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뭐하는 데냐③] 제로웨이스트(zerowaste)샵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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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뭐하는 데냐③] 제로웨이스트(zerowaste)샵 지구
상도동 매력탐구 시간 - 상도동 주민이 말하는 상도동
  • 2019.01.29 11:44
  • by 정설경(상도동의 매력을 샅샅이 캐고 있는 거주민)

상도동에 ‘데뷔’한지 7년차. 초등학생 아이를 방과후 마을학교에 넣기 위해 순전히 ‘맹모삼천지커(뮤니티)’ 욕심으로 상도동으로 들어왔다. 얼마나 머물지 가늠하지 않았는데 7년차가 되었고, 오래 머물고픈 동네로 굳혔다. 무엇이 이토록 상도동을 붙들게 하는지, 이번 매력은 우리 동네 친환경작은가게 ‘지구’ 이야기. <글쓴이 주> 

 

지구를 품은 두 청년을 만나러 상도동 작은가게 ‘지구’를 정복했다. 이 곳을 꿈꾸고 설계한 김아리와 자칭 점원이라는 박병길, 둘은 친구사이다. 청년들이 모여 사무실을 공유하는 상도동의 청춘캠프에서 ‘지구’를 모의했다. 아리씨는 원래 친한경먹거리와 생활재에 관심이 많아서 미디어 활동을 하다가 과감히 이 길로 접어들었다. 아리씨는 새로운 제품아이템을 둘러보러 인도 출타중이어서 병길씨에게 ‘지구’를 접수한 이야기를 물었다.

 

 

지구를 구하는 10평의 가게 ‘지구’
이 가게를 주도적으로 상상한 아리씨는 식료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설정했다. 그래서 신선식품을 들여서 소량으로 판매했는데 찾는 이가 적어 줄일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신선식품을 더 높였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쓰레기 없는 무포장 식품을 취급하는 식료품점의 역할이 ‘지구’가게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소량의 식료품을 구매하고, 생태와 비건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까지 마음껏 장을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이 공간은 냉면집이었다가 오랫동안 비워 있었다. 목 좋은 이곳이 왜 비워 있을까, 청년주도형 동네가게를 인큐베이팅하는 ‘블랭크’ 청년들은 궁금했다. 건물주를 만나 “아무나 들이기는 싫고 이 건물이 오래도록 빛이 나는 업종이 들어왔으면 해서 신중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가게의 컨셉을 얘기하니 냉큼 계약이 성사됐다고. 상도동은 건물주도 다른가 보다. 토박이들이 많은 이 동네는 임대료를 흥정할 수 있는 점포가 있어 청년들이 ‘스타트업’할 수 있었다. 참신한 업종이 들어와 건물의 가치가 쌓이면 건물주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동네인 것을 또 발견했다. 청년들의 과감한 도전과 건물주의 좋은 바램이 맞아 떨어져 지구를 구하는 작은 가게가 2018년 10월 탄생했다.

 

 

장사는 잘 돼요? 
늦가을에 가게를 열었던지라 객수가 많지 않고 매출도 크지 않으나, 크게 어렵지도 않다. 작은 공간의 월세를 내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절친끼리 동업으로 시작한터라 둘이서 번갈아 가게를 지키고 별도의 인력을 쓰지 않는 것이 비용절감이 되고 있다. 친환경물품만 판매하면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카페를 병행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론 친한경물품을 파는 가게로 인정받고 싶다. 친환경물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몰도 계획하고 있다. 카페는 매출을 보완해 주고 있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소량이라도 구매하기 때문에 객수가 곧 매출을 의미한다. 친환경물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고객을 상대하는 유통업이라 까다로운 점도 많고 유통기한을 관리해야 하는 엄격함도 필요하다.

 

 

뻔한 친환경 제품을 넘어
어떤 마을기업의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에서 온 화장지를 대체한 헝겊티슈는 충격적이게도 핸드메이드 발명품이다. 우리가 화장지를 보편적으로 쓰던 시기는 불과 한 세대 정도일 것이다. 소창천과 가제손수건으로 웬만한 청결을 유지했던 기억을 되살려 헝겊으로 화장지를 대체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입혔다. 헝겊화장지를 만들어 낸 제주의 마을기업처럼 여기 가게에 입점하고 싶어하는 제품 생산자들이 많다고 한다. 제주 마을기업의 주인도 이 가게를 직접 방문해서 입점이 성사된 케이스. ‘지구’에 입점하려면 플라스틱 포장은 사절, 가급적 무포장이어야 한다. 탄소발자국이 짧은 국내산이면 좋겠고, 환경의 가치가 담겨 있으면 된다고.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맥
여기는 비건실천가들이 먹을 수 있는 간단 메뉴도 있다. 파니니 같은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레시피를 배웠다. 그럭저럭 반응이 있어서 즐겨 찾는 이들이 있다. 재료는 가급적 제로웨이스트의 가치에 맞게 조달하고 싶은데 대부분의 식재료들은 플라스틱에 담겨 있어 난감하다. 가까이 있는 성대시장은 전통시장인데도 웬만한 신선식품들이 랩이나 플라스틱을 입고 있다. ‘지구’가 들여놓은 나뭇잎 접시는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아이디어 친환경제품이다. ‘밀겨’로 만들어진 접시도 곧 출시하려고 한다. 그런데 기대만큼 이런 제품이 크게 호응 받고 있지 못하다. 시중의 일회용품이 갖는 가격의 강점을 제품의 가치가 넘어서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치중심으로 소비되면 이런 제품이 잘 팔려야하는데 가격을 뛰어 넘는 우위의 가치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지구’의 주인은 일상에서 친환경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배달음식은 ‘절대사절’, 찬합을 들고 가서 받아온다. 나무젓가락은 당연히 안 받는다. 배달 주문음식은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되어 우리는 당연하게 먹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지구의 불청객이 되었다. 지구에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살려면 장바구니와 텀블러는 필수 휴대품이어야 하고, 소량의 식품을 담아올 수 있는 작은 망주머니를 여러 개 갖춰서 장볼 때마다 ‘소비자 퍼포먼스’를 해 보면 어떨까. 치킨을 받으러 찬합을 가지고 갔더니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되었는데 이제는 당연하게 응대해 줄 만큼 이해가 높아졌다.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는 자그맣고 느리지만, 우리 주변을 바꿔가지 않을까.

 

‘지구’는 꾸준히 돌고 있다
일회용 컵과 빨대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가져가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게 아니라 실천에서 그 갈림길이 있다. 실제 ‘지구’는 대나무 재질의 컵에 옥수수전분 뚜껑, 그리고 빨대없는 테이크아웃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지금껏 불평하는 고객이 없단다. 처음엔 일회용품 자체를 안쓸까 여겼는데 그러면 친환경생활의 접근을 아예 막는 것이 될 수 있어 타협점으로 이런 재질의 일회용품을 쓰게 되었다. 이런 재료를 왜 쓰게 됐는지 알려내는 것이 ‘지구’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지 조그만 가게에 손님들로 인산인해(?). 내 어릴 적 시골의 작은 가게를 ‘점빵’으로 불렀다. 작지만 필요한 것들이 다 있고 사람 면면을 알 수 있었던 커뮤니티의 거점이었다. 소담한 먹거리와 친환경 생활재들을 파는 ‘지구’가 동네마다 생기면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 지구를 구하는 시민의 대열도 훨씬 커질 것이다. 마땅히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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