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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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수놓다
[아이쿱생협 해외협동조합 연수 - 영국1] 스티치업 협동조합(Stitched Up Co-operative)
  • 2018.11.20 12:54
  • by 이선임(서울iCOOP생협)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은 1844년 28명의 노동자들이 설립한 소비협동조합이다. 로치데일 공정협동조합이 성공해 근대 협동조합의 효시가 된 데는 ▲조합 운영의 공개 ▲1인 1표주의 ▲이용고 배당 ▲출자배당 제한 ▲정치·종교적 중립 ▲시가에 의한 현금거래 ▲교육의 촉진 등 원칙을 만들고 충실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다. 로치데일 조합의 원칙은 협동조합운동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 중 상당 부분이 협동조합의 성격을 규정짓는 원칙으로 존중받고 있다.

아이쿱생협 연수단이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세계 최초의 근대적 협동조합이 탄생한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맨체스터에는 산업 혁명의 유산을 아직 소중히 품고 있고 협동조합의 첫 성공 모델인 로치데일이 있으며, 영국 최대의 소비자협동조합인 코업그룹 본사를 비롯해 영국협동조합연합회 등 협동조합의 과거와 미래를 만날 수 있다. 영국은 사회적경제에 필요한 기부 문화 등 폭넓은 인프라가 퍼져 있고, 지역공동체가 꾸준히 커나가고 있어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 

연수단은 영국협동조합의 캠페인 활동을 통해 선진사례를 학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공정무역의 확산과 인식증진 위해 영국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한 몇 곳을 방문했다. 이들이 다녀온 △영국협동조합연합회 △스티치업협동조합 △코업그룹 △공정무역 타운 볼튼 △수마노동자협동조합 등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10월 29일 오후. 연수단의 첫날 행선지 방문지는 맨체스터(Manchester)의 촐튼(Cholton)이라는 곳에 위치한 재봉협동조합이었다. 

초겨울 날씨인데 난방이 되지 않는 카페에서 2시간여 동안 열정적으로 단체 활동 소개를 해 준 에밀리 웨이드(Emily Wade)는 현재 이사로 활동하는 3인 중 한사람이자 창업자이다. 2011년 의류의 재활용과 업사이클의 활성화와, 의류에 대한 지속가능하고 창조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환경·여성·노동자 등 현재 의류산업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지역사회에서 해결하고자 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스티치협동조합을 창립한 6명의 조합원들은 패션에 관한 전문성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 직업인이었다. 스티치업을 설립하고 3년 만에 지금 작업장으로 사용되는 공간을 오픈했는데 지역민들과 어울려 기술과 자원을 공유하고 창의력을 배우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학에서 패션·섬유를 전공한 에밀리는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계속 옷을 사는 소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새 옷을 사고 싶다는 욕망을 보며, '왜 그래야 하지?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뭐지?' 의문을 가지며 '패션산업'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면화가 과생산되는 문제는 그 지역의 물 고갈 등 환경 오염원이 되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산속에 들어가 살든지 아니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에밀리는 옷 만들기, 바느질법을 가르치면서 대안에 대해서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선명하게 갖게 되었다고. 시작 당시에는 가볍게 친구들끼리 안 입는 옷을 서로 교환하는 정도에서 출발했는데 문제를 깊에 들여다 보기 시작하니까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회고했다.

현재 맨체스터시 정부에서 쓰레기감소를 위한 사업으로 지금의 공간을 지원받고 있는 그들은 현재 이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주된 사업은 지역디자이너의 천 판매, 버려지는 천을 되팔거나 이를 활용하여 옷 만들기, 워크숍 진행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패스트패션의 문제점과 노동착취에 대한 이슈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하는 장을 제공한다.

그 중에 옷 수선과 만들기 워크숍은 100% 참여가 마감될 정도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염색, 공예, 속옷 만들기, 신발 만들기에 관한 워크숍도 진행해 버려질 천을 재활용하고 활동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안 입는 옷을 10벌 가져와서 다른 사람과 교환하는 옷 바꿔입기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건물이 붕괴를 계기로 만들어진 전 세계적인 캠페인인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 주간에도 워크숍 등을 통해 문제인식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워크숍 참가 비용이 부담스러운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외부 펀딩을 활용해 교육을 무료로 진행해주고 있다.

스티치업의 공간은 의류 이외에도 한 달에 한번 '수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고쳐서 사용할 수 있으나 수리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전자 제품, 옷, 컴퓨터 등을 가지고 오면 자원봉사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이 무조건 제품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고치는 것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활동의 목표이다. 이곳에서 첫 번째 수리 카페를 열었는데 인기를 얻어서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었고, 현재는 3군데에서 진행 중이다. 수리카페가 그 지역에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향후에는 공공의료 체계와 연계해서 우울증, 불안증세 등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매주 공예 워크숍을 두 군데에서 마련해 이들이 안정감을 찾고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한 촐튼 지역의 유명한 노동자협동조합인 유니콘협동조합(Unicorn Co-operative)의 1%지역 기금을 이용해 안 입는 옷과 버려진 옷들이 어떻게 재생이 되는지 지도를 그리는 프로젝트 작업을 기획 중이다.

이 모든 일을 직원이자 대표인 3명이 다 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월별로 하는 큰 행사 경우, 20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행사 진행, 홍보, 마케팅 부분 등을 도와서 운영 중이다. 협동조합의 홍보 또한 사람들의 SNS를 활용해 홍보하고 있는데 예산은 한 달에 겨우 30파운드이기 때문에 주요 홍보력은 입소문이라고 한다.

스티치업은 패션산업을 완전히 없애자는 운동이 아닌, 의류공장이 너무 많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저가경쟁, 그러면서 취약해지는 노동의 대우를 더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을 문제로 제기한다. 패션산업이 좀 더 인간적인 산업이 되도록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인지를 던지고 있다. "'내가 바느질하는 것, 옷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 보니,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네. 어제 내가 산 옷이 만원이라니. 이 옷이 만원밖에 안하다니.' 의문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에밀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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