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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자리는 동네에서 내가 직접 만든다[서평] 동네에서 협동조합으로 창업하기
  • 김은영 SAPENet지원센터 국제팀
  • 승인 2019.04.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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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은데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사회는 이를 두고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니, 역대 최고의 실업률이니 하며 계량화 하기에만 바쁘다. 이들은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기껏 바늘 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청년들의 1년 내 퇴사율은 30%에 이른다. 들어가보니 블랙기업이었다 뭐다 이유는 하고많다. 게다가 가임기 여성에게는 출산과 육아라는 경력단절의 시기가 찾아온다.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어도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가까스로 육아에서 벗어났더니 이번엔 부모님 간병이다. 장애인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평생 직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고 50대 실업자는 20년만에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고 한다.

일자리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무엇이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일까? 없는 것은 직접 만들자며 답을 찾는 자발적인 시도가 이미 일본에서는 싹을 틔우고 있었다.

 

 

워커즈콜렉티브로 동네에서 협동으로 창업하기

일하는 노동자들의 협동조합인 워커즈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는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함께 출자해서 사업체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함께 일하는 곳이다. 무슨 거창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가능한 능력 범위 안에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한다.  '동네에서 협동으로 창업하기'는 바로 이러한 워커즈콜렉티브의 구성원들이 들려주는 따뜻하고도 소박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작은 창업으로 즐겁게 살아가다'이다. 제목처럼 책에서 다루고 있는 워커즈콜렉티브는 하나같이 규모가 작다. 이 책이 집필된 5년 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대부분이 10~30명 정도의 구성원을 두고 있다. 심지어 5명인 곳도 있다. 작은 일터이지만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자신의 지역과 일터를 사랑하며 '즐거운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워커즈콜렉티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요양 계획에 기초한 방문 요양과 자립지원 서비스, 청소, 장보기, 빨래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직종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평생 일하려고 해요. 작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어요. 지금까지는 남편의 일에 맞춰 내 직장도 바꿨는데 요양보호 일은 그럴 필요가 없고, 하고 싶은 만큼 계속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직장 분위기도 너무 좋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요. 모두 성숙한 여성분들만 모여 있어서 이분들과 일하는 것이 즐거워요." (아이・I에서 일하고 있는 마츠이 씨의 인터뷰 중에서 / p.164)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워커즈콜렉티브는 25곳이다. 가사지원, 육아지원, 요양보호, 도시락, 재활용 식기 대여, 한방 약국, 비누 공장, 배송, 회계 등 다양한 일터에서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이야기에서는 과연 ‘나답게 일하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이가 있어 4시까지는 퇴근하고 싶은 사람, 사회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 취미를 살리고 싶은 사람, 평생 현역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 장애인 등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두 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커즈콜렉티브는 각각의 근로형태를 존중하며 획일화된 취업 시장에서 한발 벗어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마도카에서 일한 지 3년째 되는 마루오카 쿠미코 씨(45세)는 한 번에 4~6시간씩 월 8회 정도 근무한다. 원래 직업은 피아니스트로 샹송 가수나 연주회 반주가 주된 일이다. 안정된 수입을 얻고 싶고 요양 관련 일도 하고 싶어 마도카의 구성원이 되었다. …(중략)… 마루오카 씨는 시설에서도 가끔 연주를 하는데 피아노 소리에 즐거워하는 입주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연주자로서의 의식도 변했다고 한다. 피아노는 부모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배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듣는 사람과 자신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연주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p.51)


오래 지속되는 운영의 비결

일본에서 워커즈콜렉티브가 탄생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워커즈콜렉티브법 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을 워커즈콜렉티브라 칭하고 있는 곳이 전국에 400여 개가 생겨났고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4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사업체도 적지 않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5명만 모이면 신고만으로 협동조합을 쉽게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법적 울타리 속에서 그 수가 단기간에 늘어났지만 금방 문을 닫기도 하고 사업체로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사례는 아직 적다.

'동네에서 협동으로 창업하기'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운영의 비결은 차분히 서로 이야기하는 것(p.33), ▲모두가 관여하고 스스로 결정하기(p.53), ▲서로 의견을 제시하며 과제를 해결(p.174), ▲소통이 존속의 열쇠(p.175), ▲모든 것은 대화로 해결한다는 방침(p.181) 등 소제목만 언뜻 보아도 대화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나답게 일할 수 있는 것도, 동료들과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것도 1인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화의 자세에서 근원하는 것이 아닐까.

 

김은영 SAPENet지원센터 국제팀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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