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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음식 기행] 마사이 사람들의 음식, 냐마초마
  •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 승인 2019.02.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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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파리 투어’라고 일컫는 아프리카 초원 여행은 ‘역전앞’이나 ‘축구를 차다’처럼 의미 중복의 표현이다. ‘사파리’라는 단어가 ‘여행’을 뜻하는 스와힐리어이기 때문이다. ‘사파리’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가 ‘아프리카 초원을 가로지르며 야생동물을 보는 여행’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아프리카로 여행 온 여행자들에게 현지인들이 ‘사파리’라는 단어를 가르쳤을 테니 말이다.

 

'사파리 차량'을 타고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투어를 하는 모습. 케냐령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과 탄자니아령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이어져있는 광활한 초원이다.

 

우리가 사파리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케냐나 탄자니아의 국립공원은 본디 마사이 사람들의 땅이었다. 아프리카의 초원의 야생동물 서식지가 ‘동물들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탓에 마사이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듯 떠나야만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마사이 사람들은 유목 민족이고, 초원에서 비를 따라 이동하며 염소와 소를 키워왔다. 마사이 사람들은 경계를 짓고 사는데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국가가 들어서고 땅을 나누고 사유재산을 배정하는 ‘개발’의 과정에서 그들도 땅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이나 암보셀리 국립공원 주변에는 여전히 마사이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어깨에 마사이 망토(붉은 체크 무늬의 모포)를 두른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소와 염소를 치지만, 이전처럼 이동하며 살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무리를 이끌지는 못한다. 지금은 마사이 사람들도 많이 현대화되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원래 이들의 주식은 이들이 키우는 소와 염소가 전부였다. 동물에서 짠 젖을 마시고, 마사이 전사들은 갓 잡은 동물에서 흐르는 생피를 받아 마셨다. 고기는 잘 나누어 모닥불에 오랜 시간 동안 굽는다. 익은 고기는 적당히 썰어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고소하고 맛있다.

 

'냐마초마'를 굽고 있는 마사이 어르신들. 고기를 다루는 일은 남자들의 몫이다.

 

유목 생활에서 정착 생활로의 변화로 인해 마사이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바뀐 지 불과 수십 년이기 때문에 아직 마사이 사람들은 곡식이나 채소를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케냐의 보편적인 주식인 우갈리(옥수수 가루를 개어서 익힌 반죽)나 키데리(콩과 옥수수를 푹 삶은 음식)를 먹긴 하지만 식단이 다양하지 못하다. 오히려 마사이 사람들의 음식인 냐마초마는 널리 전파되어 케냐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냐마’는 스와힐리어로 ‘동물’ 또는 ‘고기’라는 뜻이고 ‘초마’는 ‘굽다’라는 뜻으로, ‘냐마초마’는 ‘(불 위에) 구운 고기’를 뜻한다. 냐마초마는 특히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케냐의 음식이기도 하다. 직화구이이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다.

 

마을 잔칫날 냐마초마를 굽는 모습. 두세시간 동안 은근한 불 위에서 익히면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한 구이가 완성된다

 

냐마초마 뿐 아니라 외지 관광객들이 열광하는 ‘아프리카스러운 것’들은 많은 부분 마사이의 문화이다. 마사이 전사의 모습과 그들의 생활, 마사이 사람들의 장신구와 복식, 나뭇가지와 동물의 배설물로 뚝딱뚝딱 짓는 집까지 모든 것이 아프리카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심지어 케냐는 국기의 한가운데 마사이 전사의 창과 방패까지 들어있다. 마치 마사이 사람들이 케냐 또는 동아프리카 인구의 대다수일 것 같지만 사실 이들은 소수민족이다. 케냐만 따지더라도 그 비율이 고작 2%대에 머무른다.

 

식당에서 냐마초마를 주문해서 먹는 모습. (출처: http://www.jambonewspot.com/nyama-choma-and-tusker-beer/)

 

이 2%도 되지 않는 마사이 사람들이 전세계 사람들을 케냐로, 아프리카 대륙으로 불러들인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보상은 무엇일까. 초원을 누비던 자유를 빼앗기고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동물들은 ‘보호’라는 명목 하에 경계 안에서의 자유를 얻었지만 마사이 사람들은 그 덕에 경계 밖에 발 묶이는 부자유의 상태가 됐다. 여행 중에 만난 한 마사이 청년은 ‘마사이 사람들은 현재를 산다’라고 표현했다. 과거를 돌이켜 보지도, 미래를 넘겨다보지도 않는다는 거다. 가진 땅과 소를 다 팔아버리고 받은 돈으로 술독에 빠져 있다는 사람, 아무 것도 모르고 살던 터전에서 밀려나 난민처럼 살고 있다는 사람들의 짠 내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용히 분노했다. 개발의 시대에 적응하는 마사이 사람들의 생활은 초원에서의 그것보다 거칠기 짝이 없다. 사람들은 삐걱거리며 변한 환경에 자신을 맞춰간다. 이들의 삶은 이미 졸여질 대로 졸여져 이미 짜기 그지없다. 염소 한 마리만으로도 행복했던 그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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