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극복을 위한 우리의 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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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극복을 위한 우리의 자세는?
2018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 : 토미 피케티 - '불평등, 그 현재와 미래' / 리처드 윌킨슨 - '불평등한 사회는 어떻게 퇴보하는가?'
  • 2018.11.05 15:45
  • by 이진백 기자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18 아시아미래포럼'이 10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일정으로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렸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는 '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이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학교 사회역학 명예교수 등 세계적 석학 및 국내외 학자, 전문가, 기업인, 활동가 6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적 이슈인 '불평등'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모두 지속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중심경제' 및 '포용성장 정책'을 경제사회 패러다임 전환의 비전으로 제시한 가운데, 불평등은 구조적 '고질병'이란 점에서 이번 포럼은 일반적인 분배와 재분배 외에도 삶의 질과 복지국가,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포용성장과 지역순환경제, 전환시대 도시정책,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등 좀 더 균등하고 역동적인 사회로 가는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사진)는 30일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위험'이라 불리는 '불평등'을 언급하며 '불평등의 현재와 해법'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토마 피케티 교수는 파리경제대의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지난해 연말에 펴낸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의 연구 결과물을 공유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또한 최근 연구 결과인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 불평등 심화와 정치적 대립 구도의 변화'를 가지고 계급에 기반한 정치적 대립에서 오늘날 볼 수 있는 다층적 엘리트 체제로의 이동을 통해 불평등 심화에 대한 미온적 정치적 대응을 설명했다. 그리고 ▲세계화의 등장 ▲고등교육의 확대(평등주의적 교육 강령의 종식) ▲글로벌 이데올로기의 변화 등 세 가지 요소를 균열 구조의 변화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제시했다. 

세계의 불평등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계 상위 1%의 부 집중도는 2016년 33%에서 2050년 약 39%로 높아지고, 같은 기간 소득 집중도 역시 20%에서 24%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은 모든 나라가 유럽처럼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화한다면 2050년 세계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18%로 외려 낮아질 것이라 강조하면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수단도 함께 제시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게 세금. 불평등이 확대된 건 세금의 누진성이 급속하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선진국의 최고한계소득세율은 1970년 70%에서 2000년대 중반 42%로 낮아졌다. 따라서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세금의 누진성을 다시 높여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을 강화하고, 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교육 기회를 넓히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1950~60년대에 사회당, 노동당 그리고 민주당 등 각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주로 저학력과 저소득층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학력의 엘리트 계층이 진보정당에 더 많이 투표하는 반면, 부자 엘리트는 여전히 보수정당에 표를 준다. 프랑스의 경우 1950~60년대엔 고졸자 중 진보정당 지지자 비율이 대졸자와 비교할 때 20% 많았지만, 2000년대에는 역전돼 외려 10% 적어졌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는데,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특히 심했다. 따라서 이제 진보정당은 지적인 엘리트인 '브라만 좌파'의 당이고 우파는 '비즈니스 엘리트(상인 우파)'의 당으로 변했다는 게 피케티 교수의 진단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피케티 교수는 세계화와 이민의 확대, 그리고 전반적인 교육수준의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유권자들은 이제 소득 재분배보다 세계화와 관련한 쟁점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고학력자들은 대체로 세계화를 찬성하는 진보정당을 더 많이 지지했다. 또한 대학교육이 확대되고 유권자 분화가 나타나면서 재분배를 지지하는 저교육·저소득층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높은 소득을 누릴 가능성이 큰 고학력자들은 재분배를 강력히 지지하지 않았다. 피케티 교수는 이런 정치지형의 변화가 최근 불평등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피케티 교수는 "재분배의 미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평등과 재분배에 관한 정치적 이념적 대립의 다차원적 구도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며 "세계화와 이민(국내 vs 외부 불평등) 그리고 교육 확대(교육vs재산 불평등)는 불평등과 관련한 새로운 다차원적인 대립을 낳았으며 그 결과 세계대전 후 정립된 좌파 대 우파 정당 체제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차원적인 연대 형성이 어렵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즉 누진세를 고려한 더 나은 공공서비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서비스에 대한 평등주의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다양한 저학력 저소득자가 동일한 정당을 투표하기 어렵다"며 "강력하고 통합적인 강령의 부재 시 인종주의와 토착주의 교육의 확대는 빈민층을 분할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긍정적인 것은 사회과학이 기여할 여지가 있다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치면서 그는 세계화의 수혜자와 낙오자를 분석한 이른바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을 언급하면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의 불평등 추세를 손 놓고 내버려둘 것인가"라며 정치적·사회적 대응을 요청했다. 

두번째 기조연사로 나선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역학 명예교수는 아내인 케이트 피켓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인 불평등이 각종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윌킨슨 교수는 "불평등에 대한 기존 통념과 이해는 잘못돼 있다"고 말을 꺼낸 뒤, 소득·자산·교육 불평등은 단순한 물질적 격차를 넘어 우울감·열등감, 지배·복종, 열위와 우위 등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사회적 상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윌킨슨 교수는 불평등한 국가일수록 ▲건강과 사회적 문제 심각 ▲아동 웰빙 수준 악화 ▲정신 질환 유병률 증가 ▲수감율 증가 ▲국민간의 상호 신뢰도 하락 ▲우울증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일수록 ▲사회 이동 둔화 ▲지역 단체와 자원봉사단체 참여 부진 ▲감시 노동 필요 ▲자기고양 성향 증가 등의 우려를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윌킨슨 교수는 "불평등은 빈곤층뿐만 아니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 소득 수준이 높고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훨씬 더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객체가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해법으로 '경제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한편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은 10월30일(화)~31일(수) 양일간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진행됐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해 '번영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찾기'라는 취지 아래 아시아 국가의 공통 과제를 살펴보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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