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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슬을 끊어라 … '위험의 외주화 중단!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산재·재난·참사 피해 유가족 모여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진상규명위 구성' 촉구

산재와 재난, 참사 피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정규직 청년 故 김용균 씨가 죽음을 접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 다른 김용균의 죽음으로 다시 재발할 수 있다"며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생명안전 시민넷은 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산재·재난·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단 한 명의 국민도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그 약속을 믿고 싶다"며 "이번 故 김용균 님 사건을 계기로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 청년들에게 떠넘겨지는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를 꼭 중단시켜야 한다. 더이상 일터에서 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죽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일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죽고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피해자들, 그리고 故 김용균 님 유가족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죽음의 사슬을 끊어라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인 송경용 신부는 여는 발언을 통해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이 노동현장에 나아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고,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기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며 "하루에 6명에서 7명의 노동자들이 소위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파견직', '현장실습'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죽어가고 있다. 국회는 행정부를 탓하며 의석 수를 가지고 농간을 부리고 있고 또 기업주(재벌)들은 노동조합을 탓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를 탓하지만 정부가 가진 행정권한으로 지금 당장 멈추고, 실행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행정권한을 노동자의 안전에 우선하지 않는 정부, 법을 만들지 않는 국회, 그리고 사람의 목숨보다 이윤을 먼저하는 생각하는 기업 이런 현실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국회는, 사회는 응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신부는 "정부와 국회가 이제는 사람중심, 피해자 중심의 법안과 행정과 제도와 정책을 즉각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며 "당장 우선은 책임있는 모든 안전사고에 대해서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속히 규명해서 그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죽음의 기계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고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는 발언에 이어 피해가족의 발언이 이어졌다. 

사업주의 처벌없이는 어떤 사업장도 안전문제 해결 안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故 황유미 양의 아버지 황상기 씨(사진)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왜 중요한지에 관해 이야기 했다. 

황 씨는 "사망 사고가 난 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원청사업장은 사업장을 안전하게 관리하려고 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와 안전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사업주의 처벌 없이는 어떤 사업장도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 그리고 노동부에서는 안전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유가족의 바램을 무시하기 때문

세월호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예은 아버지)은 '왜 피해 유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 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왜 같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가? 모두가 고쳐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이야기 하고 또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바라고 있는데 여전히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요구와 바람을 이 사회가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가족의 바람은 땡깡이고, 무리한 요구, 비이성적인 요구라고 하는 선입견을 갖고 정부와 국회는 물론 사회전반이 유가족의 요구를 무시하고 듣지 않는다. 꺼꾸로 이야기하면 유가족의 요구와 바람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경우 사회적 참사의 반복은 바로 막을 수 있다. 이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에 함께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참사는 안전사고나 산업재해로 취급할 게 아니라 살인범죄로 접근해 진상조사를 하고 처벌해야만 반복을 막을 수 있다"며 "진상조사 과정에 유족이 참여하고 수사 후 기소 및 처벌하는 과정에서도 직접 지켜보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에 따라 마련된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감시하는 역할까지 직접 할 수 있도록 사회적·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

원진사업재해자협회 박민호 위원장은 "30년 전에 원진레이온에서 거의 1천명이 '이황화탄소'에 중독되어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김용균씨의 경우 컨베이어 벨트가 30년 전에 쓰던 것과 지금 쓰는 것과 변한 것이 없다. 30년 동안 정부나 관련단체 그리고 회사에서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며 "김용균 씨와 같은 경우 아니면 이민호 씨 같은 경우에 이것은 기업살인을 넘어 국가적 살인이라고 봐야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상규명을 하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인 노조가입이라도 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을 할 권리도 없다. 원청에서 허락 안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규직화를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부당한 나라 올바르게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 용균이가 제 곁을 떠난지 37일이 됐다. 아직도 아들 이름을 부르면 금방 대답할 것 같아서 전화도 해보고 카톡도 해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서 미칠 것만 같다. 그렇게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려고 계획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무엇이 잘못되서 내 아들이 이런 사고를 당해야 하는지 묻고 또 묻는다. 나의 잘못이 컸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라를 믿고 아이를 나아서 키우고 안전장치도 없는 사회에 내보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돈 있는 기업이 잘못하면 아무리 큰 잘못을 하여도 무죄로 처리되고 돈 없는 서민은 잘못하면 큰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이제야 절실하게 알게 됐다. 이게 무슨 민주주의 나라냐.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률이 1위이다. 빈부차이도 마찬가지로 1위이다. 돈 있는 사람은 사람답게 살 수 있고 돈 없는 사람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이것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정말 끔찍했고 창피하고 부끄럽다. 우리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정부나 기업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 내가 사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고 이겨낼 것이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이렇게 부당한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게 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요구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맡은 소임을 다하는 국가 되어야

제주 현장실습 고교생 故 이민호 군의 아버지 이상영 씨는 "지난해 아이 장례를 치르고 나서 두 달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은 채 암흑 속에서 사회와 등지고 살았다. 그 순간만큼 괴롭고 힘든 과정이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국가는 경제만 발전시키면 국민이 죽든 말든 상관이 없는 것인가? 어이가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가는 왜 의무만 지워주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냐"며 "발전소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국가에서 모든 관리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외주를 주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 방향' 공청회에 갖다 왔는데 교육부의 학생현장실습 계획이 작년, 재작년과 내용이 똑같았다. 하나 바뀐 것이 없었다"며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산재·재난·참사 피해자 및 가족들이 대통령께 보내는 글'이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중단 및 진상규명위 구성 촉구' 산재·재난·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월호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왼쪽)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고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가 피해가족 의견서를 들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견은 416 참사 가족협의회,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 원진산업재해자협회, 제주 고교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 유가족, CJ 고교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유가족, LGU+ 고객센터(LB휴넷) 고교현장실습생 고 이문수 유가족, LGU+ 고교 현장실습생 고 홍수연 유가족,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실명노동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이한빛 tvN PD 유가족, 집배노동자 아산우체국 고 곽현구 유가족, 에스티유니타스 과로자살 웹디자이너 고 장민순 유가족, 태안화력 한전산업개발 산업재해 피해자 김범락,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유가족, 노동건강연대,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민주노총,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 건강, 중대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등이 공동주최 했다. 

이진백 기자  jblee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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