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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살아있는 나라, 카메룬의 씁쓸한 맛[아프리카 음식 기행②] 카메룬의 정치적 갈등과 대표 음식 '은돌레'
  •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 승인 2019.03.0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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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은 조금 생소한 나라일지 모르겠다. 어쩌다 세계적인 축구 경기가 있을 때 간혹 이름을 듣는 정도가 아닐까. 카메룬은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에 붙어 있지만, 분류 상 중부 아프리카에 속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서부는 대개 저지대여서 사막 기후나 해양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데, 카메룬은 다르다. 해발 4,040m 높이의 활화산이 있어 지형과 기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아프리카의 미니어처’다. 아프리카 대륙에 나타나는 모든 기후가 카메룬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덕에 카메룬은 각 지역에서 나는 식물군이 다르다. 북서부는 구릉지역이기 때문에 버섯을 비롯한 고랭지 채소가 많이 나고, 중부 저지대에서는 카카오를 비롯해 땅콩 등 키 작은 식물들이 주류를 이룬다. (카메룬은 카카오 생산량이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카카오 생산지이기도 하다.) 남서부 쪽에는 높은 산이 있어 뿌리 작물이 많이 나고, 동쪽은 우림 지대라 열대과일과 한해살이 초목이 잘 자란다.

 

각 지역에서 먹는 음식도 모두 다르다. 카메룬은 내 경험 안에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 가장 다양한 전통 음식을 가진 나라이다. 주요 탄수화물원은 카사바, 얌, 코코얌 등 뿌리 작물인데, 한국의 마와 친척 쯤 되는 식물들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지역에 따라 먹는 방식이 다르다. 중부에서는 얌이나 카사바 가루로 질척한 반죽을 만들어 소스를 뿌려 먹고, 남부에서는 코코얌을 익혀서 으깬 다음 말린 생선 등 다른 재료를 넣고 바나나 잎에 싸서 익혀 먹는다.

 

오른쪽 반죽이 ‘푸푸’ 또는 ‘쿠스쿠스’라고 부르는 음식이다. 카사바, 얌, 코코얌, 플랜테인 등 전분으로 이루어진 작물의 가루로 만든다. 여기에 다양한 소스나 스튜를 곁들여 먹는다. 카메룬 일부 지역에서 ‘쿠스쿠스’라고 부르는데, 북아프리카 음식인 파스타의 일종 ‘쿠스쿠스’와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사진 출처: https://www.okayafrica.com/types-of-african-fufu-stew-pounded-yam-ugai/)

 

카메룬 남서부 음식인 ‘콰코코바이블’. 코코얌을 잘 으깨어 팜유와 말린 생선 등을 넣어 반죽하고, 이것을 바나나 잎으로 싸서 익힌 음식이다.

 

카메룬의 대표적인 음식은 수도가 위치한 중부의 음식이다. 특히 카사바 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바나나잎으로 싼 뒤 익힌 ‘바똥드마뇩’과 은돌레라는 식물의 잎을 다져서 소고기와 간 콩 등과 함께 볶은 요리인 ‘은돌레’가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은돌레는 지역에 따라 다른 식물로 대체되어 변주되곤 한다. 각 지역에서 잘 나는 잎 채소를 다져서 볶는 것이 일반적인 요리법이다. 대개 완성된 요리가 엇비슷해 보여서 익숙하지 않으면 먹기 전에는 그 음식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맛을 보면 주재료가 되는 잎 채소의 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수도인 야운데의 음식이자 카메룬의 대표 음식인 은돌레는 약간 씁쓸한 맛이 난다. 은돌레의 씁쓸한 맛과 콩의 담백한 맛, 소고기의 풍미가 더해져 은돌레의 입체적인 맛을 완성한다.

 

카메룬의 대표적인 음식인 ‘은돌레’. 은돌레라는 잎채소와 콩, 소고기 등이 주재료이다.

 

카메룬은 지금껏 아프리카 다양성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앞서 소개한 기후와 음식의 사례가 그렇고, 이런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 많은 소수 민족들이 큰 갈등 없이 어우러져 살아온 역사가 그랬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내전은 겪은 많은 나라들이 민족 갈등에서 그 문제가 시작된 데 비해 카메룬은 200개가 넘는 민족이 한 나라를 이루어 살며 특정 민족이 대립한 역사가 없다. 하지만 최근 카메룬도 소리 없는 아픔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어와 불어 언어권 사이의 대립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메룬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영어와 불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는 국가다. 10개의 주 중에 8개의 주가 불어권이고 2개의 주가 영어권이다. 이 기묘한 동거의 이유는 식민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카메룬이 독립 국가로 탄생하기 이전, 식민지 시대에 영토의 일부는 영국, 일부는 프랑스가 식민 통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립 이후 영국 통치 아래 있던 지역의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카메룬으로 하나가 되는 안을 선택해서 오늘날의 카메룬에 이르렀다. (또 다른 안은 해당지역이 접경국가인 나이지리아에 편입되는 안이었다.)

 

1960년에 독립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이나 종교로 인한 내전은 전혀 없었지만, 사용 언어가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은 쭉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정치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발전된 이유는 현 대통령이 영어권을 계속해서 소외시키는 듯한 선택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영어권 최대 도시인 바멘다는 수도 야운데, 상업 도시 두알라의 뒤를 잇는 규모의 도시이며, 농업과 교육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주요 도시에조차 도로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거나, 영어권 지역 출신들은 중앙관료에 등용하지 않는 등 차별적 처사가 이어지자 영어권 주민들이 독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현 정부에 반기를 들게 된 데는 다른 내막도 있다. 카메룬의 현 대통령 폴 비야는 지금까지 무려 37년 동안 독재를 이어오고 있다. 독재 기간으로 따지자면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독재자다. (얼마 전 짐바브웨의 무가베 대통령이 퇴진하면서 이제 폴 비야보다 오래 집권한 대통령은 적도기니의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가 유일하다. 그는 40년째 집권 중이다.) 이 때문에 영어권 주민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독립이 아니면 이 차별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강경해서, 영어권 지역 내 통신을 끊어버리고 관공서를 폐쇄하는 등 극단적인 단절책을 쓰고 있다. 간간히 유혈 사태도 이어지고 있어 카메룬 내 영어권 지역인 북서부와 남서부는 2019년 3월 현재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철수권고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카메룬의 대표성이 화합과 조화가 아니라 식민과 독재의 뼈아픈 역사로 돌려질까 걱정이 앞선다. 카메룬의 대표음식, 은돌레의 쓴 맛이 다른 재료와 어우러져 감칠맛으로 남듯이 카메룬의 갈등도 더 견고한 화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이길 빈다. 부디 쓰디쓴 역사가 카메룬을 뒤덮지 않기를.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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