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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안전할 권리, 여기서 멈추지 않기[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 칼럼] 오지원 (변호사, 전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과장)


생명안전기본법은 왜 만들어져야 하는가 - 법안 소개

지난 3월 20일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 제37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안전권을 신설했다. 그리고 제2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이러한 규정은 현행 헌법 제34조 제6항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비교해 보면, 국민의 안전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국가의 보호의무 대상을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과거 적지 않은 대형재난을 겪었음에도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각종 화재참사 등을 겪으며 국민들의 높아진 경각심을 반영하고 안전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국가의 구체적인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전원 불참 등 의결정족수 부족을 이유로 투표 불성립으로 처리되어 사실상 폐기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우리가 여기서 멈춘다면, 세월호 참사 당시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구조실패, 경찰 등이 피해자들을 감시하면서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서 발생했던 참혹한 무질서, 은폐와 조작 등을 우리는 또 다시 다른 참사에서 목격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보들을 적절히 제공받지도 못한 채 독성화학물질로 가족이나 건강을 잃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메탄올 실명사건을 다시 겪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양한 행동과 노력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생명안전 시민넷에서 준비해 온 생명안전기본법안에도 부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 법안은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강제해산 이후 그 조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여러 변호사들과 활동가들이 세월호 참사의 대응 과정에서 발생했던 많은 문제점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하면서 준비해 온 법안이다. 입법전문가들이 만든 법안은 아니어서 아직 미진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나 “재해구호법” 등 현행법이 간과했던 피해자들의 인권을 구체화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국가의 보호 의무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법안의 다섯 가지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이 법안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의 재난보다 더 넓은 의미의 '중대안전사고'라는 개념을 설정하였다. 재난보다 범위를 넓혀 중대한 안전사고의 경우에도 국가가 그 예방, 대응, 복구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등 책무를 다하도록 하고, 그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기 위하여 중대안전사고라는 개념을 둔 것으로, 국무총리실 소속의 위원회에서 중대안전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 의결하도록 하였다.   

둘째, 현행 재해구호법상 '이재민'의 개념규정만 존재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다양한 재난과 중대안전사고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피해자'의 개념과 범위를 명시하였다. 피해자의 범위에 희생자의 유가족과 생존자, 재해구호법상의 이재민뿐만 아니라 “재난 및 중대안전사고의 구조·수습·지원 활동으로 사망하거나 신체적·정신적 질병과 부상을 입은 사람”과 “재난 및 중대안전사고의 목격자로서 중대한 정신적 질병을 입은 사람”을 포함시킴으로써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를 대신하여 구조에 참여하고도 필요한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지 못해 현재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 힘든 상황에 있는 민간 잠수사들과 진도 어민 등의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였다.

셋째, 국민의 안전할 권리와 피해자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구체화하였다. 즉 “모든 사람은 성별·종교·국적·인종·세대·지역·사회적 신분·경제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일상생활과 노동 현장에서 사고와 재난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생명·신체·재산을 보호받으면서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을 두어 비록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이 법안에 위 규정을 둠으로써 국민의 안전 문제가 국가의 선언적인 의무 수준이 아닌 국민 개개인의 권리라는 점을 명시하였다. 그리고 재난 및 중대안전사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명시하였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발생했던 구조실패와 상황은폐 등의 문제들을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되기에“적정한 구조를 받을 권리”, “재난 및 중대안전사고의 발생경위, 구조 및 수습과정 등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신속하고 적정한 사고수습을 요구할 권리”등을 구체화하였다.

넷째, 재난 유형별로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갑작스러운 가족상실 등의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내용을 다양하게 규정하고 재난 특성에 따라 국가가 필요한 지원을 의무적으로 또는 재량껏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에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재난 상황에서 정부는,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요구나 필요한 지원 요구 등 당연한 요구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피해자들의 심리와 정서를 외면한 채 피해자들을 분리, 이간질시키고 신속하게 배보상만을 실시하려 함으로써 재난 피해자들의 분노와 고통을 가중시켜 왔다. 이러한 점에 대한 반성적인 고려에서, 이 법안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입법례를 반영하여 국가의 적절한 지원을 통해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지원의 원칙, 내용, 피해지원상담원의 양성 의무 등을 규정하였다. 더불어 기억과 추모를 통해 재난피해자들과 공동체의 회복을 꾀할 수 있도록 국가가 관련 시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하였다.

다섯째, 그간 국민들의 안전 관련 계획이나 정보들이 정작 당사자인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관리되지 않아 안전문제를 가중시켜 왔다는 점을 고려, “누구든지 국가 또는 기업에 대하여 재난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는 한편, 정부와 지자체로 하여금, 관계 법령에 따라 각종 재난안전 계획·지침 등을 작성할 때 각 계획안 등을 사전에 공개하고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피해자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 한편 기존에 각종 법령, 정책 등이 만들어질 때 규제강화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심사를 하면서도 정작 안전에 대한 영향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여 '안전영향평가제도'를 마련하였다. 

법안을 준비한 사람들은 참 많이 노력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국회에서 법안 발의나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 관행에 맞지 않는다는 등 여러 반박들이 제기될 것이 눈에 그려진다. 그러나 반드시 이것만은 기억해 주었으며 좋겠다. 기존의 법체계나 관행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어서 빨리 되는 것이다. 법안을 놓고 논의하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자구나 체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오히려 그러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법안의 목표와 취지만은 존중되었으면 한다. 국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체화함으로써 재난과 사고로 인한 고통은 저감시키고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일, 그것만은 더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지원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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