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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는 경제민주화 운동캐나다 샹티에 낸시 님탄(Nancy Neamtan) 전 대표 인터뷰

캐나다 샹티에(Chantier)의 낸시 님탄(Nancy Neamtan) 전 대표가 방문했다. 샹티에는 캐나다 퀘벡주의 사회적경제를 총괄하는 민관 협력기구다. 퀘벡의 협동조합 역사는 100여 년이 넘는다. 그러나 퀘벡이 새로운 경제의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것은 199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1980년대 들어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기업과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퀘벡을 떠났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갈등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퀘벡은 기존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강화하기보다 대기업과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았다. 사회적경제 모델이다.

낸시 님탄은 1995년 '빵과 장미의 행진'이라는 대규모 거리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성들이 빈곤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거리로 몰려나갔다. 당시에는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명확한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사회적경제를 대폭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1996년 퀘벡주의 요청으로 대기업, 노동조합, 사회운동가, 문화인, 종교인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퀘벡 경제사회의 미래에 대한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으로 구체화했다.

낸시 님탄은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설립자 중 한 명이다. 사람이 경제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경제가 사람을 위해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로 국제적으로 사회적경제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고 있다.


- 이번에 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초청으로 왔다. 광주에서 열리는 제8차 세계인권도시포럼에 참석했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간담회도 할 예정이다. 

이번 세계인권도시포럼의 주제회의 중 '도시와 사회적경제'라는 파트가 있었다. '사회적경제:경제적 민주주의를 통한 인권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퀘벡의 사회연대경제 사례를 발표했다. 인권이라고 하면 흔히 시민권, 정치권만 생각하는데 경제사회권, 특히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권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사회적경제 운동은 경제권을 확보하는 운동이고 이를 통해 인권의 질을 높이는 운동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체감하기 쉽다. 이러한 점이 쉽게 간과될 수 있어 이번 포럼에 참석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참여민주주의가 지속되고, 살아있는 참여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경제권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남미, 아시아를 포함해 포퓰리즘이 모든 대륙을 강타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이나 타인에 대한 공포, 위기의식을 극복하려면 인권이 경제사회권을 확보하는 질 높은 인권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 광주에 방문한 소감은?

광주는 처음 방문했다. 매우 감동적이었다. 특히 5·18 묘역과 박물관을 다니면서 광주가 한국의 민주화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선거나 정권교체를 통해 한번 이루었다고 끝나거나 보장되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살아있도록 시민들이 참여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광주에 머무는 동안 브라질에서 오신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질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화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런데 이번 총선 1차 결과를 보면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최악의 독재가 시작될 수 있는 위기의 나라가 됐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민주주의가 어떤 의미이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잘 못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광주 방문은 매우 뜻깊은 기회였다. '손자들과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사회적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이유가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가치가 다시 강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시민혁명과 맞물려 사회적경제가 발전했다. 그때보다 민주주의나 인권의 개념이 발전하긴 했지만 4차 산업혁명(노동혁명) 등 여러모로 20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오버랩 된다. 초기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았듯 새로운 시기에 새로운 차원에서 사회적경제가 대안이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우선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샹티에를 시작했을 때 이런 질문을 많이 했다. 19세기 혁명적이었던 협동조합운동이 현재 왜 자본주의 시스템에 안착해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에 관해 토론도 많이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앞서 말한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 운동도 한번 좋은 뜻이나 원칙으로 시작했다고 계속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4차 산업혁명은 분명히 사회적경제 운동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변화하는 시기에 우리가 더 많은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으로 제대로만 응답한다면 사회적경제 운동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의 이슈가 되자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 대기업들도 공감하게 됐다. 시급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기회에 사회적경제가 제대로 응답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변화의 시기는 오히려 사회적경제 운동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장애라고 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경제 운동의 가장 큰 장애는 '시민들이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규모가 작고 약해서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장애다. 우선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시민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보여줘야 하냐? 경제가 왜 달라야 하는지, 다른 경제를 위해서 하는 많은 활동, 그 사람들의 시각, 잘 하고 있는 사례, 변화를 만든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퍼뜨려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사회적경제가 해야 할 일이다.
 


- 풀어야 할 과제나 도전들이 너무 많아서 때로는 사회적경제 일상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집단적인 공동체 운동의 조직이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할 때는 힘도 미약하고 규모도 작다. 그러나 모이면 집단적인 힘이 된다. 단순한 물리적 합산이 아니다. 미약한 주체들이 모이면서 어느 순간 집단적 변동의 힘을 느끼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 극적 전환점)가 있다. 그때가 기회를 잡아야 할 순간이다. 서로 모이면 큰 변혁, 정치적 힘을 낸다. 퀘벡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퀘벡에서도 100년 넘게 사회적경제 운동이 있었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대로, 지역공동체는 지역공동체대로, 문화운동은 문화운동대로 각기 따로 있었다. 그때는 우리 스스로가 힘도 없고 규모도 작다고 생각했다.

20년 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가, 시민사회 활동가, 노동자, 여성 등이 같이 모여서 샹티에라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샹티에라는 우산 속에서 네트워크로 모이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이 결코 작은 힘이 아니구나! 굉장히 큰 힘이구나!'라고 느꼈다. 변화의 티핑포인트를 발견한 것이다. 그 정치적 변혁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힘을 스스로 느끼도록 해주고, 그 기회를 잡아서 사회변혁의 주체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

-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다. 사회적경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나 국회에서는 사회적경제법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캐나다도 사회적경제법에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라고 정의하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굳이 그 정의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사회적경제 운동은 사회변혁운동이자 경제민주화운동이다. 경제의 가장 기본적 의미, 기본적 역할을 회복하는 운동이다. 사회적경제 운동은 경제의 기본을 회복시켜 사회구성원들이 존엄성을 찾고 각자의 몫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운동이기에 변혁운동이자 민주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은 청년들이 일자리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에 쉽게 참여하지 못한다. 참여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샹티에는 이런 과정을 어떻게 극복했나?

상티에 초기에는 청년들이 많이 가입하지 않았다. 상티에의 목적이 이미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연합하고 조정하는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사회적경제조직 활동가들이 주를 이루었고 청년들의 참여나 그들을 위한 활동이 많지 않았다. 퀘벡에서도 한국과 비슷하게 청년들의 현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커졌다. 그래서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장의 필요, 일자리가 우선이긴 하지만 청년들이 살고 싶은 삶, 꿈 등에 대해 청년들이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지난 10년 동안 청년들과 많은 일을 했고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보면 환경운동 차원이 많다. 청년들은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고 깊이 공감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모델을 만들고 생활방식을 바꾸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한다. 이런 청년들의 바람이나 기대, 필요에 사회적경제가 구체적인 해답을 주는 운동으로 청년들에게 어필했다. 청년들의 삶과 사고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도구와 수단을 줬다. 쉽게 말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통해 청년들은 원하는 조직이나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삶,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즘 청년들은 직장에 들어가 상사나 사장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1인 기업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경제에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면서 회계, 행정, 법무 등 여러 가지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모델, 플랫폼노동자협동조합이다.

사회적경제가 청년들과 대학생의 필요와 기대에 부응하는 데는 대학에서 일하는 연구자, 교수들의 역할이 컸다. 초기에 상티에 활동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대학으로 돌아가면 다시 전통적인 비즈니스 교육을 받았다. 사회적경제와 전통적인 비즈니스, 두 세계를 사는 대학생들이 S.O.S를 보내왔다. 그래서 상티에가 교수들과 대학 커리큘럼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특히 비즈니스 스쿨에서 사회적경제를 가르치게끔 노력했다. 지금은 사회적경제가 주요 주제가 됐고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올 GSEF총회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기대는?

퀘벡이 성공한 이유는 작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역할을 조정하고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상티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GSEF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국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게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다양한 조직, 국제기구 등이 모여서 국제적 허브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경험을 나누고 지식을 전수하고 갈등의 내용을 토론하는 국제포럼으로 자리 잡았다.

GSEF를 통해 좋은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로 전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퀘벡도 지난 20년 동안 각자의 문제 극복에 급급해서 경험을 다른 지역에 나누거나 전수하는데 에너지를 쏟지 못했다. 각 지역에서 하고 있는 실험과 사례를 포럼에서 나누고 토론하고 전수하는 것이 큰 힘이고 큰 영향력이다. 이런 기능을 강화하고 속도감을 내는 게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일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풀어야할 과제가 많을 때 지치기 쉬운데, GSEF같은 국제포럼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 내가 하는 일이 혼자가 하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글로벌 운동으로서 이런 기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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