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생일'로 뭉친 재난참사·산재 피해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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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일'로 뭉친 재난참사·산재 피해 가족들
처음으로 전국 재난참사·산재 피해 가족들 모여...자식 잃은 그 마음 하나로 뭉치자
  • 2019.04.08 14:12
  • by 공정경 기자

16개 재난 참사 · 산재 피해 가족들이 모였다. 전국의 재난 참사 · 산재 피해 가족들이 함께 모이기는 처음이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삼풍백화전 붕괴 참사, 태안해병대 캠프 참사,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의집 화재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유가족,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 제주 현장실습고등학생 고 이민호 유가족, CJ진천고교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유가족, 군포 토다이 현장실습생 고 김동균 유가족, 원진산업재해자협회, LG유플러스 사고 유가족, tvN 고 이한빛 PD 유가족이다.

재난 참사 및 산재 피해 가족들은 생명안전 시민넷 주관으로 올 3월 말부터 모이기 시작해 지난 5일 영화 '생일' 상영회에도 함께 했다.

'예은아빠' 유경근 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영화 '생일'은 세월호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모든 유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마음을 정말로 함께 나누고 싶어 이 자리에 초대했다. 자식을 잃은, 가족을 잃은 그 마음 하나로 함께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영화 '생일' 상영 후 '작은 이야기마당'이 마련됐다. 왼쪽부터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전재영씨,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윤경희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유가족 김미숙씨, 삼성직업병 유가족 황상기씨, 이종언 감독,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참사 유가족 최영도씨

영화가 끝난 후 무대에 나온 이종언 감독은 말을 아꼈다. 이 감독은 "처음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세월호 참사 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 '치유공간 이웃'에서 유가족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참사로 인해 무너져 버린 마음과 변해버린 일상에 대해서 많은 분이 아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 씨는 "두 번째 보는 영화라 눈물이 안 날 것 같았는데 보는 내내 아이가 너무 많이 생각나서 많이 울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앞이 깜깜해져버렸다. 내가 어쩌다 세월호 유가족이 돼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지? 그 자체가 너무 서럽다. 5년이 다되도록 한명의 책임자도 처벌하지 못하고 있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그저 이 순간이 너무 서럽다. 이 자리에 계신 다른 유가족들도 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시연엄마' 윤경희씨

윤 씨는 "우리는 아직도 싸우고 있다. 그런 장면이 이 영화에 없어서 아쉽긴하지만,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잘 담아줘서 고맙다. 이런 영화를 찍어주신 배우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이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가 처벌받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전재영 씨는 "수호 동생 예솔이가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하는 장면이 가슴이 남는다. 저 같은 경우에는 사고 난 후 지하철을 타는데 4년 정도 걸렸다. 2003년 참사 이후 16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지하철을 못타는 유가족도 있다"며 영화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전재영씨

전 씨는 "영화에서 수호 엄마아빠는 계속 침울해 있고 다른 가족들은 웃는데, 제3자가 봤을 때 어떤 모습이 맞을까? 계속 슬퍼하는 게 맞을까, 그냥 웃는 게 맞을까? 둘 다 맞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되는데, 제3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 듯하다. 웃으면 자식을 잃어놓고 어떻게 웃을 수 있냐고 하고 울면 어떻게 아직까지도 우냐고 한다. 수호 옆집에 사는 우찬이 가족 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같이 슬퍼하지는 않더라도 가족 잃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삼성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영화 내용은 세월호를 다루고 있었는데 꼭 제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보였다. 4월21일이 유미생일이다. 생일이라는 주제에 크게 공감한다. 영화 속에서 수호엄마가 우울증이 걸려서 답답해하고 수호를 계속 생각하고 사랑하는데, 유미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여기 오신 모든 분이 똑같은 마음일 거다. 우리는 더 이상 죽지 말아야 하고 희생되지 말아야 한다. 희생자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도 기업, 정부, 고위 관료가 처벌받지 않는다. 죽음을 멈출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다른 현장의 이야기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참사로 딸을 잃은 최영도 씨는 "2011년 여름 춘천 봉사활동 산사태 참사로 인하대학교 학생 10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3~4년을 싸웠다. 지자체장이 진상조사도 못하게 방해해서 유가족이 직접 인하대 학생들과 함께 자료도 수집하고 진상조사도 했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밝혀냈다. 많은 사후대책도 마련하고 조례도 만들었다. 누구나 참사는 당할 수 있지만 치유의 과정은 다양하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싸우고 진상규명 하고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게 일련의 치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 가족의 적극적인 개입과 권리 보장에 방점을 뒀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영화 상영 전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제가 당하고 있는 게 다 생각 나서 마음이 너무 참담하다. 아이가 죽으면 그 순간 모든 게 다 멈춘다. 가족들은 그 아픔으로 다 부서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살아간다면 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거 하나로 버티고 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 아닐까 싶다. 자식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더 이상 죽지 않게 만드는 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지는 데 큰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며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나갔다.

tvN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씨

이번 상영회를 계기로 재난 참사 · 산재 피해 가족들은 개별적인 피해자 차원을 넘어 자조적으로 연대하고 안전운동의 주체로 서기 위해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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