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뭐하는 데냐②] 청춘으로 돌아간 '대륙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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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뭐하는 데냐②] 청춘으로 돌아간 '대륙서점'
상도동 매력탐구 시간 - 상도동 주민이 말하는 상도동
  • 2019.01.15 11:06
  • by 정설경(재밌는 플랫폼을 설계하고픈 상도동 주민)

상도동에 ‘데뷔’한지 6년을 지나 이제 7년차. 초등학생 아이의 방과후 마을학교에 넣기 위해 순전히 ‘맹모삼천지커(뮤니티)’ 욕심으로 이사 왔다. 여기서 얼마나 머물지 가늠하지 않았는데 어느덧 7년차가 되었고, 오래도록 머물고픈 동네로 굳혔다. 무엇이 이토록 상도동을 붙들게 하는지 이번 매력은 우리 동네책방 대륙서점 이야기. <글쓴이 주> 

 

 

청춘으로 돌아간 상도동의 오래된 서점
대륙서점의 주인이자 운영자는 젊은 부부다. 영화를 좋아하는 오승희와 음악을 좋아하는 박일우는 부부가 되어 상도동에 들어온지 1년쯤 되었던 어느날, 동네에서 식당을 해볼까 생각하던 차에 청춘플랫폼이 주최한 골목영화제엔 순전히 영화가 좋아서 참석했다. 그런데 동네의 오래된 서점이 문을 닫게 생겼다고, 우연히 ‘대륙서점’의 이야기가 귀에 머물렀다. 책을 많이 보는 건 아닌데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문화를 기획해 보는 일이 탐났다. 망설임도 없이 당시 대륙서점의 주인을 찾아갔다. 일사천리로 서점을 인수하기로 하고 대륙서점 간판과 이름값을 권리금 명목으로 치뤘다. 청춘플랫폼을 함께 운영하던 건축디자이너들이 내부 공사를 맡고 동네 사람들이 전폭적으로 성원해 주어 그들은 재빠르게 대륙서점의 ‘젊은’ 주인이 되었다. 대륙서점은 전 주인이 29년이나 영업을 했고, 그 전에도 있었던 정말 ‘오래된’ 서점이었다. 

 

대륙서점의 역사

 

“매월 50만원 벌면 평생 할 수 있지 않을까”
2015년 더 젊어진 대륙서점이 시작됐다. 일우씨는 월세 내고 50-8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오면 평생 이 서점을 지키리라 쉬운 결심을 했다. 부부는 함께 서점을 열었지만 금새 승희씨가 취직을 했다. 서점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걸 불과 한달 만에 깨달았다. 오픈하고 3개월 동안 그나마 책이 좀 팔렸어도 ‘이윤’이라 할 수 없는 금액이 쥐어졌다. 책 매입금이 풍족하지 않아 많은 책을 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승희씨는 지금껏 취업상태를 유지했다. 마케팅과 디자인을 전공한 터라 생활비는 승희씨가 벌고, 일우씨는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서점을 전담했다.

서점 공간 리모델링에 권리금까지 포함해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애초 돈을 벌기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덥썩 물었는데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서점을 혼자서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녁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니 기획도 함께 해야 하고, 중요한 행사 때마다 승희씨도 함께 진행했다. 낮엔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엔 다시 서점을 돌보는 1인 2역의 역할을 승희씨가 했다. 프로그램은 바삐 돌아가고 행사도 큼직하게 치루는데 서점은 계속 어려워지는 이 사태. 문제의 해답을 무엇으로 얻어야 하나.

 

승희씨와 일우씨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아지트
이 부부는 자신을 드러내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게 똑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서점을 찾고 책을 좋아해 줘서 여기까지 왔다고 고마워한다. 프로그램도 잘 참여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있다. 3-40대의 청년들이고 책을 구매하는 주요고객이기도 하다. 책을 판매해서 생존해야 하는 서점이지만, 어려워도 늘 이야기가 흐르는 서점으로 회자되기를 바란다. 책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책을 보지 않은 사람도 많다. 지금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두 스마트폰을 쳐다보지만 이들도 나이가 들면 책을 찾지 않을까. 출판계는 어제도, 오늘도 계속 어려웠다.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서점도 함께 생존해 갈 것이다. 

1년에 책 한권 사는 사람이 10명 중 몇 명이라는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동네에서 ‘책’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은 어렵다. 이 부분을 포기하니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배짱으로 여기까지 왔다. 독서모임은 꾸준하고, 시나리오 수업, 저자와의 만남을 해 왔다. 영화도 독립영화, 다양성 영화 중심으로 상영회를 하고 감독이나 작가와 얘기 나누는 것이 꾸준했다. 함께 영화 보고 서로 얘기하는 매체로서 영화는 아직 살아 있었다. 책도 혼자 읽는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책과 영화로 만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아직 포기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 다만 어려울 뿐이다
동네에서 서점을 연지 이제 5년차, 책방을 지키느라 무료했던 지기는 외출하지 못하는 갑갑증과 무료한 시간을 화분을 돌보며 여백을 채웠다. 화초들도 화사하고 사람들이 맡긴 죽어간 화분을 살려내는 명인으로 거듭났다. 어항의 구피들은 호텔같은 환경을 갖춰 호사스럽게 돌봤다. 이렇게 운영하고 돌보느라 애쓴 책방지기를 위해 잠시 일을 쉬고 있는 승희씨가 교대해 주기로 했다. 뭔가를 배우러 외출도 하고, 올해는 책방지기가 변화를 꾀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대륙서점은 자존심은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고객들이 요구하면 베스트셀러나 대형출판사의 책을 갖다놓지만 대체로 작은출판사의 책을 비치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만 빼고 인문과 문학 중심으로 다양하게 책을 들여 놓으려고 한다. 서점도 동네에서는 자영업하는 가게라 아무 때나 쉴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온종일 매여 있을 수 없어서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했다. 오후 1시 문을 열어 밤까지 운영한다. 아무래도 주 고객이 직장인이다 보니 운영시간도 이렇게 정했다. 

 

 

이 부부에겐 꿈이 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가끔 여행을 다니는데 미래에 정착할 곳을 탐색하기도 한다. 동네가 좋아 상도동에 들어왔는데 장기적인 계획은 탈(脫)서울이다. 월세에서 자유로운 책방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꿈꾸는 중이다. 음악과 영화가 어우러지는 책방을 꼭 해 보고 싶다.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특화하고 영화이야기도 맘껏 펼치고 싶다.

상도3동은 성대시장으로 유명하다. 해질녘이면 야채가게 두군데가 서로 마주본 자리에서 장보러 온 사람들로 복닥거린다. 사람과 차들로 가게도 바쁘고 길도 분주하다. 그 곁에 자리한 ‘대륙서점’은 저녁시간 불빛이 이쁘다. 책장을 넘기며 치유받는 공간으로, 상도동 그 책방이 우리 곁에 오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민의 큰 욕심이다.

 

 

 

정설경
동네고양이를 돌보는 생협활동가. 성대골도서관을 지키며, 동네에서 더 재밌는 플랫폼을 구상하느라 바람이 잔뜩 들어 있다. 일단 상도동을 소개하는 것으로 올 한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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