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의 '수상한 파트너'(?), 캐러멜 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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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의 '수상한 파트너'(?), 캐러멜 색소
[동국대 이광근 교수 인터뷰] 캐러멜색소에 함유된 발암가능물질 '4-MI' 낮추는 노력해야...소비자 기호 변화도 필요...아이쿱생협, '4-MI' 불검출 독자 색소 개발
  • 2017.08.18 13:15
  • by 공정경 기자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이광근 교수

캐러멜색소의 유해성 논란은 2011년 콜라를 계기로 크게 이슈화됐다. 캐러멜색소는 Ⅰ, Ⅱ, Ⅲ, Ⅳ형이 있다. 캐러멜색소의 유해성 논란은 Ⅲ형과 Ⅳ형에 해당한다. 캐러멜색소 Ⅲ, Ⅳ형은 제조과정에서 촉매제로 암모니아를 첨가하는데, 이때 4-메틸이미다졸(4-MI)라는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4-MI를 '발암가능물질(possibly carcinogenic)'인 '2B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2008년 미국 보건부 주관 독립독성물관리프로그램 동물실험 결과, 4-MI는 암컷과 수컷 생쥐에게 기관지나 폐에 선종이나 악성 종양을 유발하고 암컷 쥐에서 단핵 세포 백혈병을 유발한다.

콜라를 계기로 캐러멜색소의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자 언론에서는 콜라 외 캐러멜색소가 들어가는 다른 식품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장면을 비롯해 족발, 찜닭, 훈제오리, 냉면육수, 카레, 임산부가 자주 복용하는 엽산(합성)까지 생각보다 많은 식품에 캐러멜색소가 들어갔다.

한국의 음식문화 속 캐러멜색소에 대해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이광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음식에는 캐러멜색소가 많이 들어간다...자장면 한그릇 4-MI 함량 캘리포니아 허용량의 8배 

공정경 기자(이하 공) : 캐러멜색소가 생각보다 많은 식품에 들어가더라고요.

이광근 교수(이하 공) :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죠. 전통식품 중에서 과거에 비해 색이 진하게 된 식품에는 대부분 캐러멜색소를 넣었다고 보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자장면, 족발, 약식이 요즘같이 초콜릿 색이 아니었거든요. 약식이나 족발도 지금처럼 진한 갈색이 아니었습니다. 진한 흑색 같은 건 거의 안 먹었습니다. 지금은 급격하게 변해온 상태죠. 찜닭도 갑자기 나타나서 진한 색깔이 된 것이고요.

급격하게 사람들이 진한 색을 좋아하다 보니까 제조하는 사람들이 자꾸 더 넣게 되는 거죠. 과거에는 옛날 짜장이라고 해서 연한 갈색이 많았죠. 지금은 점점 진해져서 갈색 짜장을 보면 자장면이 아니라고 싫어하는 경향까지 생겼어요.

공 : 2011년에 캐러멜색소의 유해성 논란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이 : 4-MI 캐러멜색소가 문제가 된 건 미국에서 콜라 때문입니다.  2011년 미국에서 처음에 시민단체가 콜라 속 캐러멜색소 유해성 제기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콜라를 엄청나게 먹으니까 캐러멜색소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고 미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때 제일 민감한 곳이 캘리포니아 주였어요. 캘리포니아는 '이대론 안 되겠다.' 해서 Proposition 65, 한국으로 치면 조례 65조라는 조항을 만들어 4-MI 허용치를 확 낮췄습니다. 규제를 강력하게 한 거죠.

공 : 그래서 콜라 회사가 4-MI 함량을 150㎍에서 4㎍으로 낮췄잖아요.

이 : 당시 코카콜라와 펩시가 난리가 났고 캘리포니아로 들어가는 콜라에 대해서는 4-MI 함량을 다 낮췄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주나 한국의 콜라에는 4-MI 함량을 낮추지 않았습니다. 
 
콜라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국은 문제가 적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보다 훨씬 적게 먹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식품을 봤더니 의외로 캐러멜색소의 잠재적 위험요소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아까 말한 그런 식품들의 섭취량이 꽤 되고, 특히 춘장은 섭취량이 꽤 크거든요. 섭취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냥 그대로 쓰이고 있고요.

공 : 춘장은 1g 당 4-MI 함량이 10㎍이고 자장면 한 그릇 기준으로 200㎍ 정도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캘리포니아주 기준 4-MI 일일안전허용량이 29㎍이니까 허용치보다 약 8배 정도 섭취하게 되는 격입니다. 

이 : 4-MI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캐러멜색소를 새롭게 대체해야 합니다. 4-MI가 안 나오거나 현저히 적게 나오도록. 식약처에 계속 요청을 하고 있는데 식품별로 4-MI 분석을 해야 합니다. 더 다양한 식품을 분석해야 하고 모니터링 기간도 지금보다 길어야 합니다. 캐러멜색소는 다른 색소에 비해서 기준치가 높습니다. 다른 색소는 기준치가 아예 없습니다.
 
공 : 다른 색소에서는 4-MI가 안 나오나요?

이 : 나오긴 나오죠. 국제적으로 기준치를 안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도 캐러멜색소에 대해서만 국제기준치로 관리하는 겁니다. 4-MI가 발암등급이 2B(발암가능물질)입니다. 2A로 가느냐 3등급으로 가느냐는 순식간에 이루어집니다. 계속 연구를 해오다가 어느 단계에서 회의 한번 하면 2A로 올리거나 1등급으로 바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2B니까 식약처에서도 250ppm으로 관리하는 거죠.

공 : 춘장업체에서는 춘장의 4-MI 법적 규격이 없기 때문에 관리를 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게 캐러멜색소는 색소 자체를 먹지 않고 다른 식품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다른 식품에 들어가게 되면 앞으로 변화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식품별로 4-MI 함량을 관리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겁니다.

공 : 1998년 논문을 보니 캐러멜색소를 아예 금지하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식문화로 봤을 때...

이 : 서구에서는 콜라 외에는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콜라 외에 식품에 들어가는 게 뭐가 있을까요? 캐러멜 마키아토 정도?

공 : 그 정도밖에 없어요? 많이 쓰지 않나요? 그럼 우리나라가 상당히 많이 쓰는 거네요.

이 :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는 자장면 때문에 많은 거죠. 춘장 섭취량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겁니다. 실제로 캐러멜색소가 엄청 잘 팔려요. 춘장이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짜장라면의 종류도 많아지고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짜장라면 소스들이 나오기 때문에 캐러멜색소 생산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캐러멜색소는 CJ와 대상에서 만들고 있는데 전분당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로 만듭니다. 아주 쉽게 만듭니다. 그런 사회적 구조와 소비자들의 기호성이 맞물려서 우리나라 식품이 점점 색깔이 진해지게 된 거죠.
 

4-MI 대사 여부 아직 확실치 않아... 캐러멜색소 관리 우선순위 높여야

공 : 식약처 입장은 첨가물은 다 배출이 되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안전하다고 합니다.

이 : 대사가 돼야 하는데, 4-MI의 대사는 일부 나와 있는 것도 있고 아직 안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100% 대사가 된다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없습니다. 4-MI 형태로 들어가면 간에서 해독작용에 의해 바뀝니다.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전량 유해하다 전량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발암등급 2B라서 인간에 대해서 개연성이 아직 안 나왔기 때문에 그쪽 연구에 대해서는 기다려 봐야 하고, 식약처 말도 맞습니다. 아직은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캐러멜색소는 해마다 증가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게 맞습니다. 가공식품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고 캐러멜색소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섭취량 평가도 조금 더 상세히 조사를 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약처는 관리해야 할 품목 중 가장 위급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관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4-MI는 우선순위에서 훨씬 뒤로 밀려있어요. 소비자들이 점점 캐러멜색소를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캐러멜색소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 : 4-MI가 나오지 않는 방법으로 대체 하는 게 제일 좋은 방향이네요.

이 : 캐러멜색소 Ⅰ형은 당만 가열한 겁니다. 당만 가열하면 4-MI가 안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Ⅰ형으로 수백 년 동안 써왔습니다. 그런데 Ⅰ형을 가지고 대량으로 식품에 적용하려 하면 힘든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적용성이 안 좋고, 두 번째는 색깔이 예쁘게 안 나옵니다.

공 : 적용성이 안 좋다는 말은?

이 : 물에 쉽게 안 녹거나 식품에 잘 안 섞인다는 뜻이죠. 적용성이 안 좋으니까 암모니아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색깔도 더 예쁘게 나오고 수용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식품에 녹이기 쉬워집니다. 그런데 이 암모니아가 문제가 되는 거죠.
Ⅰ형으로 하면 좋으나 적용성도 문제가 되고 대량생산이 어려워요. Ⅲ, Ⅳ형으로 하되 4-MI 함량을 현저하게 줄여주는 기술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원천기술은 나와 있습니다.

공 : 시중 캐러멜색소보다 색깔이나 풍미는 좀 약하지만, 아이쿱생협에서 지난해 4-MI가 나오지 않는 캐러멜색소 대체품을 개발했습니다.

이 : 어떤 건지 저도 궁금하네요.


식약처와 소비자는 '진한 색깔이 좋은 게 아니다'라는 인식 변화 위해 노력해야

공 : 전반적으로 보실 때 소비자와 제조업체, 식약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이 : 소비자들의 기호성이 중요합니다. 제조업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소비자의 기호성이니까요. 어느 회사가 갑자기 소비자들이 싫어할 제품을 만들겠습니까. 소비자들은 조금만 색깔이 달라져도 안 먹거든요. 소비자들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조금 연한 색깔이라도 이게 더 안전하다고 소비자들의 기호성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어요. 식약처와 제조업체가 같이 움직여 줘야 하는데, 식약처는 현재 기준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이대로 가자는 입장입니다.

공 : 소비자 기호성 바꾸기 운동...

이 : 그렇죠. 소비자들의 기호성을 바꿔야 합니다. 기호성을 바꾸려면 소비자를 개도해야 합니다. "진한 색깔이 좋은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이 변하면 금방 변합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좋아하면 제조업체는 절대 안 바꿉니다.



이광근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식품에는 캐러멜색소가 많이 들어가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경향에 따라 식약처는 좀 더 정교하게 섭취량이나 유해성 평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강조했다. 캐러멜색소는 소비자와 식약처, 제조업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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