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생활안전 뉴스
산안법 개정은 이제 시작 … '위험의 외주화' 이제 그만!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지난해 12월 27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28년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재적의원 185명 중 찬성 165표, 반대 1표, 기권 19표이었으며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안법 전부개정안은 1988년 문송면·원진레이온 투쟁의 성과로 개정된 산안법 이후 28년 만이다. 

통과된 산안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평가하고 이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지난달 31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문송면원진산재사망30주기추모조직위원회, 반올림, 생명안전시민넷,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사회를 맡은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는 "이 법안 자체의 평가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과제를 가지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는 말로 서두를 열며 토론을 이끌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의의와 과제'라는 주제로 첫 발제를 진행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개정된 산안법의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말하기에 앞서 개정안에 대한 해석은 정부의 입장, 현장 작동에서의 실질적 문제들이 다 취합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발제문에 정리된 내용은 현재까지 파악, 판단하고 있는 입장으로 이해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최 실장은 법 개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며 "개정 산안법은 원청업체에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과 의무를 대폭 강화했으며, 위반 시 처벌도 크게 강화됐다. 또한 사내 도급 범위도 크게 제한되는 등 현실에서 보면 한걸음 나아간 것이지만 실질 적용받는 업무와 실효성 확보에는 제한적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산안법 전부개정 주요 내용은 ▲법의 보호범위 확대 ▲사내도급 금지 및 승인 ▲원청의 책임범위 및 처벌수준 강화 ▲작업중지 ▲건설업의 산업재해 예방 ▲화학물질 독성정보 정부 보고 및 영업비밀 제한  ▲기업 처벌 강화 ▲기타 ▲조문체계 구성 변화 등 크게 9가지로 나뉜다.

최 실장은 개정 산안법의 평가와 과제로 △'도급금지'를 도입한 것 자체는 굉장히 큰 정책방향 선회이지만, 그 대상 업무가 22개 사업장 1000여 명에 불과해서 극단적으로 협소하다며 시행령 위임도 없어 추가 확대하려면 이후 입법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청책임'은 다단계 하청에 대한 원청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 책임을 강화하는 실질적 제도개선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고,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해서 '하한형 처벌'과 '중대재해 기업처법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일하는 사람으로의 보호대상 확대'는 보호범위가 확대 되었지만 이후 대상범위 규정이나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개사업주의 산안법 준수여부를 실질이행하는 방안에 개입을 강화하고 그 대상의 확대에 대한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부 보고제도와 영업비밀의 제한'과 관련해서는 사업장부터 실질 이행되도록 강제해 나가고 영업비밀 사전심사승인에서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 참여의 보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작업중지권과 건설업 발주처 책임강화'에서는 사업주 단체의 요구에 밀려 '급박한 위험에 대한 노동자의 작업 중지에 대한 사업주의 불이익 처우에 대한 형사처벌' 도입이 삭제된 것은 강력히 규탄 받아 마땅하다며 누락된 형사 처벌 조항을 신속히 추가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법 개정안은 그 동안의 노동자 투쟁의 성과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자 참여의 확대를 위한 노력이다. 산안법 개정안이 이후 현장에서 이행되느냐 마느냐 하는 가장 관건적인 요소는 노동자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올해 하위법령 개정 개입과 더불어 노동자 참여확대 실질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중심으로 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검토'란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진행한 박다혜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발제문은 산안법이 입법예고된 이후에 여러 절차들을 거쳐 축소되고 누락된 내용들에 관해 경과를 정리해 봤다. 이후 또 다른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검토하고 기억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해서 개정법에서는 크게 3가지의 내용이 있는데, '원청의 책임'의 경우 범위가 확대·강화가 됐고, '도급 제한'은 강화된 부분이 있고, '원청의 법위반에 대한 처벌'은 강화·명확화 된 부분이 있으나, 이러한 3가지 때문에 과연 통과된 개정법이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에는 한계들이 있어 그렇게 부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원청의 책임 강화'는 관련 정의 규정 신설, 도급인의 책임범위 및 안전보건조치의무 확대, 원청 책임 강화의 헌법적 근거 등 원청의 의무와 책임은 강화됐으나, 고용관계를 전제하지 않은 사업주 책임에 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도급 제한 강화'는 일부 특정 유해·위험작업에 대해 도급을 '금지'하는 근거가 이번 개정법에서 신설됐고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 규정이 포함된 것은 다행이나, 적격 수급인의 자격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 불이행시 제재 규정이 부재한 문제는 계속 남아 있어 이에 대한 해결과 유해·위험작업 제한 범위 확대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원청의 법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는 원청의 법상 조치의무 위반으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단순한 조치의무 위반이 안닌 사망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케 한 자에게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하는 경우, 200시간 내의 범위에서 수강명령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새롭게 신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보호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안"이라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첫 토론자로 나선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작업중지권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하위법령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손 집행위원장은 "개정법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하며 "이에 대한 사업주 대상의 홍보와 교육, 노동자 대상의 사업장 안전교육의 필수 내용으로 다뤄 법개정의 취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행정적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은 노동자의 생명·신체의 자유와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발동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의 행사요건이나 해제요건이 사실상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다는 측면에서 이를 잘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개정법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만 작업중지 조치가 가능하다고 명시적으로 정하므로 이는 향후 관련법의 개정에 분명히 반영돼야할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은 "도급승인은 개정법에 신설된 것으로서, 정부는 안전 및 보건에 유해 하거나 위험한 작업중 시행령이 정하는 작업에 대해 도급을 승인하도록 했으나, 국회는 안전 및 보건에 유의하거나 위험한 작업 중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원안을 구체화했다"며 "행정부는 입법부의 법률 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없기 때문에 제59조 신설에 대한 국회의 뜻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개정안의 두 가지 핵심은,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조 수입자가 정부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했고(110조), 물질안전보건자료에 영업비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에게 사전심사를 받도록 한 것(112조)"이라며 "이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도급승인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하위법령 제정과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과 전문가들의 적극적 관여를 제안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산안법 전부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 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기업 처벌'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시작점으로 기업이 각종 범죄를 저질러도 왜 처벌받지 않는지, 왜 처벌받아도 솜방망이 처벌밖에 안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광범위한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입법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변화된 상황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과제로 ▲법률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 조성 ▲입법안 재정비 ▲대표 발의 국회의원 조정 등을 제시했다.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은 산안법 통과 이후 건설업 사망사고 감소를 위한 과제로 ▲발주처의 책임 ▲고용노동부의 감독 ▲사용자의 법 준수 의지를 꼽았다. 강 위원장은 "법을 개정하는 것 만큼이나,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준수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어 실질적으로 중대재해 및 사망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감독과 사용자의 법준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산안법은 적용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당초 정부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라 향후 개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백 기자  jblee200@naver.com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진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