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 도시재생, 이야기가 있는 문화도시 '창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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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도시재생, 이야기가 있는 문화도시 '창원' 만든다
제2회 도시재생광역협치포럼 '창원'
  • 2018.09.17 22:37
  • by 공정경 기자


지난 13일 제2회 도시재생광역협치포럼(이하 광역협치포럼)이 창원에서 열렸다. 7월18일 전주에 이어 두 번째 광역협치포럼이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토부, 서울시 성북구, 국토연구원 등이 협력적 소통 협의체를 구성했고 올 3월 광역협치포럼 창립총회를 열었다.

광역협치포럼은 현장밀착형 우수사례와 공동의 아젠다 발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 지역을 순회하며 열린다. 광역협치포럼의 특징은 중앙정부, 지자체, 중앙지원조직과 NGO, 공기업과 연구기관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5개 중앙정부(교육부, 행안부, 여가부, 국토부, 균형위), 59개 지자체, 8개 중앙조직, 4개 NGO, 5개 공기업, 4개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포럼을 개최한 창원시는 2008년 전국최초로 도시재생민관협력체를 구성했다. 2011년부터 마산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창동예술촌과 부림공예촌을 조성하고, 문화공연 확대를 위해 오동동 문화광장을 조성해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됐다.

# 창원 완월 새뜰마을

창원시는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된 도시다. 세 개의 문화, 세 개의 공동체, 세 개의 건축들이 합쳐졌기에 도시재생의 방향 또한 각각 달라야 한다. 박진석 경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유사점이 전혀 없는 세 지역이 통합됐기에 법뿐 아니라 도시재생 계획도 각 현장에 맞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해는 1910년에서 1913년까지 일제가 부동항이 필요해서 만든 최초의 계획도시다. 나가야식 주택(일본식 연립주택)이 많이 남아있고 주민의 대부분이 군인이다. 마산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근대 산업화의 문화가 켜켜이 쌓여있는 곳이고 소규모 공동체가 곳곳에 발달했다. 창원은 계획도시로 전형적인 현대도시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재생 사업도 각 지역에 맞게 철저하게 상향식으로 계획해야 쉽게 풀린다. 하향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도시재생 사업의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사업 이후 '누가 운영·관리를 하느냐'이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관리하는 게 제일 좋지만, 사실 주민이 주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교육과 지원, 시간이 필요하다. 창원에 낙후지역 도시재생을 상향식, 주민주도 협동조합으로 풀고 있는 곳이 있다. 완월 새뜰마을이다.
 

사진출처=완월달빛사회적협동조합 페이스북

1930년대에 조성된 마산 완월지구에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적산가옥이 많다. 적산가옥은 일본인이 버리고 간 집을 말한다. 완월 새뜰마을 사업은 적산가옥을 쪽방으로 나눠 쓰는 공동체를 대상으로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노후한 주택환경 개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회적 삶까지 확장하는 주거공동체다.

완월 새뜰마을은 주민의 60%가 이곳에서 50~60년을 산 사람들이다. 물이 새고 볕도 잘 들지 않고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이지만 한집에서 사는 것처럼 끈끈하게 살고 있다. 창문을 통해 항상 이웃을 볼 수 있기에 지금도 누가 쓰러지면 3분 이내에 달려가 119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공동체성이 강한 완월 새뜰마을은 도시재생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완월달빛사회적협동조합은 주민주축으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으로 주민이 출자해 사회적 주택을 짓고 운영·관리도 직접 한다. 지역전문가들도 자문단의 역할을 넘어 준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완월 새뜰마을은 고령화로 마을이 고립되지 않도록 준비 단계부터 지역대학생들이 참여해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고 청년층에게도 저렴하게 임대할 예정이다. 일주일에 최소 1회 이상 방문해 주민들과 워크숍을 하고 주민들의 역량과 동네의 장단점을 파악해 새뜰마을 사업에 잘 녹아들도록 하고 있다. 초기 인터뷰 자료는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학생들과 주민들이 공동으로 작업해 '그녀들의 기억'이라는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주민참여 디자인도 특징이다. 주민들이 공간 개념과 디자인을 조금씩 익혀 새 주택의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주민들은 새 주택의 개인공간과 공공공간에 대해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새 집도 기존과 같이 창문과 마당을 통해 항상 이웃의 상황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해 달라, 김치도 함께 담글 수 있게 마당에 신경을 써 달라."

박진석 교수가 주민의견이 반영된 평면도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완월달빛사회적협동조합 페이스북]

완월 새뜰마을 코디네이터인 박진석 교수는 주민주도의 어려운 점과 지역자원 재배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집만 지으면 7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주민이 운영·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워낙 공동체 의식이 강한 마을이지만 주민들 주인의식 만드는 데 3년 걸렸다. 필요한 자원을 처음부터 다 계획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진행하면서 필요한 자원을 붙여나갔다. 처음에는 청년이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진행하다 보니 2~3명 정도 필요하고, 회계도 어르신들이 직접 하기 어려우니 근처 3~4km에 사는 분으로 알아보려 한다. 필요한 자원을 다 확정하고 시작했으면 실행과정에서 어긋나는 것들이 많았을 거다. 단계 단계에 맞춰 유연하게 지역자원을 재배치해 뭉치고 있다. 이렇게 뭉친 그룹이 예상치 못한 혁신을 만들 수 있다."

완월달빛사회적협동조합은 마을수익사업으로 실버 카페, 마을식당 등을 고려하고 있다. 실버 카페도 예상치 못하게 합류한 사업이다. 마산시니어클럽 노인일자치 창출사업으로 이를 통해 최소 5~6명의 주민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다.

# 허성무 창원시장 단박인터뷰

허성무 창원시장

- 시정 목표가 무엇인가?

시정의 최상위 목표는 사람중심, 새로운 창원이다. 그동안 성장위주, 사람이 소외되는 창원을 만들어왔는데 이제는 사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창원, 그런 새로운 창원을 만들겠다. 도시 구성원 한명 한명의 행복을 시가 챙기고,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게 최고 목표다. 그렇기 위해서는 과거의 프레임을 많이 바꿔야 한다. 행정의 대부분을 공개하고 시민과 협치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8월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다. 공론화위원회는 행정의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는 하나의 방식이다. 정보공개는 이미 주민들에게 많이 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의 주권을 진정으로 주민에게 돌려주는 게 중요하다. 주민주권 중에서도 재정주권이 핵심이다. 시에서 돈을 투입하는 수많은 일에 형식적인 주민참여예산이 아니라 동, 구, 시 각 단위별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만들어 사업계획 시 주민들이 내용을 먼저 결정하게 할 것이다. 

돈 쓰는 것, 즉 어떤 사업에 쓸 것인가를 누가 결정하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상당부분의 사업을 시민들이 결정하게끔 하려고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재정주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진정한 주권을 돌려주는 거라 생각한다. 이것을 중심으로 모든 행정을 해나가고 있다.

- 사회적경제의 정책방향은?

창원은 사회적경제생태계가 매우 약하다. 기존의 행정이 그동안 등한시했기 때문에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가 지금은 4%가 채 안 된다. 내 임기 중에 20%까지 구매하라는 목표를 분명히 정해줬다. 목표지향적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야 모든 부서에서 의식적으로 사회적경제주체들의 제품을 소비할 것이다. 사회적경제생태계 조성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선거 때도 사회적경제주체들과 모여서 토론했고 당선되고 나서도 계속 모이고 있다.

- 시민들의 생활안전관련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여러 가지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미세먼지 정책을 예로 들면, 미세먼지 50% 저감을 목표로 모든 시내버스를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꿀 예정이다. 획기적이지만 조급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버스는 9년 사용연한에 2년을 추가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11년을 사용한다. 11년 사용연한이 되는 버스들은 무조건 다 지원해서 전기차나 수소차로 교체하고 전기충전소, 수소충전소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일반승용차도 전기나 수소차로 교체시 1차적으로 만 대정도 지원할 계획이다. 다양한 미세먼지 안전존도 준비하고 있다.

- 창원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인가?

창원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마어마한 자산이 있다. 4·19혁명이 촉발되고 부마항쟁, 6·10항쟁 등 민주화운동이 전국 어디보다 강했다. 노동민주화운동, 환경운동도 제일 강렬한 지역이었다. 이런 사회적 가치를 전국적으로 알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창원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자산을 전국적,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생각이다. 산업쪽도 과거에는 많은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쇠퇴했다. 항공부품산업이나 방위산업 등 경쟁력이 있는 산업인데 그동안 등한시한 산업도 있다. 이런 산업들을 신산업화, 고도화로 다시 빛나게 만들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 

산업 경쟁력도 무엇 때문에 높이느냐, 이 도시의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다.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서 사회적기업도 있어야 하고 협동조합, 마을기업도 있어야 하고 수많은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우리 지역에 이런 경험이 많이 축적돼있기에 잘 될 거라 본다.

- 정치를 왜 하는가?

정치는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가치를 잘 배분하면 시민들이 행복해지고 잘못 배분하면 양극화가 끊임없이 일어나 시민들이 고통 속에 빠진다.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정치의 주류가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그 사회가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수많은 영역에서의 양극화는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사람들의 실패다. 도덕적 실패, 철학의 실패, 능력의 실패 등 여러 구조적 실패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철학의 실패다.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그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배분해 나가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배분을 제대로 잘 하기 위해서, 즉 대다수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 사실 앞에서도 욕먹고 뒤에서도 욕먹는 게 정치지만 사회적 가치를 잘 배분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거기서 보람을 느낀다. 이런 소명의식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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