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6.5˚C의 온도로 365일 어르신과 함께해요 … 건강·복지·돌봄 운영공동체 '안산의료사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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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6.5˚C의 온도로 365일 어르신과 함께해요 … 건강·복지·돌봄 운영공동체 '안산의료사협'
[인터뷰] 권성이 안산365노인건강돌봄 통합지원센터장
  • 2018.10.18 17:00
  • by 공정경 기자

의료사협(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노인 커뮤니티케어의 선두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는 2015년 기획 의제기반 성과관리 배분사업 수행기관으로 3개 기관을 선정했다. 3곳(신내종합사회복지관,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중 2곳이 의료사협이다. 그동안 모금회 사업 수행기관으로 통상 사회복지 기관이나 법인이 선정됐는데, 이번처럼 단일 의료사협이 선정되기는 처음이다. 사업기간은 3년, 예산은 20억3천8백만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적 케어를 위한 사업기획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사례관리자에게 자원배분의 재량권을 주었다는 점이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안산의료사협)은 의원 2곳, 한의원, 치과, 건강검진센터, 재가요양센터, 가정간호사업소,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5800세대 조합원으로 이루어진 안산의료사협은 지역주민들이 협동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다양한 보건예방활동, 건강증진활동, 소모임활동 등을 통해 건강한 주민공동체를 지향하는 자율적인 주민자치 조직(협동조합)이다. 건강과 나눔의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만큼 의료서비스 외에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모금회 지원의 '안산365노인 건강·복지·돌봄 네트워크'사업은 안산의료사협의 사회복지, 돌봄서비스 영역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의료+사회복지+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안산365노인건강돌봄은 어떤 모습일까?

권성이 안산365노인건강돌봄 통합지원센터장을 만나 의료, 사회복지, 돌봄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제공되고, 촘촘한 지역네트워크는 어떤 식으로 만들고 있는지 들어봤다.

안산365노인건강돌봄 통합지원센터(이하 365센터)는 소득, 건강,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즉 국가안전망에서 배제된 안산지역 65세 이상, 중위소득 80%미만, 만성질환 2개 이상 보유자를 참여자로 선정한다. 현재까지 발굴한 참여자는 1100명이다. 참여자를 찾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숨어있는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지역 행정복지센터는 기본이고 부동산, 미용실, 파출소, 지구대, 철물점, 종교단체 등을 쫓아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어르신을 만나면 '무슨 서비스를 드릴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 저분은 밑반찬 서비스, 저분은 말벗 서비스 등 개별서비스 관점으로 보다 보면 그 이면을 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밑반찬 서비스로만 접근하면 '이분은 밑반찬 서비스가 필요 없네' 하면서 그 사람도 사라져버린다.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밑반찬 서비스를 요청한 경우 저희는 단지 밑반찬을 제공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통합적으로 접근한다."

타기관 의뢰의 경우, 참여자의 기본정보는 의뢰처에서 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에 365센터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같이 방문해 건강상태, 경제상황, 돌봄상황 등을 통합적으로 조사한다.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밑반찬 서비스를 의뢰한 A씨는 통합조사 결과, 저소득층, 주3회 신장투석, 당뇨, 고혈압, 관절염이 있고 치아문제로 저작에 어려움이 있어 영양결핍 고위험군에 속했다. 이혼과 자녀사망으로 가족관계가 단절된 상태이고 지하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통합사례회의에서 A씨는 치아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어금니 보철치료만으로도 저작이 가능하다는 전문의의 소견을 바탕으로 긴급의료비를 지원했다. 치과치료 후 A씨는 다시 음식을 씹는 기쁨을 느끼고 다양한 반찬을 섭취해 건강상태도 좋아졌다.

한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니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실타래가 풀렸다. 통합적 접근의 힘이다.

안산의료사협은 주치의 제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주치의 방문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A씨는 당뇨 합병증으로 2차병원에서 발가락 절단의 상황까지 갔었다. 병원비가 부족해 퇴원도 하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365센터에 연락을 주셨다. 병원, 동 사회복지담당과와 논의했지만 의료비 지원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결국 저희가 긴급의료비 지원을 했지만, 동 사회복지담당자가 이후 합병증에 대비해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다행히 신장장애인으로 차상위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씨는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앞으로의 삶이 덜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지역 커뮤니티케어가 실질적으로 살아 움직일 수 있다. 전달체계에 있는 실무자들이 많이 바쁘긴 하지만, 그 사람을 중심에 두고 되게 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면 사실 안 될 게 없다. 결국 사람이 답이다."

권 센터장은 한 사람의 삶을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원을 파악하고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권 센터장은 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역할과 전문성은 무엇인지 스스로 계속 물었다. 자원을 조직하고 기획하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답하며, 공공기관과 복지기관뿐 아니라 동네 미술학원, 반찬가게, 패밀리레스토랑까지 직접 찾아가 동참하도록 설득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원을 아무리 많이 해도 고립되는 지원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하나의 지원이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마을 단위, 즉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 내의 공동체를 촘촘하게 조직해야 한다."

안산의료사협은 동 단위 공동체를 촘촘하게 조직하기 위해 노인지킴이 '건강짝꿍', 노인 건강리더, 노인 생활지원사, 건강자조모임을 조직했다. 노인지킴이 '건강짝꿍'은 독거노인의 심리적 정서적 건강을 위해 같은 동네 주민과 1:1로 연결하는 자원봉사활동이다. 건강짝꿍은 오가는 길에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안전망 역할을 한다. 때로는 같이 공동체 나들이도 함께 가는 친구이기도 하다.

노인 건강리더는 참여자 중 건강리더 교육을 받은 사람이 집이나 경로당 등에 방문해 자가혈압체크를 돕고 재활방석운동을 함께하는 활동이다. 소액의 활동비가 있어서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생활지원사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집안일을 돕는 활동이다. 건강자조모임은 동일 지역 내에 거주하는 노인 3명 이상이 모여 안부를 묻고 건강증진활동을 함께 하며 서로를 돌보는 모델이다.

365센터는 단지 서비스 제공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노인 안전망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생활지원사를 모집했다. 의외로 지원자가 많았다. 등급에서 탈락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무릎으로 기어서 반찬을 해먹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필요한 지원 1순위가 가사지원이었다. 생활지원사는 원래 가사활동을 돕는 일인데, 어떤 분은 한글을 알려주기도 하고 같이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활동을 하시더라. 설계가 훌륭한 게 아니라 참여자가 훌륭해서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공동체 조직은 접근성이 중요하다. 접근성이 좋아야 하나의 활동이 고리가 돼서 자연스럽게 다른 고리로 연결된다. 건강짝꿍이든 생활지원사든 어르신과 느슨하게라도 계속 연결돼 있으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짝꿍과 함께 공동체 나들이를 나간 참여자들

"주민들이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안에만 있는 어르신을 자꾸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동체 나들이를 갈 때 버스를 타고 단체로 다니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규모로 승용차로 다닌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처럼 다니니까 만족도가 높았다. 대부도도 가고 가까운 공원에 소풍도 갔다. 가까운 곳이지만 함께 있으면 이야기꽃이 핀다. 어르신들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좋은 데 안 가도 되고 밥 안 먹어도 되니까 나를 데리고 가끔 이렇게 바람 쐬러 함께 나가 달라고... 몸도 안 좋고 어려운 형편이지만, 어르신들에게 좋은 추억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드리면 그게 또 힘이 돼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않을까?"

권 센터장이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동네 반찬가게와 조직적으로 연계하는 사업이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지금처럼 밑반찬을 배달하고, 거동이 가능한 분들은 반찬가게에 나와 직접 반찬을 선택하게 하는 서비스다. 먹고 싶은 반찬을 직접 선택해서 좋고 반찬을 통해 안부가 확인되니, 지역안전망의 씨줄을 늘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사업 참여자 A씨(77세)의 소감이다. "어느 날 집 근처 현수막을 보게 됐습니다. 나 같은 사람을 지원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혼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우울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식사가 어려웠던 저에게 밑반찬 지원도 해주고 간호사 선생님이 방문하여 혈압과 당도 체크해주고 약 관리도 해주었습니다. 어둠으로 가득했던 저의 집에 선생님들이 오면 불도 켜고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대화도 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

사업 참여자 B씨(88세)의 소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상태도 나빠지고 기억력도 많이 떨어져 안 좋은 생각도 했습니다. 나 혼자만 외로운 것 같고 내 생활이 제일 힘든 것 같고... 이런 마음이 생길 때면 최대한 추스러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혼자 생활하면서 끼니 해결에 대한 문제와 외로움이 깊어졌습니다. 안산365노인건강돌봄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주 2회 밑반찬 지원을 받고, 한 번씩 방문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건강짝꿍도 생겼습니다. 365에서 추천해 준 건강짝꿍 지킴이 사업을 처음에는 이렇게 사는 모습을 남한테 보여주기가 싫어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쯤 오려나하는 생각에 방문이 기다려지고 올 때마다 반갑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실 어느 형제가, 어느 자식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노력해주고 신경 써주겠습니까?"

안산의료사협은 '환자'만이 아닌 '생활인'으로 참여자를 생각한다. 한 사람의 삶을 향상하기 위해 주치의,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재가요양사, 건강짝꿍, 건강리더, 생활관리사, 건강사랑방, 건강실천단, 자조모임 등 여럿이 같이 움직인다. '내가 다 해줄 게'가 아니라 본인의 자원을 바탕으로 공공자원, 민간자원, 주민자원이 촘촘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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