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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 이제 '라이더유니온'이 지켜줄께[인터뷰]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준비위원장

"알바에게 어울리는 옷, 알바에게 어울리는 집, 알바에게 어울리는 밥 같은 건 따로 없다. 필요한 것은 알바에게 어울리는 나라뿐이다. 알바가 직업이 되는 나라가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를 뜻하는 세상, 이것이 내가 새롭게 만들고 싶은 상식이다." 
-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중에서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 박정훈 씨는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되는 나라, 즉 적게 일하고도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는 나라를 바란다. 박정훈 씨는 <알바들의 유쾌한 반란>, <최저임금 1만원>, <말이 되는 소리 하네>,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이자 라이더(배달노동자)이다.

4대 보험은 되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가 맥도널드 라이더로 일하게 됐다. 주 3일은 생계비를 벌고 나머지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알바노동을 선택했다.

박정훈 씨의 일주일 생활을 요일별로 보면 화·수·토요일에는 라이더로 일하고, 월요일에는 알바상담소와 라이더유니온 회의에 참석한다. 나머지 목·금·일요일은 자유 시간이다. 이날 글을 쓰거나 라이더유니온 활동을 하거나 강의, 인터뷰 등을 한다.

요즘 박정훈 씨의 자유로운 3일이 점점 더 빡빡하게 채워지고 있다. 언론사와의 인터뷰가 부쩍 늘어나고, 10일 동안 tvN 다큐프로그램 촬영, 시시때때로 오는 상담전화, 지방출장, 라이더유니온 창립준비로 '무척 과로 중'이다.

"10일 동안 다큐프로그램 촬영을 했다. 휴먼 다큐인데, 인간이 보이질 않는다. 인간적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데, 계속 전화 오고 전화 오고 전화 오고... 일만 하니까. (웃음) 평소 불안정노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는 배달노동자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급하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차분하게 면접조사·실태조사도 하고 책도 쓰고 법공부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법공부는 사건해결하면서 하는 게 더 낫더라. 쏙쏙 들어온다."

국내 최초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유니온라이더...노동운동에도 스타트업 필요

5월1일 국내 최초로 배달라이더들의 노동조합이 탄생한다. 라이더유니온이다. 이날 라이더들은 국회의사당부터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할 예정이다. 오토바이가 있는 시민들은 모두 참석할 수 있다.

"노동운동에도 스타트업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없으면 사양산업이다."

박정훈 씨는 알바노조 위원장이었다. 현재는 맥도널드 라이더 2년차,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이다. 맥도널드 라이더 1년차일 때 오토바이가 넘어져 발가락을 다쳤다. 전치 2개월의 부상이었다. 산재를 신청해서 휴업급여와 치료비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 라이더들이 사고 날 때마다 상담을 요청했고 일하면서 겪는 일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렇게 일이 점점 커져서 결국 모든 배달라이더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을 만들게 됐다.

길거리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만나는 배달라이더이지만, 배달라이더의 노동현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장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현장의 라이더들도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라이더들에 대한 현장증언을 뉴스에서 검색해보면 다 나일 거다. 배달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기자, 학자, 오피니언리더들도 잘 모른다. 배민(배달의 민족)과 배민라이더스를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콘텐츠를 일단 Q&A식으로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현장의 모순을 다른 시선으로 날카롭게 잡아내고 의제화 하는 일이다."

 

라이더유니온의 조합원은 현재 40명 정도다. 올해 100명, 5년 안에 1000명 조직이 목표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한 번 모이면 헤어지지를 않으려고 한다. 너무 반가워한다. "가자, 갑시다, 가자구요!" 이런 말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다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다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것 자체가 서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유상운송보험 같은 경우는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개선에 대한 지지가 크다."

배달노동자 보험료 300~800만원...보험료 현실화 해야

배달산업의 큰 문제점은 오토바이 보험료다. 30대 무사고인 박정훈 씨의 경우 오토바이 책임보험료가 1년에 16만원이다. 유상운송 오토바이 보험에 들려면 1년에 약 300만원을 내야 한다. 유상운송 오토바이란 퀵서비스같이 돈을 받고 물건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를 말한다. 보상범위도 자기신체·자차는 안 되고 대인·대물만 된다. 자동차보험은 자기신체·자차가 보장되는데 오토바이는 그 자체를 막아놓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이가 어린 20대의 경우 유상운송보험료가 연 500~600만원까지 올라간다. 높은 보험료를 내지만 보장 한도가 낮고, 무제한으로 보장받으려면 연 800만원 정도 내야 한다. 유상운송보험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오토바이 리스비가 월 50만원 정도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장에서 정한 제한시간 내 배달로 인한 교통사고율이 32.4%다. 사업장과 빠른 배달을 원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라이더들이 온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최소한의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이더유니온은 현실적으로 보험가입이 가능하도록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배달노동자, 산재보험 혜택 받을 수 있어...문제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라이더에는 직고용 라이더와 배달대행 라이더가 있다. 직고용 라이더는 프랜차이즈 회사에 계약직으로 고용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다. 배달대행 라이더는 업체와 고용계약 관계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일한다. 직고용 라이더뿐 아니라 배달대행 라이더라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업체와 배달대행 라이더가 월 1만5천원씩 총 3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업체가 산재보험료를 부담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 라이더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다. 업체가 라이더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받아서 70일 이내에 제출하면 산재가입의무에서 벗어난다. 산재보험 혜택을 한번 본 라이더들은 산재보험 신봉자가 된다. 근로복지공단이나 국가가 산재보험이 얼마나 좋은 제도인지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아서 산재보험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사실 노동자들이 좋은 거 알면 안 들겠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없애야 한다. 특고(특수고용노동자) 9개 직종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자체가 악법이다."

박정훈 씨는 라이더들에게 산재보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월 15,630원으로 자기과실 100%여도 보상을 해주는 보험이 있다, 일반 보험은 자차·자손이 안되지만 산재는 배달대행기사가 가입하지 않아도 적용된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쓰지 않는 한.

지난해 말에 열린  '생명안전 시민넷 후원의 밤'에서 박정훈 씨가 반올림과 KTX 해고승무원의 토크쇼를 귀 기울여 듣고 있다.

플랫폼 노동조건에 대한 사회적 기준 만들어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은 "선진국은 신고제로 배달업을 운영하더라도 배달업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기본적인 장비를 제대로 갖췄는지, 교육훈련을 하는지, 업체의 기본적인 룰을 지키고 있는지... 우리나라는 이런 조건 없이 누구나 할 수 있기에 기본적인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플랫폼산업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업체들의 진입장벽, 즉 최소한 이정도의 노동조건은 보장해야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기준들을 업체와 사회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배달업의 경우는 표준계약서, 개인 안전장비, 기후변화에 따른 작업 중지권, 라이더 덕분에 돈 버는 플랫폼 회사가 가매출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산재보험)과 고용보험공단(고용보험)에 보험료를 내게 해야 한다. 라이더들이 모여서 노동조건의 기준들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고 그렇기 위해서는 노조할권리가 있어야 한다."

불안정노동 보편화가 세계적 추세...기본소득으로 보완돼야

박정훈 씨는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제1노동시장(정규직), 제2노동시장(비정규직, 제3노동시장(알바노동자)이 공존하는 만큼 똑같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삶의 패턴이 있고 그에 따른 시간제 노동은 적절한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플랫폼 노동이 40%다. 세계적으로도 정규직이 점점 사라지고 불안정노동이 보편화 되고 있다. 노동윤리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때, 임금노동의 양을 줄이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노동이나 활동을 늘리는 게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2007년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불안정노동체제와 기본소득이 개인적 화두였다. 한 사람의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불안정노동은 기본소득과 같이 가줘야 한다."

인터뷰 마지막 쯤 박정훈 씨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곧 포항에 한번 내려가야겠네"라고 혼잣말을 한다. 그 이유를 묻자 최근에 벌어진 사건을 설명한다. 배달대행 라이더가 니스 오토바이를 타다가 혼자 넘어졌는데 수리비가 19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190만원이면 오토바이 한 대 살 돈이다.

"데모 한번 하러 내려가야겠다.(웃음) 지난번에 포항에 가서 보고 왔는데 배달대행업체-니스업체-수리업체가 같더라. 여력이 없어서 모든 사건에 일일이 개입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사건은 사회적 의미가 있어서 개입하려 한다. 이런 상황이 아마 보편화돼있을 거고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이런 상황을 교수가 알겠나, 전문가가 알겠나."

대통력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최근 배달종사자 안전 TF가 꾸려졌다. 라이더 종사자로서 라이더유니온이 들어가 있고, 3월22일 첫 회의를 열었다. 박정훈 씨는 TF에서 실질적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권고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자본주의와 노동에 대해 관심이 많은 만큼 내년 출간을 목표로 그와 관련한 책도 준비 중이다. 노동은 안 하면 안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박정훈 씨가 계속 '무척 과로 중'이 될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과로한 만큼 좋은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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