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청년들과 함께 차리는 특별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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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청년들과 함께 차리는 특별한 밥상
아프리카 음식 소셜 레스토랑 '키자미테이블' 창업기(키자미테이블 부대표 엄소희)
  • 2018.08.02 10:57
  • by 엄소희
청년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부여받은 세대이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의 희망이다. 미래의 주인이자 사회의 원동력인 청년. 미래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그 청년들이 꿈을 꾸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라이프인이 미래를 고민하고 개척하는 청년과 청년을 위한 이야기를 담아본다. [편집자 주]

여행지에서 '살아보기'가 최근 여행의 트랜드다. 짧은 방문으로 휘 둘러보면 낯선 것들만 들어오지만, 조금 기간을 두고 살아보면 익숙한 것들을 찾아내게 된다. 끼니를 해결하고, 물자를 나누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가장 단순한 생활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맞춰 가다 보면 '사회'의 구성 원리를 새삼 깨닫게 된달까.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다 비슷하다.

마을을 만나다
아프리카는 한국 사람들에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가장 먼 대륙이다. 아시아 대륙 다음으로 큰 대륙이고 50개가 넘는 나라가 있지만 ‘아프리카’라는 대륙 이름이 국가 이름인 양 싸잡아 일컬어지기 일쑤다. 그들의 다양한 모습들도 몇 가지 이미지 안에 갇혀 있다. 빈곤, 기아, 야생, 원조 등. 우리가 떠올리는 이런 이미지가 곧 우리가 아프리카를 대하는 방식이다.

아프리카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2012년이었다. 케냐에서 1년 간의 교육분야 봉사활동이었는데,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이 조금 익숙해지자 먼저 보이는 것은 공동체였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공동체가 나를 품어주어야, 비로소 발을 붙이고 살 수 있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공동체를, 마을을 만나는 것이다. '방문'이었을 때는 국가가 보이고 국가의 문화와 특이성에 집중하게 되지만 ‘살이’가 되면 공동체 단위 안에 속하면서 삶의 보편성에 더 기대게 된다. 케냐에서의 생활이 한두 달 넘어 가면서부터는 ‘나와 다르다’보다 '나와 비슷하다'가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년을 만나다
타지에서의 생활이 결국 '마을' 단위의 옮김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부터 몸이 가벼워졌다. 어디든 못 갈 곳이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다. 그렇게 서아프리카의 카메룬에 있는 마을로 옮겨 2년을 더 지냈다. 첫해보다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수월했다. 자연스럽게 또래 청년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었고,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마을 단위 활동을 기획해서 진행하곤 했다. 카메룬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학생들과는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룹을 결성하여 활동을 했는데, 똑똑하고 창의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이었다.

시간이 지나 이들 중 절반 정도가 졸업을 했는데, 졸업 이후 이 학생들이 무급에 가까운 인턴십이나 전화카드 판매 등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청년 실업 문제를 이야기한지 오래 되었고, 나 역시 그 세대인데 카메룬의 청년실업은 한국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떠올려보니 그 전에 있던 케냐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식민지 역사로 인해 내수 산업이 미비하고, 크지도 않은 내수시장은 외국 자본에 잠식되어 현지 청년들에게 자리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일자리의 양도 질도 떨어지는 상황 속에 청년들은 저렴한 임금을 받으며 연명하거나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다. 이런 현실에서 ‘미래’나 ‘발전’을 이야기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키자미테이블, 사회적밥상을 차리다
키자미테이블은 아프리카의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비즈니스다. 아프리카 현지 청년들에게 가장 친숙한 그들의 먹거리, 아프리카 현지식을 기반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훈련 및 고용, 창업 지원을 하려 한다. 첫 매장은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르완다에서 8월 중에 개점 예정이다. 많은 정부/비정부단체들이 개발도상국 각지에서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그 다음 단계들을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가서 아프리카 현지식 식당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많은 질문들을 받게 된다. '왜 아프리카까지 가야하냐', '한식을 하지 왜 현지식이냐' 등. 앞서 구구절절 마을을 만나고 청년을 만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다. 내 발이 닿은 마을이었고, 내가 만난 동료들이 이 곳에 있었던 거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다. 청년들이 미래를 도모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조금 떨어진 마을 청년들의 작은 도전, 부디 멀게만 느끼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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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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