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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사회가치연대기금'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김정현 기금사업실장 인터뷰
  • 공정경, 이진백 기자
  • 승인 2019.02.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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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기에게 100m 달리기에서 순위 안에 들어가라고 다그치는 사람이 있을까? 한 살배기 아기가 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다려야 하는 절대적 시간이 있다. 사회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사회 시스템도 생명체와 같아서 무언가가 새로 태어나 성장하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지난 1월 23일 사회적 금융의 큰 물줄기가 될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출범했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형태의 기금이다.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탄생한 사회가치연대기금이라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고 기대또한 크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있지만, 사회가치연대기금이 제대로 자리 잡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갓 출범한 사회가치연대기금이 무엇을 중심에 두고 있고, 어떤 사업에 집중할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김정현 기금사업실장을 명동에 위치한 연대기금 사무실에서 만났다.


- 사회가치연대기금은 다른 사회적 금융과 무엇이 다른가?

두 가지가 다르다. 첫 번째는 도매기금이고 두 번째는 직접금융시장의 최종위험부담자 역할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이 결합한 기금이기에 기존의 영역과 겹치지 않는다.

모든 금융에는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이 있다. 금융은 최종적으로 누가 위험부담을 하느냐가 이슈다. 대출시장, 즉 예·적금으로 대출을 하는 간접금융에서는 신보와 같은 보증기관이 최종위험부담기관을 맡는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투자시장, 즉 직접금융에서는 최종위험부담자가 없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직접금융시장의 최종위험부담자 역할을 한다. 시민자산화나 소셜주택 등 임팩트 프로젝트를 하려면 직접금융과 간접금융이 섞여야 금융이 완성된다. 100% 간접금융, 100% 직접금융은 없다.

은행이 리스크가 있어도 대출할 수 있는 이유는 보증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최종적으로 보증기관이 책임을 진다. 직접금융에서 최종위험부담자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 임팩트 프로젝트에 여러 주체가 투자했는데, 만기는 다가오고 회수가 안 되면 어떻게 할 거냐? 그럴 때 사회가치연대기금이 떠안아주는 역할을 한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이 후순위로 들어가 최종위험부담자 역할을 하면 기업이나 지자체도 투자하기 좋은 여건이 된다.

- 사회가치연대기금은 도매기금으로서 소매금융인 중개기관에 자금을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중개기관의 조건은 무엇인가?

전국에 거점별로 대표 중개기관을 육성할 계획이다. 중개기관의 범위는 세 가지다. 첫 번째로 신협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 두 번째로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이나 신나는조합 같은 기존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세 번째는 PEF 운용사다. 쉽게 말해, 자생적으로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한국사회혁신금융, 크레비스 등은 창업전문 PEF 운용사로서 중개기관이다. PEF 운용사는 유지자본금 1억 이상, 전문인원 2명, 실제 운영인원까지 3명 정도면 PEF 운영사를 만들 수 있다. 운용사는 펀드가 있어야 한다. 펀드가 없으면 운용사가 아니다. 펀드가 없으면 쫄쫄 굶는다. 아무리 교육받고 훈련받아도 중개기관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각 지역의 중개기관은 지역에 맞는 프로젝트를 해야 지자체와도 협력하기가 좋다. 지역의 숙원사업을 프로젝트로 만들고, 이를 위해 지역에 있는 중개기관이 등록을 받아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게 바람직한 모델이다. 기존의 중개기관들이 서울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이들이 지역에 관심이 많고 필요하다면 지역에 지점을 낼 수도 있다. 본점이 서울에 있든 전주에 있든 창원에 있든, 본점 소재지에 대한 제약은 없다.


- 모 언론에서 사회가치연대기금이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중개기관을 통하기에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에 대한 모호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개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염려가 있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기업들에 부담이 돌아간다고 언급했다.

기사를 봤을 때 중개기관이 중간에 끼어있으니 사회가치연대기금이 책임을 중개기관에 떠넘길 수 있다고 하는데, 아까 설명했듯이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최종위험부담자 역할을 한다. 중개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운용이나 투자의 모럴해저드는 한가지다. 내가 표현한 목적대로 운용을 했느냐 안 했느냐이다. 펀드의 목적과 설계는 명확히 문서화한다. 펀드를 운용하다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손해가 났다고 모럴해저드가 아니고 약속한 대로 하지 않은 것이 모럴해저드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기업에 출연을 요청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서 기업들이 볼 때 '사회가치연대기금을 보니까 잘하네, 저기다 돈을 넣으면 내 브랜드가 높아지겠네'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런 정도의 상황을 만들고 싶다. 

처음에 금융기관들이 주도적으로 출연하는 이유는 사회적 금융이라는 생태계를 새로 만드는 일이고, 사회적 금융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태계를 완성하는데 금융기관이 십시일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2019년 준비 중인 사업이 9가지다. 무엇을 중심으로 계획했나?

(△성장사다리펀드, 모태펀드 등과 공동 상품 기획 및 출시 △기존 사회적금융중개기관(신나는조합,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사회연대은행 등)과 공동상품 기획 및 출시 △사회적경제연대지방정부협의회 등과 SIB 사업 기획 추진 △각 지역 기반 기금들과 지역시민자산화 사업 공동기획 및 실행 △의료사업 커뮤니티케어센터 사업 협의 △사회주택 관련 정책기관들과 소셜주택 활성화 금융 협의 및 실행 △노동자협동조합 BTS사업 지원 협의 △각 산업군별 자조기금과 연대사업 기획 △지역별 대표 중개기관 PEF 운용사 등록 지원)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시스템을 만드는 돈이다. 중요한 핵심은 가장 많은 사람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은 수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기준으로 한다. 이 기준으로 최종수여자까지 가는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를 계속 고민한다.

9가지 사업 중 지역시민자산화, 커뮤니티케어센터, 소셜주택 사업은 많은 사람이 체감할 수 있고 미래의 복지자산을 쌓는 사업이다.

사회적경제는 이제 규모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그동안 키워드로 떠돌았던 시민자산화, 사회주택, 노동자소유기업으로의 인수전환 등을 프로젝트로 하겠다는 민간주체들이 나오고 있다. 시민이 체감하는 수준까지 규모화 하겠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경제영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과제들을 임팩트 프로젝트로 풀어보려고 한다.

각 지역에 대표 중개기관을 허브로 만들어 지역 사회적경제 쪽으로 자금이 더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임팩트 프로젝트도 전국단위보다 지역단위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조성되도록 하려 한다. 지역의 민간주체들과 지자체가 협력해 프로젝트 계획을 세워 언제든지 제안하길 바란다.


상반기에는 기존 사회적금융 중개기관과 공동상품을 설계해서 전국화시키는 사업, 성장사다리펀드, 모태펀드 등과 공동 상품을 설계할 예정이다. 정부가 성장사다리펀드나 모태펀드를 만들었지만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사회적경제조직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동 상품을 설계하고, 중개기관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필요한 교육이나 컨설팅에 자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 제도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중개기관 육성을 잘하는 것이 사회가치연대기금이 잘 되는 길이다. 중개기관 육성과 관련해 정비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으로 지자체 기금의 민간위탁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가 직접 기금을 운용하면서 유연성이 떨어졌다. 선순위로만 해야 하고 100% 원금보전을 해야 하는 방식으로 뿌려지고 있다. 지자체 기금을 받은 입장에서는 책임은 다 지면서 자율성이 없어진 상황이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의 사업계획서 안에는 제도개선, 정책건의, 기획, 교육, 연구가 다 들어가 있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빈 곳은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하는 개념으로 만든 기금이다.

 

공정경, 이진백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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