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원 복직, 삼성백혈병 타결,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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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 복직, 삼성백혈병 타결, 이제 시작이다.
[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칼럼] 안종주(생명안전시민넷 집행위원, 전 <한겨레> 보건복지전문기자)
  • 2018.08.01 13:35
  • by 라이프인

복직과 타결에 앞서 이미 강산이 변했다. 10년 넘게 피눈물 나는 투쟁을 해오던 케이티엑스(KTX) 해고 승무원의 복직과 삼성백혈병 피해자 문제 해결이 거의 동시에 타결됐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언제 해결될지 몰라 마음 졸이며 캄캄한 터널 속에서 헤매야 했던 두 사안이 산재·직업병 희생자 추모의 달인 7월에 마침내 해결의 물꼬를 텄다.

케이티엑스는 2006년 5월 180여명이 해고된 이후 12년만이다. 삼성백혈병은 2007년 황유미가 숨진 후 11년만이다. 이 정도의 세월이면 지칠 대로 지쳐 자포자기할만 한 데도 온갖 회유와 압력, 그리고 불법적 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롯이 정신으로 버텨온 끝에 이룬 쾌거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남아 있는, 양심과 정의를 우선하는 여러 세력들의 도움과 동행이 큰 몫을 했다. 이들 또한 승리자로 기록될 것이다.

이 두 사안은 우리 노동계에서 오랫동안 보여준 불법과 부정의의 대표적인 민낯이었다. 하나는 불법해고이고 또 하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산재·직업병의 문제였다. 이 두 사건 모두 썩어빠진 전통임에도 단절의 사슬을 끊지 못하고 오늘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불법해고와 산재·직업병은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최악의 암 덩어리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케이티엑스 여승무원’ 사건과 삼성백혈병 참사 모두 노무현정부에서 벌어졌다. 이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다. 케이티엑스의 경우 1심과 2심에서 해고 무효 승소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하는, 이해하지 못할 희한한 일이 벌어져 그 고통이 해고자와 그 가족의 온몸 세포 속 디엔에이까지 전달된 사건이다. 최근 드러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이 케이티엑스도 연관된 것으로 추정돼 앞으로 의혹을 한 점 남김없이 철저하게 파헤쳐 고통을 갑절로 준 자들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걸맞은 책임추궁을 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이처럼 불법해고를 저지를 정도였고 역대 정부가 그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아왔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정의가 심연에서 잠자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공공기관에서 이럴진대 민간기업과 중소기업에서는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법해고가 이루어졌을 것이란 점은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기타제조업체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삼성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의 복직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에게 케이티엑스 승무원 복직 타결이 결코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이들은 동병상련해왔다. 이 해가 가기 전에 함께 앓아왔던 불법해고의 병이 치유되기를 빈다.

우리가 간절히 기도한다고 해서 이들 문제가 쉬이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열거한 사례, 그리고 지면 사정으로 일일이 다 들먹이지 못한 많은 노동 현장 사례들은 풀기가 쉽지 않은 고차 방정식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해법이 어려운 방정식이라도 열정을 바쳐 도전한다면 결코 못 풀 방정식은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모든 방정식은 사람의 힘으로 풀 수 있다. 가장 난해했던 두 방정식을 문재인 정부 들어 푼만큼 나머지 방정식도 문재인 정부에서 풀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7월25일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에서 삼성직업볍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가 연대자를 부둥켜안으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있다. 반올림은 강남역 8번 출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1023일 동안 천막농성을 했다.

삼성백혈병 타결은 케이티엑스 승무원 문제와는 같은 듯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사안이라는 점과 많은 노동자들이 관련된 점 등은 같은 결이지만 삼성백혈병은 이미 80명이 넘는 희생자와 그밖에 많은 피해 노동자들을 양산한 점에서 다른 결도 지니고 있다.

삼성백혈병 직업병 참사는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명성에 먹칠을 한 것도 모자라 그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회사의 비열한 수법으로 말미암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손가락질을 받았다. ‘경영에서 일류를 지향한다.’는 모토로 유명한 삼성은 적어도 직업병과 관련해서는 이류는커녕 삼류로 전락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 앞에서 돈으로 사건을 얼버무리려 했다.

그래도 다행히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비롯해 몇몇 희생자·피해자 가족들은 돈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불굴의 용기를 보여주었다. 반올림으로 상징되는 양심적 노동·인권·시민단체의 노력도 컸다. 이 모든 것이 없었더라면 삼성의 사실상 승리로 끝날 뻔했다. 삼성백혈병 참사는 비양심이 양심을, 부정의가 정의를, 반인권이 인권을, 반생명이 생명을 이길 뻔했던 일대사건이다.

그것이 사실상 삼성의 패배로 끝나게 된 것은 가까이는 문재인 정부, 조금 더 멀리는 촛불혁명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두 번 다시 이와 유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이 참사를 백서로 제작·발간해야 한다. 이로써 지난 10여 년간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기록해 오늘의 우리와 내일의 미래세대에게 남겨야 한다.

이와 함께 삼성백혈병 추모 공익재단을 반드시 만들어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피해자와 그 가족 지원, 그리고 직업병 예방과 연구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 이것만이 안타깝고 애꿎은 죽임을 당한 삼성백혈병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이것이 고인이 되신 삼성백혈병 희생자들의 바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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