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텔라데이지호의 진실, 가족이 참여해야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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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텔라데이지호의 진실, 가족이 참여해야 건질 수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 인터뷰
  • 2018.09.06 17:18
  • by 공정경 기자

"저희가 배제된 상황에서 어떤 업체가 선정될지 모른다. 엉뚱한 업체가 선정되면 심해수색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심해수색을 하라고 해야 할지, 말라고 해야 할지...극단적으로 심해수색 하지 말라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답답하다. 엉뚱한 업체가 선정되면 사진 몇 장 건지는 거로 끝날 거고, 정부는 할 만큼 다 했다고 할 거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번에 어떤 업체가 선정되느냐가 너무너무 중요하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다. 8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스텔라데이지호 남대서양 사고지역 심해수색장비 투입 결정을 승인했다. 일 년 넘게 거리에서 지내며 사방팔방을 뛰어다닌 끝에 심해수색장비 투입이 겨우겨우 국무회의에 통과됐지만, 이후 과정에 대한 걱정으로 허영주 대표는 심한 위염에 시달리고 있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가족대책위 허영주 공동대표(가운데 왼쪽)와 실종자 가족들이 블랙박스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며칠 전 동생(허재용 씨, 31)의 운전면허증을 어머니가 갱신하고 오셨다. 보험료, 휴대폰 요금도 다 내고 있다. 주민세도 다 나온다. 동생은 아직 자연인이다. 법적으로 아직 실종신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1993년 일본에서 건조한 유조선으로 폐선 위기의 배를 중국에서 싼값에 사들여 화물선으로 개조한 노후 선박이다. 지난해 3월26일 브라질 구아이바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출발한 스텔라데이지호는 5일 후인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당시 배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이 탔다. 사고 24시간 만인 4월1일 구명벌에 타고 있던 필리핀 선원 2명은 인근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 엘피다호에 구조됐다. 그러나 나머지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22명의 선원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선사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은 사고 발생 5일째 되는 날부터 가족들에게 보상을 이야기하며 빨리 종료하자고 요구했다. 선사는 사고 초기부터 제대로 된 수색도 없이 사고 덮기에만 급급했다. 문재인대통령 취임 1호 민원이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로부터 1년5개월이 지나도록 가족들은 외교부와 해수부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속 시원히 들은 바가 없다.

"사건 초기에는 선사 회장이 가족들 앞에서 배가 침몰한 당일 날씨가 괜찮았다고 했다. 지난해 4월8일 한희승 회장은 "이런 대형 선박은 날씨로 인해 침몰하지 않는다"고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반년 후 갑자기 말을 바꿨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김완중 회장이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원인은 악천후라며 말을 바꾸더라. 선사는 침몰원인이 기상악화라고 주장하지만, 선박의 구조적인 결함이 원인이다. 침몰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수거해야 한다. 바닷속에 가라앉은 선체 모양을 보면 어떻게 침몰한 것인지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선사 회장은 악천후가 침몰원인이라고 하지만 가족대책위가 어렵게 구한 자료를 보면 선박의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라 추정할 수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필리핀 선원 2명을 구조한 엘피다호의 선원이 구조당시 찍은 영상이 있다. 영상에서 필리핀 선원은 "배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배가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었고 굉음도 많이 들렸다, 안 좋은 상태에서 운행하다보니 5일 만에 배가 두 동강이 났다"고 진술했다. 가족대책위는 이 영상을 지난해 해수부 종합국정감사 때 틀었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해수부장관, 해경청장도 처음 보는 영상이라며 놀랐다. 사건 초기부터 가족들이 선사와 정부에 당시 사진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무에게도 받지 못했다.

사진제공=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4월19일 공청회 전에는 외교부, 해수부가 블랙박스라는 말도 못 꺼내게 했다. 사건 초기부터 심해수색을 요청했지만 심해수색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9월27일 외교부, 해수부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국회에서 공론화되면 심해수색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곧장 국회에 쫓아갔다. 마침 국정감사 기간이었다. 국회에서도 스텔라데이지호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저희가 찾아가면 스텔라데이지호가 뭐냐고 물었다. 몇몇 국회의원이 많은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설 수 있었다.

공청회 때 국회의원 7명이 참석했는데 공청회 자리에서 우리가 확보한 블랙박스 사진을 보여줬다. 굉장히 관심 있게 보셨다. 그때 박완주 의원이 블랙박스 및 각종 증거자료 회수를 포함한 심해수색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렇게까지 말한 이유는 외교부, 해수부가 심해수색은 하되 블랙박스 회수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4월19일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장비 투입 검토 공청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 세계적인 심해 수색 전문가 두 명이 참석했다. 데이비드 갈로 박사와 윌리엄 랭 박사다. 현재 타이타닉호의 유물 및 잔해 관리업체인 'RMS타이타닉' 선임고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갈로 박사는 미국의 유명한 우즈홀 해양연구소 소속으로 일하면서 CNN방송에도 자주 등장했던 전문가다. 윌리엄 랭 박사는 현재 우즈홀 해양연구소 첨단이미지·시각화연구실장이다. 두 전문가는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 사고 조사와 블랙박스 회수, 타이타닉호 탐사, 2015년 침몰한 미국 화물선 엘파로호 블랙박스 수거 등 굵직한 심해 수색 사고를 맡아 진행했다.

갈로 박사는 2009년 5월 추락한 에어프랑스 447편 사고의 공동 탐사 책임자였다. 에어프랑스가 추락한 지점의 수심은 3000~6000m나 됐다. 갈로 박사가 이끈 팀은 ‘레모라 6000’이라는 로봇 잠수정까지 투입해 2011년 7월 심해 3900m 지점에서 가로x세로x높이가 40x20x20cm인 블랙박스를 찾아냈다. 또 2012년에는 100년 전(1912년)에 침몰한 타이타닉호 잔해들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체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두 전문가에게 블랙박스 수거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냐? 블랙박스를 수거하면 침몰 사고 원인을 확실하게 알 수 있냐?고 물었다. 블랙박스 수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고 심해수색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다고 했다. 처음에 가족들이 블랙박스 부분을 강조하니까 오히려 이해를 못하셨다. 타이타닉호의 경우 회중시계, 수첩까지 다 건져왔다. 자동차 사고만 나도 블랙박스를 보는 게 당연하잖나.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블랙박스가 필요하고 선체 한 조각 한 조각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했다. 

외교부, 해수부는 심해수색을 하더라도 사진 몇 장만 찍고 올라오려 한다. 사건 난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이게 말이 되냐. 억지를 부리려는 게 아니다. 막상 침몰 상태를 봤는데 블랙박스가 떨어져 나갔을 수도 있고 진흙에 처박혀 수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수거해야 한다. 블랙박스 없이 사고원인을 어떻게 규명하겠나."

스텔라데이지호에는 블랙박스(VDR)가 두 개 있다. 선교 안에 블랙박스 본체가 있고 선교 위 옥상(콤파스 데크)에 위 사진과 같은 캡슐형태의 블랙박스가 있다.  사진제공=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청회 이후 정부는 기술적으로 가능할 때 블랙박스를 수거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허 대표는 기술적으로 이미 가능하다고 밝혀졌는데 '기술적으로 가능할 경우 블랙박스 회수'라는 단서가 붙는 게 우려스럽다고 한다. 국내에는 수거 기술 자체가 없고 업체입찰에 현재 사기의혹을 받고 있는 돈스코이호 가담업체까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1980년 9월에 영국에 '더비셔'라는 화물선이 갑작스럽게 오키나와 남동해상에서 침몰했다. 그때 당시에 태풍 때문에 침몰했을 거라고 추정을 했다. 갑작스럽게 조난신호조차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와 선사가 '태풍으로 인한 침몰이다'라고 말을 했지만, 유가족 대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 '그럴 리 없다, 이건 선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20년 동안 싸워서 1980년도에 침몰한 배를 2000년도에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서 원인을 밝혔는데, 실제로 선박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더비셔호와 스텔라데이지호는 사이즈도 비슷하고, 둘 다 화물선이다. 갑작스럽게 급속한 침몰을 했다는 점도 똑같고 선사에서 기상문제로 침몰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똑같다. 그런데 더비셔호는 심해수색장비를 투입해서 실제로 선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 사례가 있다. 선사 폴라리스쉬핑은 이런 사고를 냈음에도 책임은커녕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7월30일 폴라리스쉬핑은 32만5000t급 초대형 광석선 3척의 신조지원프로그램 금융계약서를 체결했다. 정부의 신조지원프로그램 2호사업으로, 선순위 대주단에 산업은행과 외국계 금융기관인 ABN암로, 후순위 출자자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산관리공사 KDB캐피탈이 참여했다. 이어 8월3일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32만5000DWT급 초대형광탄운반선(VLOC) '상 다이아나(SAO DIANA)'호를 인수받았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에만 폴라리스쉬핑의 선박은 3척이나 선체에 문제가 발생했다. 위 사진은 스텔라퀸호의 녹슨 선체와 갑판에서 물이 분수처럼 솟고 있는 장면이다.  

"외교부, 해수부는 업체선정도 그냥 믿고 맡기라고만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 우리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스텔라데이지호에 수동조난신호기가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당시 자동조난신호가 떴고 그로부터 4시간 후에 수동조난신호가 포착됐다. 선사에 수동조난신호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해수부에 수동조난신호기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선사에서 없다고 했다며 믿으란다. 표준적으로 무전기 같은 빨간 수동조난신호기가 몇 대 부착돼 있었다. 이게 없으면 출항을 못 하고, 탈출할 때 무조건 가지고 나가게 돼 있다. 선사는 배에 CCTV도 없다고 했다. 해수부에 CCTV 유무를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선사에만 물어볼 뿐 직접 확인하지도 않았다. 보통 선박에는 CCTV가 달려있다. 선사에서 없다니까 없는 거로 알란다. 그러면서 믿으라고... "

허 대표는 이번 업체선정과정에 가족대책위가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의 요구는 두 가지다. '제안서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참여',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과정에 참여'이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경우를 준용해 업체선정 과정에서 가족대책위를 배제하고 있다. "가족대책위가 참여해야 세월호 때와 같이 엉뚱한 업체가 선정되는 과오를 막을 수 있다. 외교부와 해수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힐 의지가 있다면, 전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피해자 가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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