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와 협동하자③]북한의 사회적 경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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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와 협동하자③]북한의 사회적 경제(下)
  • 2018.09.25 15:36
  • by 일본 테이쿄대학 이찬우교수
09:36

9월 18-20일 남북의 정상이 보여준 행동과 합의 그리고 선언은 위대하였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민족이 펼쳐나갈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여정이다. 남과 북은 70년 세월의 우여곡절을 거쳐 전쟁이 없는 안전과 평화를 약속하며, 적어도 민족끼리는 서로 돕고 함께 살아 번영하자는, 사실 새삼스러울 것 없이 당연한 소망을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닥칠 난관이 또 있더라도 실망할 일이 아니라 이제는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신념이 남과 북에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며, 북한경제를 이해하는 시리즈를 잇는다.

사회주의제도 속에 편입된 사회적 경제 : 협동적 소유

<사회주의의 재조정기>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사회주의경제는 위기에 봉착하였다. 국가가 주민들에게 식량 등 소비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소위 “미공급”사태가 나타났다. 국영경리가 마비되는 상황에서 자연발생적인 소비품시장이 그 기능을 대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흐름속에서 협동조합들이 다시 중요한 역할을 하게된다.

먼저 시장기능이 부활한 상황을 보자. 북한주민들은 국가의 미공급문제에 대응하여 자체 생산과 무역을 통한 공급과 소비를 장마당으로 불리웠던 농민시장을 통해 해결하게 된다. 합법적인 농민시장은 1980년대까지의 사회주의경제 전면화시기에도 소멸되지 않고 유지되어왔는데 그 이유는 농민의 개인부업경리로서 민생이라는 생활적 요구와 협동농장과 협동단체의 협동경리에 따른 공급과 수요 시장으로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협동농장과 협동조합들은 농민시장에 직매소나 상점을 가지고 거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은 국가의 미공급문제에 대응하여 자체 생산과 무역을 통한 공급과 소비를 '장마당'으로 불리웠던 농민시장을 통해 해결하게 된다. (사진출처-AP)

이후 농민시장은 도시부의 시장으로 확대발전하면서 지리적인 전국망과 무역망을 갖추면서 사실상의 사회적 공급망으로 기능하게 된다. 2003년에 도시부의 상설시장(종합시장, 구역시장)이 합법화되었고, 국영기업이 생산품의 일정부분을 국영상점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자유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소위 “더벌이”도 나왔다.

북한은 1958년 이후 법적으로 개인상공인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는 1950년대 있었던 개인수공업, 소상업 및 사적금융업이 다시 자생하였다. 가내수공업은 사적금융으로부터 융자를 받고 상품을 제조 판매하고, 소상업도 도소매의 필요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원료와 설비 공급은 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외화 수요가 커지고 공식환율과 상관없는 시장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조선원화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 시장기능을 통해 각종 소비재 예들들어 의류, 신발, 과자 등 식료품, 담배, 약품 그리고 주택까지도 공급하고, 목욕탕, 오락실, 미용원 등 문화오락시설들이 국영시설의 서비스를 능가하는 상황으로 되었다. 이 생산/유통/소비 과정은 각 업종별 생산자와 서비스제공자, 도소매상인들의 분업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들중에는 국영기업 소속으로부터 합법이동 또는 이탈한 자들이 많았다. 또는 북한말로 “가두녀성”이라 불리우는 가정주부들이 대거 시장장사에 참여하였다.

노동력의 이동문제는 북한에서는 주요한 통제대상인데 보직이동, 휴직, 병퇴직 등 여러 합법/비법 수단이 동원되었다. 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해당 중앙상업지도기관에서 영업허가증을 받고 소속등록을 하여 이익금을 납부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안소 보안원(경찰)이나 행정당국 감시원에 걸리거나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메뚜기장사”를 해야한다. 시장 공급 및 유통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소속 등록 방식에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구역시장 운영주체에 직접 등록을 하고 소위 장세를 내는것이다. 북한 상업법의 하위법규인 시장관리운영규정과 상업성 지시로 “시, 군인민위원회의 개인상인 등록”이 나와있어 [시장상인]이 법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두번째는 예를 들어 시인민위원회 봉사국 산하 ㅇㅇ직매점 또는 국영경리의 ㅇㅇ상점으로 합법등록을 하거나 국영기업의 한 부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기관, 기업소의 명의를 빌려쓰고 대가를 납부하는 사실상의 개인기업으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사례가 알려져 있다. 어느 기계공장에 소속된 개인기업이 공장건물 일각에 자기의 마른국수 생산시설을 꾸려 자기가 선발한 노동자와 자신이 구입한 원자재로 마른국수를 생산하여 도매상에게 판매하고 이윤의 일부를 공장측에 납부하는 식이다.

세번째가 예전부터 있어왔던 생산판매협동조합이나 편의협동조합을 다양한 소비품 업종에서 설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도시의 개인탕과류 업자들이 사탕과자 생산판매협동조합을 만들거나, 개인고철장사로 돈을 모은 사람이 식당을 지어 시상업관리소 산하 편의협동조합을 조직하여 운영하는 등이다.

신의주 초물(왕골공예품) 생산협동조합 소개영상물(사진출처-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이 부분을 주목하고 싶은데, 협동적 소유로서 사회적 경제부문인 협동조합이 북한주민들에게 낯선 조직이 아니라 과거부터 합법적으로 있어왔고 스스로 출자하여 언제라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국영경리와 시장이 이제 공존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개인소유 - 협동적 소유 - 전인민적 소유가 공존하는 북한의 소유구조에서, 협동적 소유에 따른 협동조합이 시장 속에 또 따로 존재하며 북한경제를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기재가 된다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 텔레비젼에는 생산협동조합과 수산협동조합의 조합원들 생활을 소개하는 영상물이 종종 나오고 있다.

북한경제에 대해 여러 분석자들은 주로 개인소유 증가와 시장화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을 통해 개인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가치관형성과 같은 자본주의적 요소가 북한주민의 의식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완전히 반영하는 것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의 사회주의경제 재조정기에 협동조합이 어느정도 만들어지고 어떤 규모로 운영되는지 주민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의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가 없는 형편이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다 하겠다.

사회주의 제도 밖의 사회적 경제 :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북한을 보는 외부세계에서 현재 뜨겁게 주목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돈주]라고 하는 신흥부유층으로 사금융업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달러환산으로 대략 최소 10만달러 이상의 사금융자금을 현금으로 유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전국에 약 5천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돈주들이 운용하는 사금융 규모는 외화유통자금으로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이며 내화유통자금까지 포함하면 훨씬 클 것이다. 돈주의 시작은 귀국재일동포와 화교들로 볼 수 있는데, 재일동포들중 일부는 일본으로부터의 송금 또는 상품반입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고, 화교는 재일동포로부터 사들인 일제상품을 중국에 되팔아 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다 북한에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시장장사로 돈을 번 토종 부자가 나타났다. 이들중에는 권력배경을 가진자도 있고 시장 장돌뱅이에서 시작한 사람도 있다. 돈주들은 무역, 서비스업, 장사 등을 통해 자금을 축적하고 무역기관 간부 또는 인허가기관 간부 등  권력층과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부동산과 운송, 광산업 등에 대한 투자로 사업을 확장하고 대출, 송금, 환전 등 금융업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50원권(사진출처-위키피아)

아파트 건설에 대한 돈주들의 투자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있는데, 주택건설과 분배의 권한을 가진 국영 또는 협동단체의 기관기업소 명의의 건설허가증이 투자의 대상이다. 돈주의 투자로 예를 들어 아파트 한동을 지으면 총세대수의 1/3은 기관기업소에 납부하여 해당기관이 이를 가지고 주택배급대상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한다. 국영부문이 능력이 되지못하여 공급하지 못하는 주택을 민간금융이 지원하여 사회주의적 무상공급을 실현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1/3은 선분양 형태로 돈을 낸 입주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1/3은 투자한 돈주들의 몫이 되어 판매를 통해 이윤을 얻게 된다. 국가도 민간이 보유하는 유휴자금을 살림집(아파트) 건설에 투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평양의 아파트 시장판매가격은 2017년에 100평방미터 한세대 기준으로 7-10만달러 정도, 나선경제지대는 3만달러 정도였다 한다. 예를 들어, 평양에서 세대당 100평방미터(33평)로 90세대 아파트를 짓는다고 할때 건설비는 평균으로 평방미터당 300달러(세대당 약3만달러) 정도로 총 270만달러가 든다. 여기에 선분양으로 30세대의 입주금 (세대당 약5만달러)로 150만달러를 확보하니 돈주가 실제 드는 자금은 120만달러이다. 건설후 30세대를 나라에 바치고나서 나머지 30세대를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면 세대당 7만달러로 잡아도 210만달러의 수입이 나와, 모두 분양완료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단순계산으로 90만달러의 이익이 생기니 큰 수입이다. 여러 부대비용 등을 감안해도 돈주는 120만달러 투자해서 50만달러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투자와 시장사업을 통해 자금을 축적한 북한의 돈주에 대해 [시장세력]으로 보는 관점에서 사회주의의 자본주의화를 점치는 잣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돈주와 관료의 공생적 유착관계에 따른 문제와 빈부격차의 발생 등 사회문제를 주로 일부 탈북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식만으로 북한을 이해하면 북한은 개인주의와 돈이 최고가치이고 사회공동체성이 사라진 듯이 보인다. 남한의 일부 언론이 보여주려하는 북한의 모습이 그런 모습이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의 북한경제가 주민의 생활안정과 건설활성화를 보여주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로 돈주들의 사회적 경제 기능을 꼽고 싶다. 무슨 말인가 하면 돈주들이 이윤추구의 개인사금융업자로부터 출발하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던 약 5천명 되는 돈주 중에 약 4천명이 여성으로 알려져있는데, 어느 사회에서나 여성들의 역할은 사회적 경제 기능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여기서 돈주들의 사회적 금융이란 주민의 생활을 지지하는 소비금융과 생산을 지지하는 생산금융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 주택자금 또는 생활자금 대출, 2) 보건 위생 환경보호 분야 기부, 3) 취약계층 원호와 교육분야 기부, 4) 지방기업 생산자금 대출, 5) 협동단체 생산자금 대출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돈주들의 사금융 대출은 최근년간들어 음성적 사금융으로서가 아니라 양성화되는 경향으로 되고 있는데 그 형태가 지역별로 설립되고 있는 상업은행이다. 나선, 청진, 원산, 신의주, 순천 등지에 돈주들의 자금을 배경으로 한 상업은행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은행을 통해 주택구입에 대한 대출도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어 어느 도시에서는 주택가격의 40%를 3년할부로 대출하는데 이자율 5-8%로 상업은행 사이에 이자율의 경쟁이 있기도 하다. 생활자금의 대출도 이 수준의 이자율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전의 은행은 예금하면 되찾는것이 어려웠다고도 하는데 지금 상업은행 돈주들의 자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내에서 재투융자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국영중앙은행의 지점들도 상업은행의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

상업은행의 실태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외부 관찰자가 북한의 지방에 방문하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북한 당국이 금융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이유중에는 시장기능의 활성화와 함께 동시에 시장화라는 단순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북한의 사회적 경제기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며, 남북한간의 경제협력도 북한의 자생력과 자구력을 이해하면서 쌍방적인 접근을 추진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편 기획연재[북한경제와 협동하자]는 '남북경제협력'이 주제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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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테이쿄대학 이찬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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