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말뫼의 터닝'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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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말뫼의 터닝'하기 위해서는?
'2018 경남 사회적경제 활성화 4차 정책포럼' 개최
  • 2018.12.24 19:21
  • by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활성화민관추진단 단장)

지난 12월 12일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에서는 “경제 위기 지역 경남,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경남사회적경제활성화민관추진단 이하 ‘추진단’)이 진행하는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추진단이 주최한 다섯 번째 포럼으로 경남의 사회적 경제 육성 5개년 계획을 세우는 과정 가운데 하나다.

 

 

이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한 LAB2050 황세원 연구실장은 ‘제조업 일자리 격변의 시그널과 대응 모델 제안’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제조업 분야에서 그 동안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했던 분야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가 군산의 GM 자동차, 경남의 조선업의 몰락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실업이라는 것이다.

황세원 실장은 그와 함께 대한민국 시군구 전체에 대해 8개의 변수를 가지고 제조업 현황과 몰락의 위험 정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 치를 가지고 지도를 만들었다. 8개의 변수는 고용 집중에 따른 위험도, 사업체 지속 가능성에 따른 위험도, 지역의 취약성에 따른 위험도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다시 2~3개의 변수로 측정했다.

고용 집중에 따른 위험도라는 것은 어느 지역에 300인 또는 1000명 이상 고용된 제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그 기업의 파산에 따라 지역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300인 이상 고용된 기업 중에 제1 제조업의 비율을 조사했는데 이는 회사가 서로 다르더라도 같은 업종일 경우 지역 위기가 심각해진다. 가령 거제시에 삼성 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있는데 두 기업은 업종이 조선업으로 같아서 조선업의 위기가 오면 함께 몰락하므로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업체 지속 가능성에 따른 위험도다. 먼저 지역에서 제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중에 20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았다. 이는 기업이 얼마나 새로운 신입 노동자를 선발하는가를 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역 중에 연구 기반이 있는 곳이 단순 제조만 있는 곳보다 사업 지속성이 유리한데 이를 위해 살펴본 것이 과학기술역량지수와 전체 직원 중에 차지하는 관리자∙전문가의 비율을 보는 것이다. 이 두 지수가 낮을수록 위험도가 높다.

마지막으로 고용위기가 도래했을 때 지역의 취약성이 얼마나 높은가에 대해서다. 이는 ‘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얼마나 생겨나는가?’와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그 지역에 얼마나 거주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는 지역이라면 한 업종의 위기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다. 아울러 지역에 거주하지 않고 타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면 경제 위기 때 공동화가 더 빠를 것이다.

이러한 8가지의 변수를 가지고 전국을 조사했고 경남 지역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그 결과 경남에서는 거제시, 사천시, 창녕군, 통영시, 양산시, 창원시 등의 순으로 고용위기 위험도가 높았다. 이는 현재 거제시와 통영시, 창원시가 조선업과 제조업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 일치한다. 한편 창녕군의 경우 전남 곡성의 금호타이어 공장과 마찬가지로 넥센타이어 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쳐 고 위험도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면 이런 위기 지역에서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이에 대해서 스웨덴 말뫼, 스페인 빌바오, 호주 애들레이드 그리고 한국의 군산에 대해 비교한 것을 발표했다. 특히, 말뫼, 애들레이드, 군산 등 세 지역에서는 해당 노동자, 정책 결정자,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틀을 가지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인터뷰는 실업 상황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 각 도시의 사회 안정망 그리고 희망하는 정책 등으로 구분하였다.

먼저 실업 상황에 대한 노동자 반응을 보면 세 지역 모두 기존 직장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고 타 직업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직장, 산업, 정부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신뢰’와 ‘실업 상황에 대한 억울함’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스웨덴의 말뫼는 이해 관계자들에 대해 큰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군산은 신뢰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실업 상황에 대해 말뫼의 노동자들은 억울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나 군산은 억울하다고 했다. 호주의 애들레이드는 그 중간.

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나 그 중에 결정적인 것은 ‘스웨덴 말뫼에서는 평소에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회사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들레이드와 군산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한국의 군산 GM에서 노동자들의 경영진, 정부 관료에 대한 불신은 큰 편이다. 산업민주주의가 시행되어 노동자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경영진, 정부 관료에 대한 신뢰가 크지만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차단한 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정부 관료와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밀뫼의 조선소가 문을 닫자 현대중공업이 2003년 단돈 1달러에 골리앗 크레인을 샀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말뫼 시민들이 해체돼 떠나는 골리앗 크레인을 눈물로 전송하는 모습을 내보냈고, 이후 '말뫼의 눈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 말뫼는 유럽을 대표하는 친환경 에코시티로 ‘말뫼의 터닝’이라는 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 - 국토부)


다음은 사회 안전망의 수준이다. 실업급여와 보장성, 의료비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웨덴이 가장 잘 되어 있고 한국은 낮은 편이며 호주는 중간이다. 그리고 이직에 대한 내용 역시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군산의 노동자들은 ‘이직에 도움이 될 만한 공공자원이 있었느냐?’, ‘이직할 만한 일자리가 있느냐?’, ‘사회적 여건이 이직에 우호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모두 부적정으로 답했고 말뫼의 노동자들은 세 가지 모두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리고 호주의 애들레이드는 두 나라의 중간.

이어진 발표에서 황세원 연구실장은 고용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단계별 요건은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되는 지역 공동체와 교류, 실직에 대한 심리 상담과 이직을 할 수 있는 정보, 다른 산업의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기 교육과 창업 교육 등으로 나누고 이에 대해 기초자치체, 광역자치체 그리고 중앙 정부가 체계적이고 적절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사회 안정망과 문화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발표에 이어서 LH국책사업기획처 지역개발기획단 구범서 단장, 경상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김성갑 위원장,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송원근 교수,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김성대 정책기획국장, 경남청년정책위원회 진형익 부위원장의 토론이 있었다. 구범서 단장은 통영시에 있는 구 신아조선 자리를 재생하는데 있어서 통영의 역사적 전통과 관광, 문화, 예술과 조화를 이루는 재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관광객 유치에 앞서 지역 주민의 행복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본래의 목표에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이자 지역구가 거제시인 김성갑 도의원은 산업 구조조정 때 기존의 기업에 대한 지원만 있었는데 해당 노동자 개인들에게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산업 구조조정으로 실직된 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면제, 실업급여 현실화, 자녀 학비 지원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조조정 방법에서도 연장근로 축소, 기간단축, 교대근무 확대, 기본금 등 근로조건 축소 등 점진적인 방식 그리고 실업에 대한 재교육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남과기대 송원근 교수는 정부의 기존 고용위기지역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면서 올바른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비정규직을 만들지 않으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 둘째, 경남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가 나와야 한다는 것, 셋째, 청년의 경우 일자리만 아니라 주택, 의료, 복지, 문화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것 등이다.

민주노총의 김성대 국장도 기존의 조선업희망센터에서 상담과 재취업교육을 할 때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는 것과 실적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부는 조선업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책을 내놓는데 앞으로는 중형 조선소에 대해 관심을 가져서 조선업 내에서도 선종 다양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사회적경제 방식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동의하면서 강원도형 노사민정 공제조합, 덴마크 겐트시스템과 같은 실업부조 제조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청년정책 진형익 부위원장은 중앙 정부나 경남도의 지금까지 정책은 일자리로 국한되어 온 것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 청년 문제는 교육, 문화, 주거, 부책, 결혼, 양육 등 다양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럼에서 발표한 스웨덴의 말뫼와 스페인의 빌바오가 그런 종합적인 대응을 해서 조선업 몰락 지역의 위기를 극복했음을 환기시켰다. 그러므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경남을 위해서는 일자리와 함께 교육, 문화, 주거가 함께 고민되고 청년 혁신활동, 주거안정, 부책경담 등에 대한 지원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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