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기'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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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기'는 나의 힘!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이철종 대표 인터뷰
  • 2018.09.21 18:43
  • by 공정경 기자

깜짝 놀랐다. 사회적경제에서 30억원 빚을 진 사람이 있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그 중 20억원을 갚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부채 규모가 연예인 이상민급이다. 그 정도 부채 규모면 연예인도 재기하기가 쉽지 않거늘, 이 사람은 10억원 정도의 부채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배짱도 보통 배짱이 아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이철종 대표 이야기다. 이 대표는 배짱이 아니라 '오기'라고 말한다.
 


이철종 대표는 27살에 지역자활센터에 입사했다. 취약계층을 독립시키는 게 일이었다. 정부지원의 자활근로사업기간이 끝나갈 무렵 '과연 이분들이 독립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2년간 지원해줬으니 이제는 떠나라는 식으로 등 떠민들, 과연 이분들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을까? 그럴 바에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같이 나가서 살자. 그래서 29살이 되던 2002년 자활사업에 참여했던 3분과 함께 창업했다."

2002년 설립한 '함께일하는세상'은 취약계층이 접근하기 쉬운 청소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지식기반사업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교육 및 컨설팅, 공공구매지원사업,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플랫폼 '세나비(SENAVI)' 구축·운영, 취업지원사업. 거기에 또 하나, 사회적경제 제품 유통 및 상설매장사업이다.

지식기반사업으로 전환한 이유에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 2002년 시작한 청소서비스사업은 매년 100%씩 성장했다. 2003년에 1억, 2004년에 2억, 2005년에 4억, 8억, 16억, 32억. 매출도 계속 성장했고 직원도 250명까지 늘었다.

"청소서비스는 고용창출효과가 높긴 한데 수익률이 아주 작다.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에서 최저임금을 줬다. 당시 용역을 받으면서 최저임금 얘기를 하면 세상 물정 모른다고 콧방귀를 뀌었다.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위험도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직원이 10명이면 10만원씩 부족한 임금을 메우는데 100만원이면 되지만, 직원이 100명이면 천만원이 필요하다."

가장 정점을 찍을 2009년, 이 대표는 A대기업 홈클리닝 사업을 인수했다. 월 매출 2억이었던 사업장이었고 직원 전원을 고용승계했다. 문제는 매출이 허수였다는 점이다. 고객회원으로 A대기업 임직원들이 많았는데 2천명이던 고객회원이 3개월도 안 돼 1천명으로 줄었다. 회사매각 후 대기업 임직원들이 다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예상매출은 반토막이 났지만 고용승계한 직원들의 월급은 계속 나가야 했다. 적자가 매달 1억 5천 이상씩 쌓였다.

"구조조정을 안 하고 버텼다. 그러다 보니 일 년 만에 빚이 20억이 넘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미련하게 버텼나 싶다.(웃음) 같이 있으면 다 같이 망하니까 5개 회사로 분사했다. 빚을 내가 떠안았으니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었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모색했고, 지식기반으로 넘어가야 부가가치성을 높일 수 있었다. 사업을 전환하면서 다행히 한해에 부채를 1~2억이라도 줄여나갈 수 있었다.

사회적경제와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하다가 처음에는 사회적기업 운영과 관련된 교육· 컨설팅을 시작했고, 정부의 취업지원사업과 공공구매활성화사업을 하게 됐다. 지금은 공공구매지원사업이 2번 타자 역할을 하고, 3번 타자로 사회적경제 제품 유통 및 상설매장 사업을 키우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에 있는 사회적경제제품 상설매장 '공감마켓 정'과 정카페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에는 200평 규모의 사회적경제 제품 상설매장이 있다. '공감마켓 정'이다. 박람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사회적경제 제품들을 이제부터는 대형유통 안에 만날 수 있다. 올해 오픈한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서수원점과 고양점도 진행 중이다. 창동점 '공감마켓 정'은 사회적경제 제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다양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여기서 구매력이나 상품성이 확인된 제품을 다른 매장에 집중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상시로 고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에 제품에 대한 반응이나 개선사항을 해당 회사에 알려주고, 각 제품의 디스플레이 방식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제품은 고객 반응도를 체크하는 데 1~2년 정도 걸리기도 한다. 고객들에게 상시로 노출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면 기존보다 홍보효과도 크고 판매력도 확인할 수 있다. 종이로 만들어진 대형놀이기구는 펼쳐놔야 고객들이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있다. 대형유통매장에서 매출 기준은 평당 일 매출 10만원이다.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서 놀 수 있는 대형종이놀이기구의 경우 공간을 몇 평씩 차지하지만 일 매출은 만원이 겨우 나온다. 그래도 전시판매하는 이유는 이렇게 전시를 해야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성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팔릴까? 하는 제품들이 한 달에 몇 십만원씩 팔리기도 한다."

앞치마와 가방은 옷걸이에 걸어놓을 때보다 마네킹에 디스플레이할 때 매출이 더 늘었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매장사업을 하려고 한 건 아니다. 부채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자본력이 있는 다른 사회적경제조직들에게 제안했지만 모두 하기 어렵다고 포기했다. 사회적경제 제품 상설매장은 필요하고,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고, 이 대표는 또 오기가 발동했다. 이 대표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그러냐고 물었다.

"애정이라기보다... 이런 말 듣기 싫어서다. 사회적경제는 간만 보다가 맨날 뒤로 물러나, 사회적경제가 늘 그렇지 뭐, 사회적경제조직들은 대책이 없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장사를 하냐, 기업도 아니다, 맨날 달라고만 한다...얕잡히는 것도 싫고,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사회적경제가 이런 취급받는 것에 대해 전투력이 발휘된다고 할까?(웃음)"

창동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해 올해 문을 열었다. 까다로운 입점 과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제품을 매장 안에 채워 넣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수익은커녕 한동안 계속 투자만 해야 하지만, 버티기에는 능한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지금 공간도 부족하다며, 저 뒤까지 계속 밀고 나가는 게 목표라고 한다.

"저희가 저~기까지 다 차지할 정도로 사회적경제 상품들이 힘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야성이 있어야 한다. 좋은 조건만 기대하고 요구하면 안 된다. 그런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명분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좋은 일 하는 곳은 엄청 많다. 자기는 영리기업이라고 하면서도 100% 자기 실력으로 사회적 미션 달성하는 사람들, 많다. 명분이 있는 비즈니스라도, 경제와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경쟁력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명분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명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진짜 치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적경제조직을 경영하고 리드하는 사람일수록 결과지향적이어야 한다. 비전만으로는 못 푼다. 결과를 통해서 보여줘야 한다. 비전은 결과가 말해준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공공구매지원은 중요하다.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플랫폼 '세나비(SENAVI)'에는 서울, 경기도 각 지자체 예산 분석과 구매 실적 분석, 공공기관 부서별 또는 품목별 구매품목이 집대성 돼 있다. 공공구매 기본정보 제공차원에서 만들었지만 이 또한 세월이 쌓여있는 비즈니스다. 2015년부터 경험으로 발로 일일이 품을 팔아 하나씩 하나씩 구축한 사이트다.

이 대표는 사회적경제의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이 사회적경제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 첫경험이 긍정적이면 사회적경제와 계속 가려 할 것이고, 첫경험이 부정적이면 같이 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구매지원도 첫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시작했다. 조직이 아니라 사업 자체를 키워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조직이 아니라 사업을 중심에 두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공공기관에서 B라는 사업을 하려 한다. 여기에 C라는 조직을 붙이는 게 아니고, B라는 사업에 가장 적합한 조직형태, 비즈니스 방식, 경쟁력 있는 조직을 찾는다. 안 맞는 옷에 내 몸을 맞추려 하면 불편하다.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었을 때 활동하기 편하듯, B라는 사업에 가장 적합한 조직을 매칭시키면 훨씬 활동적으로 사업을 해나갈 수 있다. 사업성과가 잘 나와야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처음에 A라는 공공기관에서 B라는 사업의 성과가 잘 나오면, 다른 곳에서도 B라는 사업을 할 것이다.

사업이 있으면 사람들이 해야 하는 공간이 생긴다. 조직이 있어서 사람들의 역할이 생기는 게 아니라 사업이 있어야 사람들의 역할이 생긴다. 소셜비즈니스 자체를 계속 만들어 가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게끔 해야 한다. 사업에 따라 구성원들이 모일 수도 있고 흩어질 수도 있다. 우리 구성원들이 그 역할을 잘 찾아서 해쳐 모이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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