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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 앞으로 7년이 중요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인터뷰

"햇볕을 쬐고 싶다. 농사일에 항상 거무튀튀하고 거칠었던 할머니의 피부는 요양원에 들어온 지 채 6개월도 되지 않아 뽀얘졌다. 평생 가져 본 적 없는 하얀 피부다. 요양원이 상가건물 2층에 있어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바깥 공기와 따사로운 햇볕을 직접 쬐기가 어렵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베지밀과 빵 한 조각을 손에 쥐여 드렸다. 눈치가 보인다. 할머니가 일을 저질러 10분 전에 침대 시트를 다 바꿨다며 원장이 연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한다. 손목을 보니 붉은 자국이 남아있다. 침대에 묶여 계셨나 보다.

십 수명의 할머니가 거실 긴 의자에 앉아있다. 나란히 앉아있지만, 텔레비전만 응시할 뿐 서로 이야기를 나누진 않는다. 할머니의 표정에서 점점 희로애락이 사라진다. 갇혀있다시피 돌봐주는 요양시설이지만, 의료보험혜택을 최대한 받아도 매달 70만원씩 들어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뇌세포가 다 회색이 될 때까지, 몸의 세포가 다 멎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다. 예견된 비극으로 향하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없을까?"
- <살아 숨 쉬는 마을 만들기, 미나미의료생협에서 배우는 협동과 돌봄> 서평 중에서

누구나 나이가 든다. 나이가 들면 이런저런 질병을 앓기 마련이고 도움의 손길도 필요하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가족이 돌보면 좋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고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고 싶은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저 의료선진국을 부러워할 뿐이다.

지난 9일 한국커뮤니티케어보건의료협의회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시설·병원중심의 보건의료복지체계의 한계 극복과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발족했다. 의료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라이프인은 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만나 커뮤니티케어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중요한지 들어봤다.

- 커뮤니티케어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처음 수련을 했던 곳이 가정의학이었다. 수련을 끝내고 지역사회활동을 하면서 낙후지역에 개원했다. 그 지역에 사는 분들을 제대로 돌보고자 학교 선후배, 관심 있는 분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금의 사회적경제기금 같은 것을 마련했고 그 기금이 개원의 종잣돈이 됐다. 개별적으로 상처받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은 지역인데 어떻게 하면 이 마을 전체가 건강할 수 있을까... 그때가 90년대다. 그 연장선에서 협동조합도 생각하고 건강한 마을의 밑거름이 되는 여러 가지 활동도 시작했다. 지역공동체, 건강한 마을, 모두가 다 건강할 수 있는 지역을 고민한 게 30년이고, 이러한 것들이 정책적으로 만들어져 커뮤니티케어로 연결됐다.

94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지역에 계속 도움을 주기는 하는데 이분들 스스로가 마을의 주인이 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셨다. 뭔가 활동을 잘못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일본의 의료협동조합을 만났다. 지역주민들이 주인이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태까지 풀어가는 방식이 잘못 됐구나, 어렵다고 해서 도와줄 생각만 했지 이분들을 대상화했구나, 이분들이 주인으로 참여해서 스스로 마을문제를 풀어가게 바꿔놓는 게 핵심이구나...그래서 접근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의사나 지식인의 참여를 제한하고 이사의 2/3를 지역주민이 참여하도록 구성했다. 처음 마련한 기금은 마을에 기부하고 지역주민들이 출자했다. 당시엔 처음 시도하는 획기적 방식이었다.

- 의료사협(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공동체에서 주민건강을 위해 예방활동부터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커뮤니티케어를 의료사협의 확장판이라고 보면 될까?

의료사협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커뮤니티케어는 의료와 복지가 서로 연계되는 서비스다. 커뮤니티케어도 의료사협처럼 지역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커뮤니티케어는 의료, 요양, 돌봄, 주택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다. 그중 주택서비스가 커뮤니티케어의 중요한 기반이다. 왜냐하면 주택서비스가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 자체가 핵가족화되고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가 분리되는 형태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자식 공부시키는 게 노후대책이라 생각하고 살아오신 분들이다. 자녀들 공부시키느라 노후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이 많다. 자녀가 모시는 경우라도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까 경미한 치매증상이 있거나 질환이 있어도 제대로 돌봐줄 수가 없고 모실 데가 없다. 요양병원에 맡긴다고 해도 서비스의 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되기가 어렵다. 자녀와 인근에 있으면서 그룹홈이나 어르신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재가요양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주택서비스가 제일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인지증(치매)에 걸린 노인도 행복한 마을'이 커뮤니티케어의 모토다. 나이가 들어서 경미한 정도의 치매를 보이는 경우 가족이나 마을을 떠나 시설에 격리돼 있으면 더 악화된다. 옆에 붙어서 이야기하고 잘 챙겨주고 잘 먹고 인지훈련을 하면 더 나빠지지 않고 조금씩 유지된다. 부모님을 집에서 직접 모시기 어려운 경우, 마을에 이런 인프라가 여러 곳 있으면 자식도 편안하고 어르신들도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을 것이다.

- 예전에 일본 미나미의료생협에 대한 책을 봤는데, 당시 그 사례를 보고 너무너무 부러웠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가능하다. 지자체가 땅을 제공하고 미나미의료생협이 지역의 공동참여를 조직해 노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만들었다. 그렇게 가야 한다. 스웨덴이나 벨기에를 보면 지역주민이 참여해서 보건소를 운영한다. 거버넌스 구조 자체를 주민들이 운영한다. 지역주민이 지역문제를 가장 잘 아니까 지역주민들이 '우리,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자' 하면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지역주민이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의료선진국에서는 의료사협과 같은 모델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커뮤니티케어 종합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민간 쪽에서의 참여 인프라다. 건강한 공동체의 참여가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크다. 자활의 재가서비스, 의료사협의 의료서비스, 주택협동조합의 주택서비스, 장례협동조합의 마을장례서비스가 결합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면 질은 높고 가격은 저렴한 커뮤니티케어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이 참여하고 공동체로서 뒷받침하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어떤 참여가 가장 중요한가?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작은 생활공동체가 우리 지역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해야 한다. 집값 하락한다고 못 하게 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한다. 시민의식을 깨우고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여러 자원이 결합되도록 민간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게 커뮤니티케어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앞으로 7년 정도가 중요한 시기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기, 즉 65세 인구가 20%를 돌파하는 시기가 2025년이다. 그때까지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이 엄청나게 가중될 것이다. 재앙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7년 안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적 투자도 일어나야 하고 일자리도 창출돼야 한다. 전체 고용 중 보건사회서비스분야 종사자 비율을 보면 OECD 평균이 10.1%다. 한국은 6.8%로 낮은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20.4%다. 우리보다 3배 이상이 보건사회서비스분야에 고용되고 있다. 5명 중 1명이 보건사회서비스에 종사한다는 의미다. 우리도 이 정도가 될 수 있도록 이 분야에 돈을 쓰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 국민소득만 4만 불을 넘는 게 아니라 어르신들, 장애인들이 제대로 돌봄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 의료서비스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빨리 재편되기를 바란다.

- 전문인력 육성도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케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 중 지역주민의 참여, 공동체가 근간이 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복지 쪽에서는 사회복지사, 보건의료 쪽에서는 방문간호사,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1차 의사가 핵심이다. 주치의 역할을 하는 1차 의사와 방문간호사는 의료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데 꼭 필요한 인력인데 제대로 잘 배치가 안 되고 있다. 간호사의 경우 임상간호사만 키우지 지역간호사는 키우지 않는다. 지역간호사는 임상간호사와 역할도 다르고 전문성도 다르다. 지역간호사를 더 많이 배출해서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보건소나 동사무소에서 뽑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직으로 뽑기에 일자리 자체가 불안정하다.

의원 단위도 의료선진국은 팀으로 활동한다. 간호사, 영양사, 주치의 역할을 하는 1차 의사, 작업치료사 등이 팀을 이뤄서 방문하고 왕진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동네의원에 가면 의사 1인으로 돼 있고 다른 서비스에 대해 제공하는 게 없다. 병원 가면 그냥 진단받고 약처방 받고 물리치료 받고...이게 끝이다. 다른 나라는 전문인력들이 결합해서 직접 찾아와 체크하고 예방을 위한 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해주고 돌봄에 대해서도 지역의 여러 자원과 알아서 연결해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족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온갖 고생을 다 하지만 그분들은 지역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 과정에서 가족끼리 갈등이 심해지고 누구 책임이라고 하면서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잖나. 선진국은 간호사나 주치의 역할을 하는 1차 의사가 지역에 필요한 자원들을 파악해서 부족한 인프라는 정부 쪽에 요청해 지원을 받는다. 1차 의료진이 전반적으로 다 파악하고 있으니까, 의료 쪽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회복지쪽에 어떤 제도와 연결할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이러한 과정이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다.

지금은 전문인력 배출에 대한 계획이 없기에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하고 있다. 전문인력 육성에 대한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세워야 한다. 실제로 지역간호사, 주치의역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배출하는 데 10년은 걸린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이후 사람들이 ‘정말 살만하다’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여러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하고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인력 육성,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 지역공동체에서 시민들의 참여, 이게 다 같이 이뤄져야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 의료진의 인식도 상당히 많이 바꿔야 할 것 같다.

맞다. 전문인력의 역할변화가 큰 부분이기에 의과대학의 역할이 크다. 사회변화에 있어서 의사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다른 직종과의 협력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지역주민과 소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의과대에서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이제는 의료서비스도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역에 어떤 것들이 필요하니까 같이하자, 이렇게 서로 간에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가정의학이나 내과가 전체적으로 다 볼 수 있는 의사들인데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면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의 건강상태를 전반적으로 잘 파악해서 나에게 딱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주치의다.

외국은 의사의 반 정도가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사로 지역사회에 포진해있다. 그리고 특별하게 수술을 하거나 전문기능을 가진 의사들은 2차, 3차병원에 배치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사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전문의가 너무 많이 배출되다보니 사회적 수요와 맞지 않고 왜곡된 현상들이 나타난다. 커뮤니티케어는 1차 의료가 주치의 중심으로 재편되는 사회적 변화다.

현대사회는 산업화, 도시화로 건강 위험인자가 매우 많아지고 있다. 메르스라는 것도 역사적으로 그렇게 노출된 적이 없었고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살균제를 사용한 경험도 없었다. 기업에서 신제품이라고 홍보하니까 위생적으로 관리하려다 이런 사달이 난 게 아닌가. 이런 새로운 리스크가 계속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1차 의료진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잘 받아서 이것은 이렇게 하면 좋겠고, 먹는 건 어떻게 가려 먹고, 운동은 어떻게 하고,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고...이렇게 잘 정리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리스크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이런 예방 활동과 만성질환 치료가 우선이고.  수술·입원 등 특별한 치료가 필요할 때 전문의에 연결해 주는 것이 주치의의 역할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치의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게 커뮤니티케어 구성의 핵심 인프라다.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건강보험의 큰 틀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집에서 요양서비스를 받을 때 요양사만 지원되고 간호사나 의사의 왕진서비스는 지원이 안 된다. 재가서비스를 받을 때 간호사나 의사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커뮤니티케어에서 사회적경제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의료복지서비스의 질과 돌봄노동자의 노동여건은 좋아지고, 사회전체적으로는 의료비가 감소된다. 그래서 커뮤니티케어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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