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이 재개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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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이 재개되길 바라며
[라이프인ㆍ생명안전 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4.16연대 공동대표)
  • 2019.03.04 18:20
  • by 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4.16연대 공동대표)

 

지구의 반대편 우루과이에서 3000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으로 ‘오션 인피니티’사의 심해 수색선 ‘씨베드 컨스트럭터 호’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출항한 것은 지난 2월 8일이었다. 만 6일을 달려서 사고해역에 도착한 수색선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 전 마지막 신호를 보냈던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에 들어갔다. 4일 만에 수심 3천4백 미터 깊이의 바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일부를 발견했고, 항해기록저장장치인 VDR(블랙박스)을 발견해 수거했고, 유해도 발견했다. 그런데 심해수색선은 더 이상의 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한국에서 외교부 등의 관료들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대표가 급히 출국해서 심해수색선 선사와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사진출처-외교부

 

대서양 한 복판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를 심해수색한 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그 심해수색을 통해서 VDR을 수거한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2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이뤄진 진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가 침몰할 경우 수색도 대충 하고는 종료해왔고, 인양은 더더욱 시도조차 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나라도 달라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끈질긴 요구와 투쟁이 있었기에 세월호가 인양되었고, 선체에서 미수습자 수색을 진행했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위해서 지금도 조사 작업 중이다. 거기에 스텔라데이지호에 대한 심해수색마저 이뤄지고 있으니 해상사고에 대처하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스텔라데지이호 블랙박스 수거의 의미
그런데 문제는 있다. 왜 유해까지 발견한 심해수색선이 수색을 더 진행하지 않고 철수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더 필요한가?

먼저, 심해수색선이 철수하게 된 배경에는 그 배에 탑승한 정부 책임자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듯싶다. 이 작업을 책임져야 할 외교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승선 요구를 끝내 거부해서 그 배에는 해수부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원과 실종자 가족 대표만 동승했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책임지고 작업을 지시하고, 감독할 정부 책임자가 없었던 것. 수색선 책임자는 유해 수습은 계약사항이 아니고,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면서 철수했다지만,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다가 철수한 점도 있다. 정부는 이후 과정에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직까지도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에 대해 해당 부서의 관료들의 태도는 마지못해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둘째, 블랙박스를 제대로 복구하고 조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거된 블랙박스를 국내로 반입할 게 아니라 실력 있고, 공정성이 있는 해외 기관에 의뢰해서 진행해야 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블랙박스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에 반대한다. 세월호참사 때 각종 증거기록을 조작하고 훼손했던 점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외국기관에 맡겨서 제대로 복구해야 침몰원인을 알 수 있고, 그래야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더해서 확인되지 않은 구명벌 2척의 존재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심해수색을 통해서 침몰한 선체의 현 상황을 알 수 있게 3D 모자이크 영상 촬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침몰원인을 확실히 알아낼 수 있다.

셋째, 유해 수습에 나서야 한다. 세월호를 인양해서 뻘을 제거하고 미수습자의 뼈 한 조각이라도 수습하고자 했던 정부의 의지가 여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수심이 워낙 깊기 때문에 인양 자체까지는 못한다고 해도 이미 확인한 유해를 수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생존한 선원들은 조타실 내에 15~6명의 선원들이 오렌지색 방수복을 착용한 채 모여 있었다고 한다. 오렌지색 방수복과 유해를 발견한 지점 근처를 더 수색한다면 다른 유해들도 발견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유해를 발견해야 가족들은 뒤늦은 장례라도 치르고, 그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주지 않겠는가.

넷째, 수거된 블랙박스와 유류품들을 철저하게 검증해서 선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사는 이번 침몰사고로 4천만 불(약 440억 원)의 선체보험금을 보험사로부터 수령했다. 선사로서는 해상 침몰사고가 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손해가 아니라 이익인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사에만 스텔라데지호와 똑같이 노후한 선박을 일본에서 사들여 개조한 배가 6척이나 더 있다고 한다. 언제고 침몰할 위험성을 안고 달리는 화물선을 언제고 그냥 놔둘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선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그래서 제2, 3의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불행한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

유해도 수습, 진상규명이 우선 과제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선적하고 출발한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건 약 2년 전인 2017년 3월 31일이었다. 이날 한국에서는 세월호가 약 3년 만에 인양되어 목포신항에 도착했고, 세월호 인양에 의지가 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던 날이었다. 곧 이어진 대통령 선거로 스텔라데이지호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 사라졌다. 그 배에는 선원 24명이 타고 있었는데 2명만 탈출했다. 대한민국 국민 8명을 포함한 22명은 그 바다에서 지금까지 실종 상태다.

지난 2년 동안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끈질긴 요구와 시민들의 호응, 그리고 1호 민원으로 접수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없었다면 스텔라데이지호는 2014년 베링호에서 침몰한 오룡호의 운명처럼 심해 속에 묻혔을 것이다. 최초의 심해수색을 통해 블랙박스를 수거한 마당에 이제 한 발만 더 나갔으면 좋겠다. 연근해이든 대서양, 태평양이든 어디든 대한민국은 실종된 국민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계기를 만들자. 그래야 우리는 조금은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멀리 대서양에서 심해수색을 재개했다는 소식을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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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인권재단 사람 소장/ 4.16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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