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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기대, 청년과 '가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가다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사회적경제전문인력 양성사업단
  • 이은선 경남과기대 경제학과 사회적경제 전공 교수
  • 승인 2018.10.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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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1910년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세워진 한강 이남의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108년의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한 창의·공감형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올해 기준으로 5개 단과대학(생명과학대학, 건설환경공과대학, 융합기술공과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 상경대학) 총 32개 학과, 4개 대학원(일반대학원, 산업복지대학원, 창업대학원, 국제식량안보대학원)과 아주 특별한 학부과정이 있다. 사회적경제 연계전공이 그것이다.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전경

한국사회는 현재 사회로부터 유리된 시장경제가 낳은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자산소득 불평등에 당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지방이 더 심각하다. 

학령(學齡)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에 따른 우수 인재 유출 등으로 지역에는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이 지역에서 걱정없이 공부하고 취업하고 생활하며 살 수 있는 조건도 좋지 않아서 구직활동을 포기하기 일쑤다. 지방소멸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스펙쌓기 경쟁에 내몰린 대학생 청년들은 ‘알바’로 청춘을 소비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에게 조금 다른 길을 제시해줄 수 없을까?”
“왜 청년들은 다들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입사에만 매달릴까?” 
“학생들이 지역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해결에 도전해보는 기회를 갖게 할 수 없을까?”

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송원근 교수, 박종현 교수는 지역 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가치 있는 일을 할 수는 없을지, 취업준비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있고 보람된 청춘을 보낼 수는 없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지역 청년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2013년의 일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사회적경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경남은 ‘사회적경제’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던 때였다.

오른쪽부터 송원근, 박종현교수

이러한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으로 대학생들에게 사회적경제를 배우고 여기서 자신의 삶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정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마침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지원사업(CK-Ⅰ)에 경제학과, 회계정보학과, 영어학과가 연합해 ‘사회적경제전문인력 양성사업단’이란 이름으로 제안서를 냈고, 좋은 평가를 받은 덕에 2014년 전국 최초로 학부과정에 사회적경제 교육 과정이 만들어졌다. 학과 신설이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연계과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과정은 총 20개의 사회적경제 전공 교과목 개발로 시작되었고, 14종의 교재와 12개의 교육모듈을 직접 개발했다.

정규교과를 보완하기 위해서 비교과와 교과-비교과 연계 활동도 동시에 진행된다. 비교과 과정은 동아리 활동, Social Lab 활동, 국내 및 해외연수, 공모전 등 수업 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접하고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배양한다. 

특히 Social Lab 활동은 학생들간의 단순한 친목이 아닌 우리의 문제,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지역의 폐교재생프로젝트, 장대동 유흥가 지역재생 프로젝트, 고성 만화방초 수국축제를 기획했고, 사업단의 교수, 전담교원, 멘토 인력들은 실행을 적극 도왔다. 현재는 동아리 및 Social Lab 13개가 운영되고 있고 105명이 활동에 참여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자단, 국립국어원 동아리활동 지원사업, 소셜벤처 대학동아리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학생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사회적경제 연계과정의 정규 교과는 크게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과 자질, 그리고 전문가로서 역량으로 구분하여 교과목을 편성하고, 학생들은 이수 학점에 따라 Certificate, 부전공, 연계전공, 복수전공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인성 분야의 대표 교과목으로 ‘사회적경제독서프로젝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부터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 이르기까지 사회적경제 관련 인문학을 배운다. 내용이 어려운 만큼 쉽게 가르치기 위해 교수들이 직접 교재를 만들고 강의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다. ‘사회적기업가정신(자질분야)’에서는 사회혁신의 개념부터 사회혁신적인 아이디어 제안서를 작성하는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사회적경제 회계와 재무정보분석(역량분야)’ 교과목은 실제 재무/회계 기초 뿐 아니라 재무분석을 통한 경영진단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까지 약 5년 동안 연인원 총 1,123명이 사회적경제 연계과정 교과목을 수강했고, 연계전공 신청학생은 145명에 이른다. 이 중 연계전공은 53명, 부전공이 74명이다.

교과 과정과 비교과를 연결하는 교육 과정은 경남과기대 사회적경제 연계과정이 자랑하는 특징 중 하나이다. 방학 중 4주간 사회적경제조직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사회적경제 인턴십’은 사회적경제 현장을 몸으로 체감하고 현장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학생들에게는 인턴급여 및 장학금을 지원하고, MOU를 맺은 54개 기관에서 학생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체계로 현재까지 107명이 이수했다. 이 중 16명은 실제로 현장에 취업하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한편 학위취득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사회적경제 연수’ 교과는 국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중간지원 조직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방문하는데, 현장 연수 전 각 기관 및 해당 지역에 대한 사전조사를 자기주도적 방식으로 실시하고, 연수 후 연수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과목이다. 이 외에 70명의 현장실무교육 전문가들은 교과, 비교과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숫자로 드러나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마인드나 자세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사회적경제가 뭔지도 몰랐던 학생들이 연계과정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4.94→5.25→5.37), 사회적경제를 통해 지역사회 활성화가 필요하고 사회복지 차원의 활동이 확대되어야 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친구나 동료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던  학생들이 이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계와 협동의 중요성을 느끼고, 가치관과 직업관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귀중한 성과이지 않을까?

교육부 지방대학특성화지원사업(CK-Ⅰ) 5년차 마지막인 올해, 정부 지원 종료와 함께 사업단도 종료될 것이다. 하지만 사업 종료 후에도 사회적경제 연계전공은 정규 교육과정으로 지속될 예정이며, 2019년 졸업자부터는 ‘사회적경제’ 학사를 제공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 교육과정을 더 내실화하고 다양한 분야로 사회적경제 교육을 확대해가고 있다. 또 국내 최초 학부 사회적경제 교육을 통해 쌓은 노우하우(know how)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전문교육기관으로서 지역 내 위상도 강화되고 있다. 

안으로는 지난 5월 설립된 대학사회적책임(University Social Responsibility: USR) 센터 설립을 주도하면서, 경남사회적가치 포럼 등을 통하여 사회적경제교육을 통한 사회적가치 실현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대학-지자체-지역공공기관-사회적경제 단위조직의 네트워크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밖으로는 올해 초부터 경남과기대 사회적경제 학부과정을 견학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교수, 연구자, 활동가들의 방문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지역의 사회적경제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경상남도 사회적기업 전문가 양성과정’(지역혁신가 과정, 사회적경제 컨설턴트 과정)도 연계과정으로 확보한 탄탄한 인프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스케일 업(scale-up)을 위한 전문컨설턴트 양성을 목표로 한 이 과정은 높은 출석률과 만족도로 지역 내 모범적인 사회적경제 교육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번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지난 4년간 묵묵히 학생들과 지역을 위해 내실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함께 발로 뛰며 활동한 사업단 교수진과 운영진의 노력이 5년차인 올해 가시적인 성과로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시류에 부합하는 교육이 아니라 지방대학으로서 학생과 지역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정부 들어 ‘사회적경제 활성화대책’, ‘사회적경제인재양성 종합계획’이 발표되면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전국적으로 사회적경제교육 관련 학과도 많아지고 대학생, 청년들의 참여도 높아지면서 대학에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깊을 수 밖에 없다. 경남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수, 종사자 수,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 등 관련 지표들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경제의 꽃을 피운 지역들이 당시에는 가장 열악한 지역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협력으로 성공적인 협동조합,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경남과기대의 진정성 있는 도전과 노력이 국내 사회적경제 인력양성의 메카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이은선 경남과기대 경제학과 사회적경제 전공 교수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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