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은 체인지 메이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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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신은 체인지 메이커입니까?
[인터뷰]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경제 이야기 '모두, 함께, 잘, 산다는 것' 공동저자 임세은 대표
  • 2018.12.19 15:01
  • by 공정경 기자

"책에서 나온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참 좋았어요."

우분투(Ubuntu)는 아프리카 반투어의 인사말이다. 우분투는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딸기가 가득 찬 바구니를 멀리 놓고 먼저 뛰어간 아이에게 다 주겠다고 했다. 어릴 적 운동회를 생각하면 당연히 모두가 일등을 하려고 전력 질주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가 딸기를 나눠 먹었다. 인류학자가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 입에서 우분투라는 단어가 나왔다. 한 아이가 인류학자에게 되물었다. "나머지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나요?"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경제 이야기 '모두, 함께, 잘, 산다는 것'의 공동저자 임세은 대표(유쓰망고 공동설립자, 커뮤니코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사회적경제와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가 공식적으로 결합해서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릴 적부터 가족, 지역공동체와 쫀쫀하게 함께한 경험이 있기에 의미가 더 남다르다.

'모두, 함께, 잘, 산다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 사회적경제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청소년과 교사들에게 아직은 낯선 사회적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기존의 책이 사회적경제 조직을 중심에 두고 설명했다면, 이 책은 한국 사회적경제의 탄생부터 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함께 의사결정하며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민주시민 교육원리, 사회적 기업가정신과 연계한 체인지 메이커 활동 등 폭넓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저자 6명은 현직교사, 장학사, 교육전문가로 학교 현장에 사회적경제가 뿌리내리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적경제와 학교 현장이 만나는 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사회적경제라는 단어자체부터 걸림돌이다. 사회주의경제라는 선입견부터 현장과의 온도차, 업무 과부하로 여기는 인식, 딱딱한 컨텐츠 등이다.

교사나 청소년에게 말랑말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고민하던 중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교육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체인지 메이커 교육 길잡이 임세은 대표와 만나게 됐다. 이미 전국적으로 학교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체인지 메이커 교육과 사회적경제 교육이 접목되면 뭔가 커다란 시너지가 일어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체인지 메이커 교수법은 민주시민, 인권,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등 다양한 분야와 곱하기가 가능하다. 체인지 메이커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사회적경제를 만나 더 큰 비전을 보게 됐다. 체인지 메이커 따로 사회적경제 따로가 아니라 빨리 곱하기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

임 대표는 체인지 메이커와 사회적경제를 곱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를 공부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협동조합도 만들고 싶고 현재 회사도 사회적경제조직형태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는다.

부산 기장고등학교 체인지 메이커 캠프

체인지 메이커 교육은 무엇일까?

"체인지 메이커는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한 사회의 성공은 이제 체인지 메이커들이 얼마나 있는지에 달려있다. 스스로 체인지 메이커라고 명하는 주도성, 변화에 민감성을 발휘하는 사람, 이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융합, 협력해야 사회가 살아 움직인다. '당신은 체인지 메이커입니까?' 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 아무것도 아닌 질문 같지만, '예, 아니오'를 답하기 전에 자기와 사회를 연결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공동체를 인식하게 되고 자기의 역할을 인식한다."

"모든 청소년이 스스로 체인지 메이커임을 자각하고 공동체 안에서 나부터 공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옮겨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크고 작은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본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미래를 위해 앉아서 하는 공부에만 몰두하기보다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망설이지 말고 go!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지하는 어른들이 조성해 준다면 앞으로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당신은 체인지 메이커입니까?'라고 질문하면 '왜 꼭 체인지 메이커가 돼야 하느냐?'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체인지 메이커라는 단어에 합의하지 못하는 단계에서는 체인지, 즉 변화에만 머물러본다.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변해야 할 것, 변하지 말아야 할 것' 네 가지로 나눠 적는다. 적은 내용을 종합해보면 사회적경제의 방향과 일치한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름다운 공존, 생명 존중, 인간성, 믿음, 자연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나눔, 아름다운 자연환경, 괜찮은 나, 자기 신뢰. 변해야 할 것의 내용을 보면 사회적 문제들이 적혀있다.

"중요한 사회적 가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 나온다. 당연하다. 왜냐면 사회를 생각하고 세상을 생각하니까. 처음부터 사회적경제라는 단어로 접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말랑말랑하게 다가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경제를 소개한다. 학교 안에서, 지역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공감하고, 아이들이 집단지성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해결해보는 과정이다. 해결책이 협동조합일 수도 있고 캠페인일 수도 있다. 솔루션은 아이들의 색깔대로 펼쳐진다. 학교협동조합의 대표적인 모델이 매점인데, 체인지 메이커 교수법을 적용하면 다양한 협동의 과정을 통해 각양각색의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벤처까지도 시도해볼 수 있다."

부천 수주고등학교 체인지 메이커 수업

책에는 임 대표가 진행한 2016년 용산구 해방촌 쓰레기 무단투기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2016년 7월 해방촌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에 관심을 가진 중·고등학생이 모였다. 주민들과 얼굴 맞대고 인터뷰를 하고 주변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이다. 주민들이 느끼는 문제를 동일하게 느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다. 관찰한 내용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Real(실제 일어나고 있는), Valuable(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Inspiring(해결하고 싶은 동기) 세 가지 관점에서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누가-무엇을-왜 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쓰레기 마일리지라는 제도를 생각해냈다.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배출하면 버리는 쓰레기양에 비례해 마일리지가 적립되고, 누적된 마일리지로 버스 카드를 충전할 수 있다. 그 외에 농구 골대 쓰레기통, 무지개 쓰레기 달력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아이디어를 현장에 직접 적용해보고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 개선했다. 주민협의체, 용산구청 등 여러 관계자과 미팅을 했고 부정적 의견에는 귀를 더 기울였다. 3개월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는 서울시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 장려상을 받았다.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한 학생의 소감문이다.

"마지막 발표를 마치고 활동이 전부 끝났을 때 정말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누군가 "그래서 어떤 게 변했습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제대로 없습니다. 체인지 메이커인데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 너무 허탈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제일 크게 변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그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저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2018년 100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1순위는 '소통'과 '협력'이다. 그전에는 창의성, 도전정신이 1순위였다. 면접 볼 때도 그룹면접을 통해 소통과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본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중요시된다.

"아파트문화, 개인주의,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더불어, 함께' 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추세다. 함께 했을 때의 경험을 쫀쫀하게 뜨겁게 해보면 그 맛이 정말 크다. 더 열심히 살고 싶고 더 바르게 살고 싶어진다. 잘 살아야 한다는 책임 의식이 강해진다. 거대담론보다 주변 공동체가 결핍된 건 없나, 같이 할 수 있는 건 없나, 이런 소소한 작당모의가 여기저기 많아졌으면 좋겠다. 교육을 해보면 청소년들이 가장 유연하다. 체인지 메이커 방식으로 사회적경제를 경험하면 훨씬 빨리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지역공동체와 연결해 작당모의 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마련해주면 소통과 협력 능력은 저절로 길러진다."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체인지메이커+사회적경제' 교사 연수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를 품고 태어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나고,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이야기를 남기며 떠난다. 품고 태어난 이야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나는 과정에서 '더불어, 함께'의 쫀쫀한 에너지를 느끼고,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갈 때 누구나 체인지 메이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답게 이야기를 만들고, 그런 이야기를 남기고 떠나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 학교를 떠날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남겨야 하지 않겠냐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사회적경제가 학교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뿜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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