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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 교과서, 안산의료사협을 만나다[인터뷰] 안산의료사협 신윤관 전무이사... "우리가 스스로 설립하고자하는 병원은 병든사람,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라는 병원이 아닙니다!"

2020년은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안산의료사협) 창립 20주년이다. 조합 문을 닫기 일보 직전까지 갈 정도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조합원들의 단단한 협동으로 어려움을 돌파해 오며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을 했다. 

또한 2016년부터 3년간 진행한 '365 노인 건강·복지·돌봄 네트워크' 사업은 전국에서 커뮤니티케어의 교과서처럼 주목받으며, 노인에 대한 새로운 통합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 여러모로 잘나가는 안산의료사협이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안산의료사협은 20주년을 맞아 앞으로 더 내실 있고 탄탄한 20년을 위해 한창 고민 중이다. 안산의료사협 신윤관 전무이사를 만나 커뮤니티케어가 잘 자리 잡기 위해서 어떤 점들이 중요한지 들었다.
 

안산의료사협 김영림 이사장(왼쪽)과 신윤관 전무이사(오른쪽)

- 올 총회(2월21일) 임원진 선거가 유난히도 치열했다고 들었다.

조합원이 6천 세대가 넘는다. 조합원들이 121명의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 총회에서 임원을 선출한다. 임원은 소비자 부문 이사 12명, 자원봉사 부문 이사 2명, 직원 부문 이사 3명, 감사 2명, 사외이사 2명이다. 올해는 소비자 이사 후보가 18명이었다. 이사로 출마하려면 조합원 30명 이상의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다른 직장 다니면서 30명 이상의 추천서를 받는 게 쉽지 않더라.

다득표 순으로 어쩔 수 없이 12명을 뽑지만, 떨어진 후보자의 공약도 첫 이사회에서 공식안건으로 정리해서 운영에 반영한다. 정치선거처럼 떨어지면 '사람도 그만, 그 사람이 내놓은 좋은 정책도 그만'이 아니라, 조합의 발전을 위해서 출마하고 여러 의견을 내놓았기에 모든 의견을 버리지 않고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계승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 올해 주요하게 하려는 사업은?

지난달 21일을 기해서 6천 조합원을 돌파했다. 내년이 안산의료사협 20주년이고 이번이 9기 이사회다. 향후 20년을 위해 장기비전을 세우는 게 우리 앞에 놓인 큰 과제다.

현재 조합의 사무소가 8곳(새안산의원, 새안산한의원, 새안산우리치과, 새안산상록의원, 꿈꾸는집요양원, 재가장기요양센터, 가정간호사업소)이다. 재무적 성과로 보면 안정적 추세로 들어갔다. 4천만원 정도의 흑자를 봤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의료사협의 성장 동력이 무엇일지 고민할 때, 결국 고령사회에서 지역에서 우리조합의 역할은 커뮤니티케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차 이사회 때 커뮤니티케어 관련 작업반을 내·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꾸렸다.

20주년을 앞두고 조합원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다. 1만 세대를 목표로 조합원의 증원계획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조합원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중점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안산의료사협의 또 하나의 특징 중 하나가 참여 예산제이다. 조합원들의 참여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참여 예산제를 2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예산 수립 시기에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을 직접 제안한다. 조합원들이 실질적으로 조합 경영과 사업계획에 참여하도록 참여 예산제를 내실 있게 발전시킬 예정이다.
 

2월 21일에 열린 제 32차 대의원 총회 기념사진 [사진출처=안산의료사협]

안산의료사협은 진료소 매출도 있지만, 사회적 매출도 있다. 예를 들어 7천개의 도시락 반찬을 제공한 봉사모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1천2백만원. 844번의 재가동반이동지원을 돈으로 환산하면? 6천3백만원. 4882번의 재가단시간방문요양지원은? 5천8백만원이다.

'SK 사회성과인센티브'(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프로젝트)에서 2017년 안산의료사협의 사회성과를 측정금액은 6억1천만원이다. 이 중 1억6천만원을 경제적 인센티브로 지원했다. 3년(2015~2017) 동안 3억1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조합원의 활동을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매우 큰 사회적 매출이 된다. 조합원들의 활동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적 성과로 측정돼 우리한테 다시 사회적 자본으로 들어왔다. 진료사업소의 경영안정이나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조합원들의 활동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이 양자가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조합원의 참여로 사회적 자본이 늘어나면 더 제대로 된 협동조합이 될 것이다.

안산의료사협 '발로뛰어 봉사단'은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매주 2회 밑반찬을 제공하고 사랑의 밥차, 노인건강지킴이, 이·미용 봉사, 건강체조 봉사 등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안산의료사협]

- 사회가치연대기금과 커뮤니티케어 타운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일종의 자산화 전략이기도 한데, 서로 조건이 되면 8층 규모의 건물을 매입하려고 논의하고 있다. 병·의원, 재가센터가 들어가고 실제 커뮤니티케어라고 칭할 수 있는 빌딩을 계획하고 있다. 거칠게 잡아서 건물매입비가 100억원 정도, 세팅비가 30억원 정도 들것 같다.

협동조합 원칙에 보면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 있다. 안산에도 생협부터 여러 사회적경제조직이 있다. 다들 자산형성에 애를 먹고 있고 실제 운영하는데 임대료 비중이 너무 크니까 살아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세하고 소규모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지역에 잘 안착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안산지역 자산운용사 등도 지역에서 논의하고 있다. 안산의료사협이 규모가 크니까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의 사회적경제조직들과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같이 고민하고 있다.

- 추진한 '365노인 건강·복지·돌봄 네트워크' 사업이 정부 커뮤니티케어의 초기 모델이 됐다. 이번에 안산시를 통해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노인분야) 공모에 신청을 마치고, 결과는 4월 초에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선도사업 과정을 보면서 아직도 중앙정부가 권한을 너무 많이 쥐려고 한다고 느꼈다. 다양성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정부가 사업을 해야 하는데 획일화된 모형으로 똑같은 것을 이식하려고 한다. 커뮤니티케어는 사람 중심, 수요자 중심이다. 의료사협, 의사회, 약사회, 복지단체, 주거 운동하시는 분 등이 큰 협력체계를 이루고 거기에 지자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는 너무 중앙정부 중심으로 가고 있다.

선도사업 계획서를 보면 아예 25가지 조건을 정해줬다. 이 조건을 다 충족해야 한다. 저희도 어떠하든 서류를 꾸며서 내긴 했는데... 두 가지 문제점을 얘기하고 싶다.

첫 번째는 도시의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안산시 인구가 75만명이다. 한 동이 평균 3만명이다. 안산시 한 동의 인구가 유럽의 한 도시와 맞먹는 규모다. 안산에서도 선도사업은 지역자원이 풍부한 동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꼼꼼하게 대상자를 발굴하고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굴려보면서 확대해야 하는데 무조건 안산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라고 한다. 농촌형 도시 같이 인구가 적은 곳은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 있겠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곳은 동 단위 행정구역으로 좁혀서 실행했으면 좋겠는데 안 된다고 한다.

각 도시는 각각의 조건이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안산시에는 어떤 자원이 많고 노인분야에서도 어떤 강점이 있으니 이런 점을 먼저 중심에 두고, 남양주시는 남양주시의 특성대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사업방식을 구상하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같이 획일적으로 분야(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를 정해놓고 '노인으로 할래, 노숙자로 할래, 노인으로 하려면 이런 사업을 해라'라고 정해놓으면 안 된다.

- 제도적으로는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나?

현재는 병원을 찾아가서 진단을 받든 처방전을 받든, 병원에 가야 수가가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예방활동이나 방문의료는 적용이 안 된다. 의료사협은 사전예방 차원에서 노인이나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예방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사전보건예방활동은 정부의 막대한 사후 비용을 절감케 하고 개인 수요자 삶의 질을 높인다. 이런 좋은 서비스가 현재 의료법이나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경제적으로 환산이 안 된다.

예방활동이나 방문의료서비스가 보편화돼야 모두가 건강한 도시, 모두가 건강한 국가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쉽게 말해, '좀 더 가난해져, 그러면 지원해줄게'라는 복지방식처럼 건강 쪽도 마찬가지로 '좀 더 확실히 아파, 그러면 보험 적용해줄게'라는 방식이다.

사전예방보건활동이 좀 더 활성화되도록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필요하다. 간호조무사나 의료진이 아니더라도 기초적인 지역주민들이 교육을 받아 동네에서 사전보건예방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다.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이 어르신의 가족관계는 이렇고, 요즘 심리상태가 저렇고, 이런 게 필요하고' 등등을 세세히 알기 어렵다. 주변에 사는 이웃들이 제일 잘 안다.

우리 동네에 사는 주민이 건강예방교육이나 상담교육을 받아 동네 주민들을 상담하고, 거점센터가 그 상담사례를 DB화하면 일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된다. 마을 단위의 자립적 커뮤니티케어 체계 수립이 정책적 목표가 돼야 한다.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 커뮤니티케어에서 도시재생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료를 보면, 치매가 있더라도 케어 할 수 있는 자원들이 옆에 붙고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왔다 갔다 하면 치유 확률이 높아진다. 도시재생과 연결해서 거점공간을 만들고 동네에 작은 건강사랑방을 곳곳에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노후주택을 간이케어센터로 만드는 거다. 일반연립주택을 안심케어주택으로 전환하는데 300~400만원 정도 든다. 문턱을 없애고 어르신들이 다니기 편하게 옆에 바도 달고...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의외로 마을에 공동체 활동을 할만한 곳이 없다. 안산의료사협에는 21개의 건강 소모임과 자조모임이 있다. 라인댄스 모임에 24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춤 연습을 하려고 해도 5명만 들어가면 꽉 찬다.
 

안산의료사협 라인댄스 소모임 공연

예술과 스포츠 활동은 실질적으로 어르신들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건강을 위해 합창, 무용, 요가, 책모임, 화훼치유프로그램, 예술치유프로그램, 운동치료센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공간이 필요하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타운 같은 거점센터가 안산에 4곳 정도 필요하고, 소규모 건강사랑방이 한 거점센터마다 50개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도시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이미 마을만들기로 역량을 만들어 온 곳이 있고 보건의료 쪽으로 민간역량을 키워 온 곳이 있다. 부문의 운동을 지역사회라는 한 공간적 거점으로 묶어 주는 게 커뮤니티케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공급자가 각자 찾아가서 '우리가 검진해줄게요, 우리가 집도 고쳐줄게요' 했다면, 이제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이분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총괄적으로 파악해서 바로 인근에서 이웃 관계처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거점공간이 꼭 필요하다. 도시재생이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맞춰 도시가 대응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공간적 지원을 제대로 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 얼마 전에 대한의사협회가 커뮤니티케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역에서 커뮤니티케어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할 텐데...

지역에는 의사회, 약사회, 간호조무사회, 요양보호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나름대로 각자의 사업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지점이 있다. 사실 사업을 구현하는 것보다 도시 전체를 위한 커뮤니티케어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통합하고 협력하게 만드는 과정이 훨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다.

복지부 지침을 보면 지자체에 담당부서를 만들라는 내용만 있을 뿐 테이블을 운영하는 사람들, 즉 이해관계자들 조정에 대한 부분은 빠져있다. 시장의 논리로 볼 때 영역이라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우리 시장에 너희가 왜 들어와? 우리만 하면 되는데?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해!'

각자 하나의 생계수단이니까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협력체계를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토론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케어는 서로의 영역 침범이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보탬이 된다고 따져줘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중앙부처가 한데 모이기 힘들고, 지자체 관련 과가 모이기는 더 힘들고, 민간의 영역이 모이기는 더더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새롭게 협력체계를 만들기보다 보건복지부 쪽의 기존 협의체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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