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과 노동조합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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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과 노동조합에 대한 단상
신창섭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
  • 2018.08.23 12:24
  • by 신창섭

생협에 노조가 있으면 안되는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생협에는 파업이나 노동쟁의가 있으면 안되는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생협에서 파업이나 쟁의가 일어난다고 생협이 사회적으로 욕먹을 이유는 없다.

구례자연드림파크에는 노조가 있고, 노조는 지금 한창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그리하여 SNS에서는 아이쿱을 두고 말잔치가 벌어졌다. 뭐, 이게 문제는 아니다. 노동자 개인이나 노조는 사용자에 비하면 사회적 약자이니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는데 여론의 힘을 빌리고 싶어할 수 있으니까. 

아이쿱은 이런 논쟁을 두려워하진 않는다. 어차피 97년 이후 20년 동안 유기농이던, 농업이던, 생협 분야이던 아이쿱은 언제나 논쟁을 몰고 다녔고 비주류였었다. 이제 사회적 경제와 노동의 문제라는 새로운 논쟁의 영역으로 들어섰을 뿐이다. 

생협이 노동 3권을 억압해도 되는가? 이건 안된다. 그럼 아이쿱이 구례노조의 노동 3권을 억압했는가? 노조간부들의 말로는 그렇다고 한다. 자신들이 노조를 만들자 징계를 했고 조그만 비위사실을 부풀려 문제삼았다고 한다. 사용자 측은 그 반대라고 한다. 업무에 문제가 있고 업무지시 불이행 등으로 인사조치를 하고, 비위 혐의가 있어 징계절차에 돌입하자 노조를 만들어 징계를 노조탄압이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 3권을 억압했다면 사용자 측이 법적 제재를 받을텐데, 아직 안받고 있긴 하다. 그래도 법은 사용자 편이니 좀 더 두고보긴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사실 관계를 확인 해보면 되는 일이다. 여론전이 뜨거워진다고 사실 관계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럼 인사조치나 징계를 그대로 받으면 어떻게 되는가? 업무평가에 의한 징계라면 어쩔수 없지만, 노조원이라는 사유로 징계를 받으면 문제가 된다. 이러면 여론전 할것도 없이 지노위에서 부당징계 판정이 나온다. 그런데 업무평가에 의한 징계였다면? 그냥 계속 노조 활동 하면 된다. 

징계 문제가 위법의 문제가 아닌 갑질 등 인간적 처우의 문제일 수도 있다. 생협이 어떻게 그럴수 있냐 식의 말이 나오는 경우이다. 사실 아이쿱이 노동 조건이 안 좋은 직장일 수 있다. 노동 조건 관련해서는 아이쿱 말고도 대부분의 협동조합, 사회적경제기업, 중소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내부의 업무분장도 잘 정리되어 있지 않고, 인사평가나 그런것도 공정하지 않을 수 있고, 의사소통도 그다지 민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가 활동할 수 있다. 아이쿱은 이러한 노조 활동을 막을까?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막을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아이쿱 임원, 활동가, 직원 중에는 노조가 그런 활동을 잘 할까?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노동계에서도 아이쿱 같은 생협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조직도 어차피 똑같은 친자본주의적 단체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집에 같이 살게 되면 초반에는 경계심이 생기는 법이다. 

한편 아이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누구일까? 욕심 많은 재벌 2-3세 정도 되는 사람들일까? 그냥 평범한 소비자이거나 농민이거나, 출자를 한 직원들이다. 그런데 이 사용자들한테도 좀 큰 돈을 출자하라고 해서 말도 많이 듣는다. 직원들에게도 주인이 되려면 목돈을 출자하라고 한다. 왜 그럴까? 돈이 없어서? 아이쿱은 경영이나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도 대안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 큰 돈을 내고 출자한 사람들의 미래는 아이쿱에서 보장해 주는가? 그건 사업이 진행되봐야 안다. 사업이 안되면 출자금은 줄어드는게 상식이니까. 전통적인 임노동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과도한 요청이다. 임노동의 입장에서는 노동자는 혹은 노조는 당연히 경영에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구례 노조도 경영진과 그에 편먹은 간부직원들은 물러나라는 요구는 하고 있다. 임노동의 입장에서 일할 권리란 어떻게 보면 누구 밑에서 착취당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일 뿐이다.

그러면 경제적 참여, 대안과 책임을 요구하는 협동조합과 참여의 권리를 주장하는 임노동은 접점이 없을까? 당연히 접점은 있다. 세계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 협동적 노동자 소유의 다양한 형태가 발전해오지 않았나. 아이쿱은 노조를 억압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쿱을 협동적 노동자 소유, 소비자조합원 소유, 생산자 소유의 다양한 소유 형태의 협동조합들이 더불어 사는 마을로 만들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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