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빈 공간이 지역복지의 중심이 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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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빈 공간이 지역복지의 중심이 된 비결은?
인구감소지역, 생협 빈 매장이 동네 ‘사랑방’이 되다 - 일본 ‘생활협동관 나카요시’
  • 2019.02.19 19:44
  • by 이은선(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

저성장, 고령화, 인구 감소는 지방 소도시 고령자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슈퍼나 매장이 철수하면서 장을 보러 차를 타고 한 시간씩 가야 한다거나 독거노인 증가와 이웃 간의 유대 약화로 인한 소외 등이 일본에서도 사회문제로 된 지 오래다.

오늘 소개하는 ‘생활협동관 나카요시’ 사례는 생협 조합원과 지역의 고령 주민이 주체가 되어 장보기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서로 도우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 가는 사례로 일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05년 NPO법인으로 설립된 생활협동관 나카요시.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츠카코시 쿄코 이사장, 앞줄 왼쪽이 쿠마키 야스오 부이사장

 

생활협동관 나카요시가 있는 히타치나카시는 일본의 경제와 사회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히타치제작소가 들어서면서 500호 규모의 주택단지가 조성되었다. 역에서 3.5km 정도 떨어져 있어 분양과 동시에 주변에 슈퍼와 병원, 은행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 시설들이 일제히 생겨났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슈퍼와 금융기관이 철수하기 시작했고 2004년 5월에는 현 생활협동조합 팔시스템이바라키의 혼고다이 매장마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생협 매장마저 철수하면 자동차가 없는 어르신들은 장을 볼 데가 없다는 민원이 이어지면서 생협 활동을 하던 조합원을 중심으로 폐점한 매장 터를 재이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조합원들은 주민들과 매장 터 이용 검토위원회를 만들고 먼저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장보기에 대한 불안과 함께 취미강좌나 문화강좌, 체조, 재활 등에 대한 요구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원들은 생협과 논의 테이블을 만들고 조합원과 주민이 직접 운영한다는 조건으로 리모델링 비용과 3년간 무상 임대, 그리고 저렴한 월세로 임대해 줄 것을 생협에 요구했고 팔시스템이바라키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매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운영해 나갈 사람이었는데, 위원회는 함께할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공고를 냈고 무려 50~60명가량이 응모해왔다. 이렇게 해서 2005년 10월 ‘만남’ ‘삶의 보람’ ‘서로돕기’를 테마로 한 NPO법인 ‘생활협동관 나카요시’가 출범을 하게 되었다.

 

생활협동관 나카요시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츠카토시 이사장과 쿠마키 부이사장

 

100평 정도 되는 매장은 칸막이로 판매 공간, 휴게 공간, 렌탈 박스, 정보게시 공간, 식당, 어린이 살롱 공간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다.

판매 공간에서는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뿐 아니라 직접 만든 반찬도 판매하고 있다. 식료품은 대부분 지역 농가나 지역 업체(우유, 두부, 쌀 등)에서 매입하고, 지역 복지시설에서 만든 빵이나 과자, 수공예품, 잼 등도 판매한다. 나카요시를 방문했을 때 함께 자리해주신 쿠마키 부이사장은 “나카요시가 우리집 냉장고다”라는 말로 얼마나 나카요시가 당신의 생활과 연결되어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한쪽에는 회원이 개인 소장하고 있는 물건이나 안 쓰는 물건, 핸드메이드 비누, 패브릭 제품 등을 가져다 파는 렌탈 박스가 있다. 월 1000엔의 임대료를 내면 약 30cm✕30cm 정도의 공간을 빌려서 이용할 수 있다.

 

 

고령화가 심해져서 시설을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의 가사지원이나 생활상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한 생활서포트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도시락배달사업, 외출지원(차량운행), 월 1회 식사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카요시의 회원은 정회원이 88명, 찬조회원이 341명이다. 대부분 단지 내에 거주하는 고령자이다. 나카요시를 지탱해 주는 자원봉사자는 약 90명 정도 되는데 평균 연령이 65세이다. 판매장 계산원, 요리, 매입, 문을 여닫을 때의 셔터 맨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문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카요시는 봉사자가 운영자이자 이용자이며, 도움을 주는 사람이면서 도움을 받는 사람이다. 유상자원봉사자들에게는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하는데 시간당 240엔으로 일반 아르바이트 시급의 1/4 수준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봉사나 보람을 위해 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나카요시를 이용하는 연간 이용자 수는 80,066명이며, 1일 이용자수는 약 259명에 이른다(2017년 기준).

 

나카요시를 운영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평균 연령은 65세이다.

 

또 오픈 당시부터 생활협동관의 활동, 취미강좌 프로그램,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벤트 등 다양한 정보를 지역에 알리기 위해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다. 이 소식지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각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 2015년 11월 현재 257회가 발간되었고 격주로 발행하고 있다.

재원은 회비 이외에 위탁판매로 발생하는 수수료, 이용자들의 참가비 외에 공동모금회, 생협, 지자체 등에 응모하여 보조금을 받고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의 확대, 이웃과의 유대 약화 속에서 나카요시는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인 ‘먹거리’를 중심으로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걸어서 장을 볼 수 있는 매장이 있고, 언제든 방문해 차나 식사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체조와 취미도 즐길 수 있다. 독박 육아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은 식사도 하고 장도 보고, 육아 고민도 나눈다. 방과후 아이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대화도 나눈다. 그야말로 지역의 모든 사람이 만나는 교류 공간이다.

지역의 문제를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나가는 사례로 생활협동관 나카요시는 일본에서도 주목받으며 전국에서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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