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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뒤 돌아보게 할 때도 있다[아이쿱생협 해외협동조합 연수 - 영국3] 코업그룹(The Co-op Group)
  • 정은주(양천iCOOP생협)
  • 승인 2018.12.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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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은 1844년 28명의 노동자들이 설립한 소비협동조합이다. 로치데일 공정협동조합이 성공해 근대 협동조합의 효시가 된 데는 ▲조합 운영의 공개 ▲1인 1표주의 ▲이용고 배당 ▲출자배당 제한 ▲정치·종교적 중립 ▲시가에 의한 현금거래 ▲교육의 촉진 등 원칙을 만들고 충실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다. 로치데일 조합의 원칙은 협동조합운동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 중 상당 부분이 협동조합의 성격을 규정짓는 원칙으로 존중받고 있다.

아이쿱생협 연수단이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세계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이 탄생한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맨체스터에는 산업 혁명의 유산을 아직 소중히 품고 있고 협동조합의 첫 성공 모델인 로치데일이 있으며, 영국 최대의 소비자협동조합인 코업그룹 본사를 비롯해 영국협동조합연합회 등 협동조합의 과거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영국은 사회적경제에 필요한 기부 문화 등 폭넓은 인프라가 퍼져 있고, 지역공동체가 꾸준히 커나가고 있어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연수단은 영국협동조합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선진사례를 학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공정무역의 확산과 인식증진 위해 영국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한 몇 곳을 방문했다. 이들이 다녀온 △영국협동조합연합회 △스티치업협동조합 △코업그룹 △공정무역 타운 볼튼 △수마노동자협동조합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협동조합의 역사는 흐르기만 하지 않는다. 뒤를 돌아볼 때도 있다.
연수 3일째, 협동조합의 발상지인 맨체스터 지역에서 규모 있는 소비자생협인 코업그룹(The Co-op Group)을 방문하였다. 150년 역사를 가진 규모의 협동조합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이어져 왔으며 조합원들과 소통했는지가 궁금했고, 다양한 사례 속에서 협동조합운동의 미래를 볼 수도 있을거라는 기대도 컸다.

우리를 맞이하는 코업그룹의 본사 건물은 상상을 초월한 멋진 건물이었다. 5년차를 맞이한 이 건물은 당시에는 유럽에서 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건물이었다고 한다. 빗물을 재활용하며 열을 보존하는 외장재로 난방비를 절약하고 있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바깥의 대형튜브 모양의 구조물은 공기를 끌어들여서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코업그룹은 주로 식품, 장례, 보험 사업을 주로 펼치고 있다. 조합원은 총 460만 명, 연매출은 95억 파운드, 직원 수 64,000명이다. 가장 큰 사업부문인 식품분야에서는 총 2,53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은 큰 매장보다 편의점 매장으로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테스코(Tesco)의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편의점사업 업계 1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이외에도 영국의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사회변화를 추구 하고자 하는 열망은 캠페인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이슈 자체를 타개하는 협동조합 운동으로서 목표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시대에 따라 여성참정권운동, 반핵운동, 평화운동, 동물실험 반대 운동, 기후변화 반대, 해양생태계 보존, 꿀벌 보존 운동, 풍력 발전소등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 운동을 캠페인으로 전개하였다. 

현재는 현대사회의 고독문제와 현대판노예문제를 조합원들의 요구와 지지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렇게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제시하여 정부를 압박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였고, 그 결과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2013년 코업그룹의 경영위기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에게도 놀라운 뉴스였다. 당시 코퍼라티브 은행(Co-operative Bank) 지분의 70%가 헤지펀드로 넘어가게 되고, 코업 그룹은 엄청난 손실을 겪게 되었다.(참고자료 : ‘영국 코퍼라티브 그룹위기와 거버너스 개혁’)

코업그룹의 위기는 현재 협동조합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자, 협동조합 또한 언제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전해줬다. 생협에서도 사업이 커진다면 사업과 지역생협과의 거버넌스의 균형이 얼마나 유지되고 사업의 결정이 어떻게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질것인가 생각해보면 이를 대비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위기를 재건하기 위해서 코업그룹은 핵심기조인 Stronger co-op, Stronger communities를 세웠다. 효과적인 사업으로 협동조합을 단단하게 하고, 조합원의 참여를 통해 조합원이 있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의 소속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조합원이 PB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때 구매액의 5%를 조합원에게 환원하고 1%는 조합원이 원하는 커뮤니티 조직이나 활동에 지원하는 5+1 멤버십리워드 제도를 도입하여 조합원과 커뮤니티 모두에게 혜택을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협동조합의 인식제고를 위해서는 1980년대 코업그룹의 황금기에 사용한 로고인 CO-OP으로 변경하고 단순하고 가시성이 높은 디자인으로 재구성했다.

무엇보다 구성원인 직원들이 코업 그룹의 가치와 목표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협동조합 원칙을 기반으로 한 직원들의 행동강령인 Being Co-op을 (1) Do what matters most. (더 중요한 것을 해라.) (2) Be yourself, always. (솔직해라.) (3) Show you care. (네가 얼마나 코업을 아끼는지 보여줘라.) (4) Succeed togther. (같이 성공해라)와 같이 제시하고 건물 여기저기에 부착해 놓는 등, 직원들의 마음가짐의 변화도 꾀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조합원 제도를 통해 총 1억 파운드를 환원했고, 2,500만 파운드는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었다. 또한 조합원이 120만 명 증가하였고, 매출도 상승했다. PB제품에만 멥버십 리워드를 적용했기에 PB브랜드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조합원의 가입출자금인 1파운드와 5%리워드가 조합원의 경제적 동기와 함께 협동조합 정신과 가치까지 느끼게 하기는 부족하지만 이들을 점차 참여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는 것에 코업 그룹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하나 코업그룹이 위기를 타개하면서, 지역사회 활동과 조합원을 중심을 두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가져가는 것이 ‘멤버 파이오니어(Member pioneer)’ 제도이다. 핵심활동가와 같이 영국 협동조합에서 활동가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활동들을 만들어내는지 매우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2020년까지 현재의 220명인 멤버 파이오니어를 1,500명으로 구성하는 것이 코업그룹의 목표이다. 멤버 파이오니어는 지역에서 조합원을 만나면서 지역의 활동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고, 조합원 대표와 일반 조합원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새로운 활동들을 멤버 파이오니어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지역의 네트워크를 묶어내는 중요한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이미 진행되는 사회적인 캠페인과 그룹차원에서 진행하는 캠페인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이들의 자발적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아일랜드 노동자 계급이 많이 살고, 유니콘 협동조합이나 스티치업협동조합 등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맨체스터 촐튼(Chorlton) 지역의 조합원 커뮤니티룸에서 만난 멤버 파이오니어인 숀 팬섬(Shaun Fensom)에 따르면 2013년 코업 그룹의 경제 위기 속에서 지역의 위원회는 다시 50년 전으로 돌아가 지역에 기반한 협동조합 재건을 하자는 뜻을 모았고,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간의 네트워크를 마련하자는 논의도 이루어졌다.

현재 맨체스터에는 100개가 넘는 코업 매장이 있는데 촐튼에 있는 4개 매장에 대해서는 협동조합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 탑다운(top-down)이 아니라 보텀 업(bottom-up)으로 조합원이 스스로 매장의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생각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두 달에 한 번 조합원 회의가 진행이 되고 20명의 조합원이 꾸준하게 참석하고 있다. 조합원 모임에서는 협동조합과 공정무역 포트나잇 조직, 이외 여러 문제에 대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자신들만의 대처방법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에 협동조합은 더 높은 사회적 책임과 실행을 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스스로 결정하고 유지, 운영한다’는 정신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우리의 활동이 지역의 활동(community)을 강화하고 그 혜택이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중요하다. 아직까지 지역의 활동들을 통해 더 많은 조합원과 소통하고 싶지만 실제 활동하는 멤버 파이오니어의 수가 적어 어려움이 있으며, 교류의 장도 계속해서 넓혀가는 것이 이들의 과제라고 한다.

커뮤니터 룸으로 연수단이 찾아간 날 시니어조합원들의 프랑스어 공부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배려로 장소를 양보 받았다. 생협으로 치자면 소모임이다. 영국 협동조합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와는 다른 태생적 배경이나 규모에서 뭔가 다름이 느껴진다. 규모가 상당한 코업 그룹에는 조합원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협동조합 합병에 따른 규모화로 따라서 조합원이 설 자리는 점차 약화되고 이 점은 협동조합들이 가져야 할 고민이다.

커뮤니티 룸

그러나 코업 뱅크(CO-OP Bank)가 매각되었을 때 소비자 조합원 1만 명을 모아 은행의 지분을 조금씩 사들여 다시 되찾아 오겠다는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감동과 협동조합의 희망을 보았다. 위기가 발생할 때 조합원으로서 협동조합을 떠나지 않고 왕성했던 조합원들의 활동을 다시 지역 커뮤니티 활동 내에서 함께 찾고 만들기 위해 시작하려고 하는 것에 너무나 놀라웠다. 코업그룹이 조합원 활동의 중요성을 찾아내고 협동조합들이 고민하는 조합원 활동에 대해 지지하고 실천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것이 170년 역사를 가진 영국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두가 조합원 활동을 계속하고 이들과 소통하면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 기회였다.

정은주(양천iCOOP생협)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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