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도시재생, 기억과 자부심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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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도시재생, 기억과 자부심을 담다
제1차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 '전주'에서 나눈 세 가지 도시재생 이야기
  • 2018.07.26 16:30
  • by 공정경 기자

제1차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이 지난 18일 전주에서 열렸다. 지난해 12월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부, 서울시 성북구, 국토연구원 등이 협력적 소통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를 시작으로 올 2월20일 도시재생협치포럼 발기인 대회를 거쳐 3월14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전체 발기인은 74인으로 8개 중앙부처, 45개 지자체, 3개 공기업, 3개 연구기관, 8개 중간지원조직, 4개 NGO가 참여하고 있다.

도시재생협치포럼은 현장밀착형 사업을 발굴하고 협치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중앙, 지자체, 민간, 학계를 포괄하고 있다.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은 현장밀착형 우수사례와 공동의 아젠다 발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 지역을 순회하며 열릴 예정이다.

전주시는 다양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문화 중심의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취약주거지역을 개선하는 팔복새뜰마을사업, 승암새뜰마을사업, 첫마중길 도시재생, 서노송 예술촌, 성매매집결지를 여성-인권-문화의 메카로 기능전환 하는 리빙랩 프로젝트, 서학동 예술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원도심 지역 중 근현대 건축물·생활유산 등이 집중된 지역을 대상으로 전면철거식 재개발이 아닌 새로운 주거 재생모델을 제시하는 전주미래유산 마을재생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 18일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제1회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중앙정부, 지자체, 중간지원조직, 연구기관, NGO,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 전주 팔복예술공장

50년 전 팔복산단이 생기면서 환경이 나빠지고 공동체가 와해된 지역, 317일 동안 노동쟁의를 하고 학생운동이 일어났던 장소, 그때 만들었던 잡지 이름은 햇살, 4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했지만 25년 동안 문을 닫은 카세트 공장(쏘렉스), 그러면서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장소... 그곳에서 제1차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이 열렸다.

섬처럼 존재하는 이 공장에 어떻게 사람들을 오게 할까? ‘전주’ 하면 전통문화의 도시인데 어떻게 산업과 전통문화와 예술을 연결시킬까?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6개월 동안 팔복산단에 있던 모든 사건, 기록,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400여 명의 노동자를 다 만나지는 못했지만 많은 노동자를 만나서 이곳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살려내기 시작했고 그 기억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을 한 이유는 개인의 기억은 추억이지만 공유하면 콘텐츠가 되고 재생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천 명의 주민을 매주 15명씩 2년 동안 만났다. 한번 만나면 3~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공간을 만들까? 어디를 보존하고 어디를 활용할까? 어떻게 운영할까? 굉장히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놀랍게도 이 작업을 통해서 사람들 마음속에 쏘렉스 공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재생되기 시작했다.

18명의 예술가와 작업을 했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청소만 하고 작품을 설치해 전시했는데 전주시민 5천 명이 다녀갔다. 팔복예술공장이 개관했다는 말이 돌았다. 물리적 작업을 하지 않았지만 기억을 통해서 마음을 통해서 예술의 힘을 통해서 이미 재생됐다. 팔복예술공장의 모든 작품은 전부 이 공장에서 나온 문짝, 철근, 콘크리트, 비품을 업사이클링 해서 만든 작품이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정원을 만들고 주민 10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 3월에 개관한 팔복예술공장은 창작공간이자 예술교육의 공간이다. 팔복예술공장은 현재 운영 중인 A동과 리모델링 준비 중인 B동으로 나뉘어 있다. A동은 카페, 예술가 창작 공간, 전시실, 교육실로 활용하고 있고, B동 리모델링이 끝나면 A동 100여 평의 교육실을 옮겨 B동 전체를 예술교육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보통 예술인 레지던시 공간은 창작공간으로만 활용되지만 교육의 기능이 있어야 지역 속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두 번의 기획전을 했고 현재는 대관전시를 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도시재생 협치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 김승수 전주시장 단박 인터뷰

-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

3년 전 구도심에서 작은 포럼이 있었다. 그때 26살 00 초등학교 선생님이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4~5년 전에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더니 전학 가는 거, 이사 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2~3년 전에 또 물었다. 꿈이 뭐냐고,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아이들은 전학 가는 거, 이사 가는 게 꿈이라고 또 말했다. 아이들은 이 마을에 사는 게 너무 창피해서 이 마을을 떠나 아파트가 있는 좋은 마을로 이사 가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이었다. 선생님들이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이 마을을 좋아하게 될까...아! 이곳이 후백제의 발상지였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후백제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세미나도 하고 부모님도 참석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들이 이 마을을 정말 좋아하게 되고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이 부탁하셨다. 우리 아이들을 시장실에 초대해서 칭찬해달라고. 그래서 30명 정도의 아이들을 초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후백제에 대해 나보다 훨씬 많이 알더라.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아이들에게 그 마을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한 아이가 자기가 그린 견훤 그림을 선물로 줬다. 그래서 나중에 꼭 견훤 동상을 세워주겠다고 약속했다.

4년 전에 팔복동 주민들을 만났다. 팔복동은 87%가 공단이다. 주민들이 살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다. 그때 주민들이 울면서 얘기했다. 팔복동을 어떻게 하실 거냐고... 그래서 팔복동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자는 게 아니다. 주민들의 자부심이 되는 공간을 만들자, 가 시작이다. 이제는 팔복주민들이 여기 사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예술교육을 하고 주민들이 팔복예술공장 카페에서 일하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도시재생이라는 것은 마을을 예쁘고 깔끔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가 중대한 문제다. 우리 도시가, 우리 마을이 어떤 기억을 가져왔고 어떤 자부심을 가져왔고, 이것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바꿀 것인지, 이게 핵심이다.

- 전주를 어떤 도시로 만들고 싶은가?

전주시민이 어디를 가든 ‘저 전주사람입니다, 저 전주에서 왔어요’ 이 한마디가 가장 자부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자, 이게 방향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보이지 않는 기록, 흔적, 역사를 집대성해서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건축. 그래서 구도심에 집중한 거다. 세 번째는 생물의 다양성이다. 전주천에 반딧불도 오게 하고 동물원도 생태동물원으로 바꾸고, 죽어있는 작은 하천을 살아나게 만들고 동물친화, 동물복지가 잘 실현되는 도시이다.

- 도시재생사업, 사회적경제,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공동체 회복이다. 공동체는 그냥 회복되기가 힘들다. 무언가 툴이 필요하다. 그래서 온두레공동체 사업을 하고 있다. 일종의 마을소모임, 청년모임, 주민모임으로 합창단, 공연모임, 사회적경제를 배우는 모임, 마을미디어 등 다양한 성격의 공동체다. 일 년에 60개씩 키워나가고 있는데, 이 모임을 키워서 협동조합까지 만드는 게 목적이다. 협동조합으로 사업까지 할 수 있도록 커나가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공동체를 키우는 것이고, 전주는 온두레공동체라는 시스템으로 점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다울마당이라는 민관거버넌스가 있다. 다울마당은 ‘다함께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는 마당’이라는 우리말 조어이다. 시정 주요현안을 결정하고 중심시책을 입안할 때 그 시작 단계부터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제도이다. 현재 전통문화관광 다울마당, 생태동물원 다울마당, 차 없는 사람의 거리 다울마당이 있는데 500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전주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이고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자산은 문화다. 문화가 전주의 심장이고 토대인데, 이것을 놓치는 순간 쉽게 무너져버릴 수 있다. 전주의 문화적 자산은 외부로부터 먼저 인정을 받아 전주 시민들이 자부심을 찾아간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도시나 그렇겠지만 ‘비교’하는 것, 비교해서 스스로 만든 열패감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것, 이것을 깨는 게 어렵다. 산업화시대의 소외감, 경제적 소외감이 마치 우리 스스로가 못난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기까지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 또한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전주시민들은 뿌리 깊은 자부심, 자긍심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 때 어마어마한 세력의 반격이 있었다. 종합경기장 롯데선정 문제, 코스트코 문제, 첫마중길 도시재생 이슈 등으로 많은 공격을 받았지만, 먼 미래를 보며 도도하게 흐르는 민심은 따로 있었다.
 

신혜란 서울대학교 교수가 '과연 협치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도시재생 협치는 가능한가?...어차피 찝찝한 게 도시재생

신혜란 서울대학교 교수는 8년 동안 런던대학에서 교수로 도시재생을 연구하고 한국에서 도시재생을 연구하면서 이런 의문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과연 협치가 가능한가?’

중앙부처, 지자체, 중간지원조직, 공기업, NGO, 연구기관, 기업이 서로 악수하며 도시재생 협치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재생 협치의 큰 그림을 보면 악수를 하면서도 뒤에는 몽둥이를 들고 있다. 협력적 갈등관계다. 아슬아슬하게 협력과 갈등이 계속 반복되는 관계다. 갈등이 사라지지도 않고 화해하지도 않고 중간에 그치지도 않고 그 관계가 끝까지 간다. 각각의 이해관계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주도로 획일적으로 개발했던 방식과 달리 도시재생 영역은 파트너들이 계속 늘어난다. 그러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충돌과 협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늘어나는 파트너 관례로 영국도 ‘이 기업이 파트너인가요? 저 시민단체가 파트너인가요?’라고 물으면 잘 모른다고 말한다.

협치에서 권력관계를 볼 때 2차적 권력관계에 유의해야 한다. 현장의 주체들이 항상 이야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차적 권력은 아젠다 설정권이다. 보통 토론의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내가 주제를 정하는 게 아니다. 시민사회구성원이나 상대적으로 약한 주체들은 토론이 끝난 후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한다. ‘민주적으로 토론을 했는데 왜 끌려다니는 느낌이 들지? 내가 원하는 건 이것 자체가 아니야’

그렇다면 협치는 가능한가? 신 교수는 재밌게도 가능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협상이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느 정도 내부협상을 하면서 산다. 적응적 선호, 즉 제한된 가능성 속에서 상황을 정당화하여 선호를 바꾸는 심리가 있다. 적응적 선호의 사례를 보면 ‘빠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최대치를 요구하다가 실패한 과거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낮게 요구해보자, 그래도 우리 도시가 잘 돼야 하니까, 참여해서 얻는 게 많으니까, 우리 진영 지도자를 실패하게 할 수는 없어서’ 등이 있다.

적응적 선호(타협)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굴욕인가 협상의 기술인가? 광의의 합리성인가 허위의식인가? ‘너무 답답해하다가는 자신이 죽을 것 같으니 여기서 단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자’는 것이 광의의 합리성이다. 적응적 선호는 불가피한 필수요소다. 적응적 선호를 너무 드러내면 결과가 나오지 못하지만, 너무 억누르면 장기적으로 협치가 깨진다. 신 교수는 타협을 너무 굴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제한된 상황 속에서 얼마만큼 최대한 얻어갈까를 생각하라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회의나 토론이 끝나고 나서 개운한 사람이 없는 게 협치다. 그렇다고 우리 도시재생이 잘 안 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어차피 찝찝한 게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슬아슬한 협력관계지만 끈을 놓지 말고 끈질기게 가면 무언가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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