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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의 대리운전사'이다

국민 MC 유재석이 "농담인 줄 알았다"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지난달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대구의 한 택시기사가 한 달에 25일 일하고 110만원 받는다는 말에 진행자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놀랐다.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 장시간 노동할 수밖에 없고 불법주정차 단속, 건물관리자 거부 등으로 화장실 한 번 편히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택시기사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12시간이다. 택시기사만 이런 상황이 아니다.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배달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대리운전 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약 185만원이다. 기본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등을 제하면 월평균 순수입이 151만원이다. 예전에는 대리기사를 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2017년 실태조사(서초 이동노동쉼터)에 따르면 71.1%가 전업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대리운전기사 종사자는 전국적으로 14~20만명으로 추정된다. 하루 이용자수는 40만명, 시장규모는 3조원을 넘는다.
 

 
어둠이 내리면 움직이는 대리기사의 삶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어두운 그림자 속에 갇혀 있다. 20%가 넘는 중개수수료, 프로그램 업체의 횡포, 과도한 보험료, 사회보험 배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보험료의 경우 2015년 보험사들이 갑자기 보험료를 70%이상 인상했다. 한 달 평균 7~9만원이었던 보험료가 12~15만원으로 올랐다. 일 년이면 144~180만원이다. 한 달 수입을 고스란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뿐 아니라 대리기사가 두 개의 업체에 소속돼 있으면 같은 보험사라도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 탁송과 대리운전을 병행하는 A씨의 경우 1년 보험료가 420만원이다.

중개업체가 단체보험으로 가입하지만 보험료는 전액 대리기사가 낸다. 보장내용이 허술하고 심지어 보험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떼기도 한다. 대리기사는 보험료를 중개업체를 통해 내고 있지만 자신이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사고가 나서 막상 보험처리를 하려고 할 때 자신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음을 아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개업체에 보험가입증권를 요구하던 대리기사들이 줄줄이 업무배차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리기사는 1인당 평균 3.19개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프로그램 당 사용료는 월 1만5천원이다.  프로그램 사용료 자체도 부담인데 프로그램 업체는 자사 프로그램만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과도한 패널티 정책으로 대리기사의 업무 자유를 박탈한다. 로지프로그램의 경우 콜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취소를 하면 1회 30분, 2회 1시간 배차제한을 한다. 실수나 불가피한 경우라도 예외가 없다. 저녁 10시에서 새벽 1시 피크시간에 자사 콜을 최소 2~3개 수행하지 않으면 근거리배차시스템에서 제외시킨다. 콜 당 평균 수행시간이 1시간인 점을 감안할 때 대리기사들은 로지프로그램의 콜을 숙제하듯 우선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열린 이동노동지원사업단 토론회에서 대리운전사, 퀵서비스 기사, 배달 라이더, 토론 참여자가 손을 맞잡고 '이동노동자의 손을 잡아주세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16년 7월부터 산재보험 시행령이 개정돼 대리운전기사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속대리기사만 가입이 가능하고 의무가입이 아니라 선택가입이다. 대리기사와 업체가 보험료를 반반 부담하기에 업체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가입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대리기사 산재보험 가입률은 5% 미만이다.

심야에 일하는 대리기사들은 대중교통이 끊기면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다. 대중교통이 끊기면 택시합승이나 불법셔틀버스로 이동한다. 택시는 대리요금에 비해 비용이 부담스럽고 불법셔틀은 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2014년 성남분당에서 대리기사 셔틀버스 전복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법셔틀이라 다친 기사들은 본인 의료보험으로 치료했다. 사망한 기사의 가족들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책임보험 한도에서 보상받았고,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대리기사들이 성금을 모아 유가족에게 전했다. 서울, 경기, 인천 중심지역과 외곽지역을 연결하는 셔틀(12인승 봉고, 25인승 미니버스)가 300대가 넘는다. 모두 지자체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셔틀이다.

퀵서비스 기사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배달노동자를 이동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디지털특고(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로 부른다.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기 때문이다. 플랫폼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 해석되지 않는다. 플랫폼노동자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사업자는 단지 중개자 역할만 한다며 그 어느 것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플랫폼 노동이 계속 확산되고 있지만 플랫폼노동자는 노조를 만들 권리조차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95차 총회에서 '고용관계에 관한 권고'를 채택했다. '위장된 고용관계(disguised employment relationship)'가 노동자에게 주어진 법적 보호를 무력화시키거나 약화시키며, 고용자에게 법적인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거나 고용주의 정체를 감추게 해 고용관계를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63번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플랫폼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민관 거버넌스 '이동노동지원사업단' 구축을 중심으로'가 열렸다.

이동노동자의 산적한 문제를 현장 중심, 노동자 중심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동노동자 공공 플랫폼이 추진 중이다. 이동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17년 이동노동사업기획단이 출범했다. 서울시는 2016년 3월 전국 최초로 대리운전기사가 밀집한 강남 신논현역 인근에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1호(서초쉼터)를 열었다. 휴서울이동노동자쉼터는 현재 3곳(2호점 북창쉼터, 3호점 합정쉼터) 운영 중이다. 

쉼터는 이동노동자에게 휴식의 공간이자 커뮤니티센터 기능을 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이동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애로사항을 나누고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기도 한다. 쉼터는 이동노동자들이 원하는 주거, 금융, 건강, 법률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직무교육을 한다.

이상국 이동노동사업기획단 간사는 "간호사들이 제일 처음에 배우는 것 중 하나가 야간근무 후 햇빛과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자야 한다는 것인데, 이 간단한 것을 대리운전기사는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었다"며 이동노동자 직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동노동사업단은 플랫폼 노동자의 주체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정한 일터나 동료, 소속감도 없는 이동노동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노동조합, 사회적경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가 모여 사회적 교섭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이동노동자 공공플랫폼 구축은 더 나아가 노동자 중심의 사회적경제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핵심사업으로는 쉼터(지원센터) 확대, 쉼터 간 순환버스 운영, 보험형 공제, 직업훈련, 경력관리 등이다.

한편 지난 12일 서울시가 대리운전 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며 서울 지역 대리운전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서울지역의 대리운전 기사들은 합법적으로 '노조 할 권리'를 얻게 됐다. 1995년 대구지역 대리운전노조 설립신고 필증 교부 이후 두 번째다.

대구지역 대리운전노조는 2012년 전국 단위 노조를 만들었지만 고용노동부가 허용하지 않아 법외노조 상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대구지역 대리운전노조가 가입대상을 전국으로 넓히고 명칭을 '전국대리운전노조'로 바꾸겠다고 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를 냈으나 노동부가 반려했다.

전국대리운전노조는 노조 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열악한 노동여건을 개선하려면 노조를 만들어 대리운전 업체와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20%가 넘는 수수료에 프로그램비, 출근비 등으로 40% 가까이를 업체에게 뜯기고 있다. 그런데도 대리기사가 노동자임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에 눈을 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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