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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죽음을 막으려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의미[라이프인ㆍ생명안전 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승인 2019.01.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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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또 한 명의 젊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화성 공장에서 자동문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철판 문틀과 리프트 사이에 끼인 것이다. 2인1조 작업을 하던 또다른 노동자는 아래에서 배선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마음 아프고 힘들다. 고 김용균 님의 죽음 이후 '이런 일이 없게 하자'고 시민들이 모이고 목소리를 내고 있던 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어떤 신문은 "김용균법 통과됐지만…"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정말로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까?

고 김용균 님 유가족의 힘으로 28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처리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노동자 작업중지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도급금지 범위도 너무 좁다. 무엇보다 처벌의 하한형이 포함되지 않아서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될 여지를 남겼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목숨보다 이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것을 제재할 수단이 없다. 그런데도 처벌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겠다는 것이니 생명안전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다. 그래서 우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도입을 요구한다.

고 김용균 님의 죽음 이후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많이 들었다. 언론들도 하나같이 이 죽음을 애도하고 대안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반쪽짜리 산업안전보건법 통과로 마치 '이제는 모두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또 다른 김용균, 젊은 노동자의 죽음은 우리가 이 싸움을 여기에서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알려준다.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으면 누군가는 계속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은 기업의 선의에 의존하기에는 생명안전에 대한 무시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권한 있는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려면 누가 책임자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노동재해에서 진짜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드물다. 2016년 구의역에서 김 군이 사망했을 때 우리는 그 사망의 책임이 원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메트로는 하청업체가 2인1조를 운영할 수 있는 도급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1시간 이내로 가서 수리하지 않으면 원청에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김 군은 혼자 가서 일해야 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관제실과 연락을 하려면 김군은 무려 9단계를 거쳐야 했다. 김 군의 죽음 이전에 두 번의 참사가 있었으나, 서울메트로 원청은 아무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니 서울메트로는 구조를 바꾸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세 번째 참사가 벌어졌던 것이다. 세 번째 죽음에 와서야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고 김용균 님이 사망한 태안화력에는 지금도 무재해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무려 12건의 사망사고가 있었고, 2017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무재해를 인정받고, 오히려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원청에게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의 책임을 묻지 않는 지금의 구조 때문이다. 그러니 원청인 서부발전은 하청업체에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고, 노동자들이 위험하니 시설을 개선해달라고 한 요구를 묵살하고, 참사가 벌어져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시켜 현장을 물청소하도록 만들고, 원청의 개입 자료들을 은폐하고, 안전장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고용노동부와 산자부에 저탄장의 위험을 빌미로 컨베이어를 다시 가동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간단해 보인다. 그런데 "작업자가 2인1조로 일하지 않았고,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에 끼어 숨졌다."는 것이 정말로 사고의 원인인가? 왜 9호기와 10호기는 유난히 위험했는가? 왜 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28번이나 개선요구를 했는가? 왜 노동자들은 국정감사장에서 "정규직화 안 해도 좋으니 제발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는가? 이 현장은 설계 당시부터 안전이 아니라 효율성만을 염두에 둔 공간이었고, 외주화 공정이었기 때문에 안전설비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작업자들이 위험을 가장 잘 알았지만 이 노동자들의 요구는 대부분 묵살되었다. 위험한 작업이라도 원청이 요구하면 '무조건' 해야만 했다. 외주화된 현장의 권력관계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원인은 밝혀진 것이 아니다.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경찰의 수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나오면 확인될 것이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가 과연 이런 권력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가. 특별근로감독이 과연 그러할까? 현장에서 증거가 훼손되고 은폐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는 특별근로감독에 참관을 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장에 갔을 때 현장은 물청소를 하고 있었고, 그때는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이렇게 현장의 상황이 은폐되는데 과연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가? 고용노동부는 유가족의 참관을 거부하다가 특별근로감독이 끝나가는 시점에서야 시민대책위원회에게 전문가를 추천하라고 했다. 면피용이다. 저탄장 화재를 이유로 컨베이어 재가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고용노동부를 신뢰할 수 없다.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수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이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가 주체가 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권한도 거의 없고 시민대책위원회를 들러리 세우는 구조이다. 시민대책위원회와 현장 노동자를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또한 산자부와 기재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현장을 출입하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권고안을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태안화력에서부터 노동자의 죽음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어야 다른 곳에서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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