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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유가족, 재난ㆍ안전사고 피해가족 공동 기자회견
  • 2018.12.21 17:52
  • by 이진백 기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비롯해 산업재해 유가족들이 20일 국회 앞에 모여 "국회는 더 이상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태안화력발전소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되고 위험한 일들을 하청으로 재하청으로 떠넘겨 운영해왔다"며 "턱없이 부족한 인원에, 2인 1조 작업이었던 위험한 업무를 혼자 맡았고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헤드랜턴조차 없이 일하다 참변을 당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열 번이 넘는 이전의 죽음들이 있었지만 김용균 님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솜방망이 처벌, 벌금형 같은 미약한 처벌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반복되는 죽음이 보여주고 있다"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원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해서 사람이 죽는 일 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외에도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등학생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 씨,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실명노동자 김영신 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가족 허경주 씨 등이 참석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컨베이어 벨트에 옷깃만 끼어도 바로 죽을 수 있는 곳에서 용균이의 동료들은 지금도 일하고 있다. 용균이와 같은 젊은 애들을 그런 위험한 곳에서 구출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책임을 지고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씨는 "내 아들보다 먼저 죽은 12명의 아이들의 사고가 제대로 진상규명되었더라면 우리가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 다른 희생자, 또 다른 용균이가 나올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 미리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막지 못한 원청과 정부가 또 다시 사고를 은폐한다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나는 가진 게 없다. 가졌다면 목숨 하나다. 그래서 두려울 게 없다. 살아야 한다면 용균이를 위해, 그러다 죽는다면 우리 아들 용균이를 볼 수 있을 테니 괜찮다. 자식을 잃은 엄마가 맺힌 한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주고 단죄하고 싶다"고 절규했다. 

"중대재해 저지른 기업에 문 닫을 정도로 벌금 물려야"

제주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 씨는 "아들의 사고 이후 그렇게 많은 정치인, 심지어는 교육부총리까지 방문해 모든 걸 다 처리해줄 것처럼 얘기했는데 지금은 다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우리 애를 그렇게 보내고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건 딱 한 가지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이 국민에게 4대 의무를 지우는 것처럼,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의무가 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게 무슨 나라이고 국가인가. 대한민국 태어난 게 후회스럽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후회스럽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씨는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뭐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것 없이 탁상공론만 벌이고 있다. 공직자들이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 노동부는 5년 동안 안전점검도 하지 않은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걸 인지했었음에도, 단 한 번의 방문도 하지않던 노동부가 아이가 죽고 나니까 그때서야 외양간 튼튼하게 잘 고치겠다고 했다. 그게 노동부 직원의 말이다. 그런데도 방송에, 신문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아이를 죽인 회사가 받은 벌금이 고작 2000만원이다. 말이 되는 소린가. 625가지의 범법행위 저질렀는데 회사가 내야 할 벌금이 고작 2200만원이다. 두 번 다시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려면 (산재가 난 기업이) 중대과실죄로 회사 문을 닫을 정도로 벌금을 물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 법은 기업가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자기의 죄가 아니라고.)"고 말했다.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가 메탄올 중독으로 두 눈을 잃은 김영신 씨는 "21세기에 메탄올로 실명이 됐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하청업체한테 사과를 요구했더니 '우린 잘못 없다. 잘못은 원청에 있다'고 했다. 원청은 '하청에 잘못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 다친 건 내 책임이 되는 것 아닌가. 제발 하루 빨리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청년들을 살려 달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통과 시켜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에 다 떠넘기고,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병들어가도 국회·정부·기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죽어가는 노동자 숫자만 수 없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산재는) 국회와 정부와 기업이 방치해서 일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고쳐야 한다. 이대로는 절대 안된다. 가장 위험한 일, 더러운 일, 비용이 가장 저렴한 일 등을 어린 청년들에게 그 부담을 다 떠넘겼다. 노동자가 될 준비가 안된 사람을 산업현장에 투입시키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시켜야 한다. 학생 때부터 산업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해야 위험한 외주화가 줄어들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회에서 산안법을 제정을 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들을 살인공조죄로 구속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국회의원들을 지켜봐야 한다. 제대로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산재 유가족, 재난ㆍ안전사고 피해 가족들은 각당 원내대표실에 '참혹한 죽음의 행렬을 국회가 멈추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연간 2400여 명이 일터에서 죽고 더 많은 산재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OECD 산재사망률 1위 국가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며 "국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킬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재 사망사고와 소비자 시민 피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직접 나와 의견서를 받아갔고,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에서는 보좌진이 대신 참석해 의견서를 받아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측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더 이상 죽을 수 없습니다!
국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킬 '산업안전보건법'과 
살인기업 처벌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산업재해, 재난참사와 안전사고 희생자 가족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 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김용균 님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입사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스물네 살 김용균 님이 참변을 당한 곳은 공기업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고되고 위험한 일들을 하청으로 재하청으로 떠넘겨 운영해 왔습니다. 김용균 님이 바로 이렇게 고되고 위험한 일을 떠맡은 하청노동자였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인원에, 2인 1조 작업이었던 위험한 업무를 혼자 맡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헤드랜턴조차 없이 일하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가 낳은 죽음입니다.

참혹한 죽음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열 번이 넘는 이전의 죽음들이 있었지만 김용균 님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김용균 님이 사고를 당한 바로 옆자리에서 위험한 컨베이어 벨트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죽음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벌금형 같은 미약한 처벌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반복되는 죽음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원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해서 사람이 죽는 일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산재살인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발의되어 있지만 국회는 이를 방치하며 죽음을 방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9월에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비롯해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위험업무 외주화를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 개 발의되어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합니다.

국회는 더 이상 죽음을 방치하지 마십시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킬 '산업안전보건법'과 기업살인을 막기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키십시오. 이 참혹한 죽음을 보고도 법안들을 방치한다면, 이번에는 국민들의 분노가 국회로 향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비정규직으로, 하청노동자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일터에 내몰려진 청년들을 위해 함께 싸워주십시오. 우리 노동자들과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상 산재사망과 재난참사·안전사고에 희생당하지 않고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도록 부디 함께해 주십시오.

국회는 더 이상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안법을 즉각 통과시켜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시켜라!

2018년 12월 20일 

산재 유가족, 재난ㆍ안전사고 피해가족 및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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