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은 1844년 28명의 노동자들이 설립한 소비협동조합이다. 로치데일 공정협동조합이 성공해 근대 협동조합의 효시가 된 데는 ▲조합 운영의 공개 ▲1인 1표주의 ▲이용고 배당 ▲출자배당 제한 ▲정치·종교적 중립 ▲시가에 의한 현금거래 ▲교육의 촉진 등 원칙을 만들고 충실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다. 로치데일 조합의 원칙은 협동조합운동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 중 상당 부분이 협동조합의 성격을 규정짓는 원칙으로 존중받고 있다. 아이쿱생협 연수단이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세계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이 탄생한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맨체스터에는 산업 혁명의 유산을 아직 소중히 품고 있고 협동조합의 첫 성공 모델인 로치데일이 있으며, 영국 최대의 소비자협동조합인 코업그룹 본사를 비롯해 영국협동조합연합회 등 협동조합의 과거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영국은 사회적경제에 필요한 기부 문화 등 폭넓은 인프라가 퍼져 있고, 지역공동체가 꾸준히 커나가고 있어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연수단은 영국협동조합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선진사례를 학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공정무역의 확산과 인식증진 위해 영국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한 몇 곳을 방문했다. 이들이 다녀온 △영국협동조합연합회 △스티치업협동조합 △코업그룹 △공정무역 타운 볼튼 △수마노동자협동조합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설레는 마음으로 연수단은 볼튼(Bolton)공정무역 타운을 방문했다. 볼튼(Bolton)시장님을 비롯해 공정무역 활동가, 공정무역학교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과 주민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초대되어 연수단을 환영해 주었고 공정무역 타운의 영감을 통해 앞으로 만들어갈 공정무역 활동과 미래를 그리는 시간이 되었다.
2001년 가스탕(Garstang)이 최초의 공정무역 타운으로 지정 된 후 영국에는 600여개의 공정무역타운이 만들어 졌다. 한국은 현재 서울, 인천, 경기도가 공정무역 타운이 되었다. 아직은 활성화 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는 더 많은 공정무역 타운이 한국에서도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은 공정무역의 선두주자답게 공정무역이 다양한 곳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곳이다. 2017년 영국 공정무역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민 93%가 공정무역에 대해 알고 있으며 83%의 사람들이 공정무역 마크를 신뢰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방문한 소비자협동조합인 코업 그룹(Co-op Group)이나 테스코(Tesco), 막스 액 스팬서((Marks &Spencer)등 대형마트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코업 그룹은 최근에 PB상품 200여 종 사용하는 모든 코코아를 공정무역으로 전환했으며, 노동자 소유 기업인 존 루이스 파트너십(John Lewis Partnership)이 운영하는 웨이트로즈(Waitrose)는 PB브랜드 차를 공정무역으로 100%전환하기도 하여 공정무역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공정무역 금까지 판매를 시작했다.
우리가 찾아간 볼튼(Bolton)은 2003년 공정무역 타운으로 지정되었으며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공정무역 도시로 지정 되려면 우선 지역 정부가 확실한 공정무역 정책을 지지하고 지원해야 한다. 공정무역 타운의 충족요건은 지역의회에서의 결의, 지역의 매장에서 2개 이상의 공정무역 상품 판매, 학교, 교회, 대학교 등 기관에서 공정무역물품을 사용하는 것등 조건들이 있다. 볼튼은 위의 충족요건에 더해 공정무역활동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학교대표자, 사업자, 지역주민 등 대표성을 가진 분들과 회의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영국에서는 공정무역 가게 뿐 만아니라 일반 슈퍼마켓, 쇼핑센터 등 어디에서나 설탕, 커피, 초콜릿 등 공정무역상품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공정무역 타운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공정무역을 쉽게 알리고, 다 함께 공정무역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해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영국의 공정무역은 생활 속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볼튼(Bolton) 또한 매년 공정무역을 알리기 위해 많은 행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공정무역을 일반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 신문사와 연계하고 있으며 SNS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30여 년 전에 교회 안에 오픈한 전문 공정무역 매장인 저스티카(Justicia)가 이 지역에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었다. 매장은 주로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공정무역 제품을 알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경력단절여성, 학생 등이 사회 경험도 쌓고 교류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었다. 공정무역 생산자들을 직접 초대해 타운 주민들이 쉽게 공정무역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었다.
공정무역재단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매년 2주간 공정무역에 대한 집중 캠페인을 펼치는 공정무역 포트나잇(Fair Trade fortnight)행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공정무역물품 오픈마켓과 공정무역 지도 맵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등 여러 활동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지역출신 중 유명인을 활용하여 일반인들에게 공정무역을 홍보하거나 공정무역 물품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해 지역주민들과 파티를 진행한 것이 연수단에게는 인상 깊었다. 활동의 비용은 코업 그룹(Co-op Group), 노동자협동조합이나 채식주의자 유기농 소매점을 운영하는 유니콘 협동조합(Unicorn Grocery) 등 협동조합의 지원을 받고 있어, 이러한 점에서 협동조합과 지역사회간의 협동과 지원을 엿볼수 있었다.
볼튼 지역에 공정무역학교로 지정된 곳은 7~8개 학교인데, 공정무역 학교로 지정되지 않은 곳도 공정무역단체와 활동을 연계해서 진행한다고 담당자는 설명한다.
학생과 학부모 공동체가 함께 공정무역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공정무역으로 지정된 학교 밸리학교(Valley School)의 공정무역 홍보대사인 학생들이 함께 자리를 하여 학생들의 활동에 대해 발표를 해주었다. 밸리학교의 학생들을 학년에 따라 체계적인 공정무역 학습을 하는데, 단순 강의가 아닌 지리, 산수, 미술 교과목과 연계하여 공정무역 패키지 디자인, 공정무역 생산지 찾기 및 거리 계산하기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개발도상국에서 11세 이상의 아이들이 1년간 학교 교육에 지불하는 비용이 쌀 90kg 비용이라고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쌀 90kg 판매하기 캠페인을 진행하여 수익금으로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을 직접 돕기도 한다.
또한 일상적으로 조회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나와서 공정무역에 대해 친구들한테 소개하는 활동, 공정무역을 알리기 위해 공정무역 물품으로 팬케이크 만들기, 학교주변에 있는 마트에서 공정무역 물품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활동, 공정무역 티셔츠 디자인 경연대회, 공정무역 포장 디자인 등 등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교과목에 맞게 체계적으로 공정무역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정무역에 지정된 학교는 3년에 한 번씩 갱신하며 갱신 시마다 기준은 더욱 높아지고 높아진 기준에 맞춰 3년 동안 공정무역활동을 지속해 나간다.
볼튼은 공정무역 타운 지정 15년차의 위상에 맞게 커뮤니티 전체가 공정무역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한국은 아직 공정무역 학교 인증을 받은 곳이 없다. 지자체, 공정무역 단체, 협동조합, 커뮤니티 등이 함께 힘을 모아 공정무역 학교가 탄생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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