건 '아시아로 간다'...통일특강 개설

올해 슬로건으로 정한 게 있다. '아시아로 간다'. 한국은 경제, 문화예술, 체육, 고용 관계 측면에서 아시아와 굉장히 밀접해졌다. 분단 때문에 대륙으로 가는 육로는 막혀있지만 통일은 머지않았고 통일된 대한민국은 아시아와 함께 번영한다. 그래서 교수 안식년도 아시아로, 학생도 아시아로 가자고 제안했다. 이번에 아시아국제학부를 만들었다. 우선 봉사, 교육을 비롯해 코이카(KOICA)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그리고 남북협력 준비차원에서 통일특강을 크게 개설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등을 초청했다.

요즘 대학의 명성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시아국제학부를 신설할 때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 운영을 잘 하고 기숙사가 보강되면 공간적 한계는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상지대 민주화라는 위대한 성취를 이루셨다. 마지막으로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감히 위대한 성취라고 하기에는...아직 위대한 성취는 아니다. 그러나 위대한 성취를 꿈꿀 수 있는 토대는 닦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그 기반 위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창조적 상상은 영혼이 자유로울 때, 자시 삶의 주체일 때 가능하다. 상지대 교수·학생·직원이 이 대학의 주체이고 이 대학에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을 때 위대한 성취의 문은 열리지 않을까?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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