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린이집’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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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린이집’ 어때요?
어린이 보육 사업에서 시작해 동네 사람의 교류 공간으로
  • 2019.01.28 09:03
  • by 이은선(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작년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교육부는 유치원 문제의 대책으로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것인데 그 방안의 하나로 ‘(부모)협동형 유치원 도입’을 제시했다. 이것을 보면서 작년 11월에 방문했던 일본의 한 어린이집이 떠올랐다.

이웃 일본도 ‘대기아동 문제’나 ‘보육사 부족’ 문제 등, 내용은 다르지만 다양한 보육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를 주민이 직접 나서 지역의 부모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육 시설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의 단체나 생협, 행정과 협력하면서 어린이집을 보육 공간을 넘어 지역의 거점으로 만들어 지역주민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삐삐오야코서포트네트는 대기아동 문제 등 보육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만든 어린이 보육단체이다. (사진 출처 - 삐삐오야코서포트네트 홈페이지)

 

“우리 앞의 ‘어려운 사람’ 곁에서 함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정비활동법인 삐삐오야코서포트네트(이하 삐삐)가 처음 시작하면서 내건 기본자세이다. 앞서 일본의 보육 문제로 든 ‘대기아동’ 문제란 인가어린이집 부족으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대기하는 아동이 많은 것을 말한다(2015년 10월 현재 대기아동수 45,135명). 이로 인해 일하고 싶어도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 없어 일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일하지 않는 부모들은 인가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가 없다.

삐삐는 대기아동 문제에 대한 대응과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누구나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추구하며 2004년에 요코하마시 아오바구에서 단체를 시작했다. 아오바구는 핵가족화와 더불어 전입・전출이 많은 동네로 아기와 단둘이서 온종일을 보내거나 타지에서 독박 육아로 우울증을 겪는 부모들이 많은 지역이다.

2005년에 어린이집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30인 정원의 인가어린이집 시설 안에 15명 정원의 일시보육 공간도 함께 마련했다. 인가어린이집은 주 4일 4시간 이상 일을 해야 맡길 수 있어 비정기적으로 일을 하는 엄마들은 이용이 어려운부분이 있었다. 일시보육 공간은 육아를 즐기면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일을 시작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큰 힘이 되고있다.

삐삐어린이집은 오픈 이래 매년 연 3000명 이상의 아이를 돌보는데 아이를 맡기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주 2~3일 일하는 엄마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을 위해 아침 7시 30분부터 아이를 맡아 주고 토요일도 7시 30분~15시 30분까지 아이를 돌보고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는 기본이어서 급식의 식자재는 생협의 것을 이용하고 아이들은 물론 부모의 식생활교육에도 힘을 기울인다.

삐삐라는 이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괄량이 삐삐에서 따왔다. 어떤 어려움에도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 삶을 헤쳐나가는 삐삐처럼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어린이집에서 한발 나아가다
2006년에는 어린이 보육에서 한발 나아가 근처 초등학생의 방과후 보육(초등학생, 정원 30명)과 장애가 있는 초중고 학생(정원 20명)의 방과후 돌봄을 지원하는 ‘토나리노이에’(이웃집이란 뜻)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장애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들이 함께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2008년에는 헬퍼스테이션 ‘민나노이에’(모두의 집이란 뜻)를 오픈해 이용자 집을 방문해 가사와 육아, 생활지원(산후도우미, 장애아 방문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0년에는 일을 하지 않는 엄마나 미취학 아동의 부모들이 편하게 언제라든 들를 수 있는 공간 ‘삐삐오야코사랑방 해피’를 오픈했다. 부모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친구도 만들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2013년에는 동네의 빈집을 이용해 ‘민나노이에 와타세 하우스’를 열었다. 와타세 하우스 안에는 0~2세아 6명을 돌보는 ‘리틀 삐삐’, 작은 이벤트나 강좌를 열거나, 안전한 식자재로 점심과 차를 제공하는 다세대 교류 스페이스 ‘살롱&마을 부엌’, 그리고 가정적인 분위기의 주간돌봄 시설(정원 6명)이 함께 입주해 있어 아기부터 어르신까지 다세대가 한집에서 교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 주변을 온화하고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면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신다고 한다.

 

삐삐오야코서포트네트는 현재 7개 시설에서 11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보육을 넘어 지역을 향해 열린 창으로
삐삐는 어린이집을 ‘지역을 향해 열려있는 창’으로 인식하다.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뿐만 아니라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어린이집이 있어서 어려울 때는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고자 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와서 놀 수 있고, 출산 전후에는 산후도우미를 파견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어린이 학대 예방에도 역할을 한다.

삐삐가 운영하는 삐삐오야코어린이집에서 열리는 ‘베이비의 날’, ‘어린이집 오픈 데이’, 헬퍼스테이션 민나노이에에서 열리는 ‘목요 살롱’ 등 본래 사업에서 파생한 동네의 교류공간만들기 사업은 점차 정착되어 가고 있다. 또 민나노이에에서는 인근의 혼자 사는 분들의 동네 밥상이자 모임 공간이 되어 일상을 지원한다. 삐삐어린이집과 토나리노이에 졸업생들도 이 공간을 이용해 다양한 기획들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각 시설에는 푸드드라이브 박스를 비치해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식품이나 물품을 제공받아 푸드뱅크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지원하고 있다.

현재 삐삐는 7개의 시설에서 11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총 150명이 일하고 있다. 일하는 구성원들은 대부분 지역에 살면서 육아나 돌봄을 하는 당사자거나 경험자이다. 일과 육아, 돌봄을 양립할 수 있도록 단시간 근로 등 직원들 각자에게 맞는 근로 방식을 만들고 있다. 또 뜻있는 단체와 네트워크 해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들을 정부나 지자체에 정책 제안을 하는 활동이나 협의체를 만들어 복지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 외에도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와 협력해 직업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직업 체험 후에 이곳에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생협과 협력한 어린이집 만들기
2018년에 요코하마키타생활클럽생협이 오래된 배송센터 터를 이용해, 쿠라시데타스를 만들었다. 1층에 매장, 2층에 보육시설, 3층에 회의실과 오픈 스페이스가 들어가는데 생협은 2층의 보육시설을 할 단체를 지역에서 공모하였다. 삐삐는 ‘아이와 가족을 응원하는 마을의 거점만들기’라는 콘셉트로 응모해 선정이 되어 인가어린이집 ‘삐삐오야코민나노이에’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삐삐민나노어린이집 아이들의 낮잠 시간 모습

 

삐삐는 보육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고 보육을 통해 지역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시설들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왔다. 그 속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일하는 방식도 그 사람의 특기를 살리면서 각자의 생활 리듬에 맞는 노동 방식을 만들고 있다. 
어린이집은 아이와 선생님의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어린이집의 변신, 우리 지역에서 만들어 보고 싶다. 

 

삐삐오야코서포트네트 사이트 : https://npo-pipp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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