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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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것부터!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 클리프 프라이어 최고경영자(CEO) 인터뷰
  • 2018.07.23 11:40
  • by 공정경, 송소연 기자

영국의 임팩트 투자 도매기금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 Society Capital·BSC)'의 클리프 프라이어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았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휴면예금 7000억원과 민간은행 4곳의 투자금 3400억원 등을 합쳐 1조2000억원의 규모로 조성된 도매기금이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임팩트 투자 중개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올 2월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활성화 방안으로 도매기금인 '사회가치연대기금' 설립을 발표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을 모델로 한 사회가치연대기금은 올 연말까지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을 위해 사회적경제 당사자 조직,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금융 투자자들의 작업이 한창인 이 시점, BSC 대표의 방문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도매기금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한국에, 7년차 영국 도매기금의 대표는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National Advisory Board·NAB) 주관으로 열린 '사회적 가치와 금융'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와 문철우 교수(성균관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를 지난 14일 대구 사회적경제박람회장에서 만났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 클리프 프라이어 최고경영자(CEO)


- 한국을 방문해서 어떤 점을 느꼈나?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이하 클리프) : 도매기금에 대한 지지와 기대가 많음을 충분히 느꼈다. 어느 쪽에서 오느냐에 따라 요구사항이 다른 듯하다. 중요한 점은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기대가 너무나 커서 모든 조직이 참여하거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 영국을 보면 6년 동안 투자 받을 만한 조직 중 12%만 투자를 받았다. 원하더라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지원금과는 다르다. 수익을 내서 돌려줘야 한다는 관점으로 봤을 때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금융은 아니다.

10:90 현상...규모의 경제, 시장 개척할 플레이어는 누구인가?

지금까지 3조원 정도 투자했는데, 자금흐름의 분포를 보면 10:90 현상이 나타났다. 90%의 기업에 10%의 자금이, 10%의 기업에 90%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예를 들어 1000개의 기업이 있고 1000억원의 도매기금이 있다고 치자. 1000개의 기업 중 900개의 기업에 100억원이, 나머지 100개의 기업에 900억원이 들어갔다. 900개의 기업은 작은 규모다. 규모가 작으니 가져가는 금액도 적다. 월급을 줘야 하거나 임대료 인상이 있거나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경우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들이다. 영국의 경우 90%의 기업이 가져간 자금의 평균치를 보면 한 사회적기업당 1억원 정도 수준이다. 나머지 10%의 기업에 10억원 정도씩 투자됐다. 이 10%의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내고 시장을 개척한다.

문철우 교수(이하 문) : 한국의 도매기금 개념으로 보면 3000억원 중 90%의 작은 기업에 10%의 자금, 즉 300억원이 흘러 들어간다고 했을 때 나머지 2700억원을 어떻게 쓸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300억을 몇백 개의 기업에 대출·투자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2700억원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찾아낼 수가 있느냐가 이슈가 된다.

- 90%의 돈은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갔는가?

클리프 : 사회적 부동산, 커뮤니티 에너지, 사회적 목적이 강한 영리기업 영역이다. 노숙자, 노인, 장애인, 난민 등을 위한 사회적 주택사업에 투자를 많이 한다. 부동산은 건물로 보증을 받고 임대료가 나오니까 비즈니스 모델로는 쉬운 편이다. 낙후지역에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한 커뮤니티 하우스가 있다. 목표 수익률을 연 15~20%다. 노숙자를 위한 주택은 수익률을 5~6%로 잡았다. 난민을 위한 주택은 수익성이 가장 떨어지는 프로젝트로 수익률이 2~4%이다. 난민 프로젝트는 임팩트가 매우 크지만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다.

낙후지역 탄소배출 제로 커뮤니티 하우스의 목표 수익률은 15~20%다.


그래도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BSC만 투자하는 게 아니고 동반투자자가 있기에 가능하다. 난민을 위한 주택은 자선단체와 함께 투자하는데, 자선단체는 큰 수익을 바라지 않는다. 노숙자를 위한 주택의 동반투자자는 정부다. 정부는 중간 정도 수익을 요구한다. 낙후지역 탄소배출 제로 커뮤니티 하우스의 동반투자자는 영리금융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에 그만큼 이 사업을 통해서 높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커뮤니티 에너지는 주민주도 지역개발형 태양광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 난민 프로젝트의 경우 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사업인데 어떻게 2~4%라는 수익이 나올 수 있나?

도매기금은 시장을 만들고 키우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

클리프 : BSC 전체를 보고 이해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개념이다. 어떤 프로젝트는 수익이 큰 반면 사회적 임팩트가 약한 포트폴리오가 있고, 어떤 프로젝트는 사회적 임팩트는 높은데 수익률이 낮은 포트폴리오가 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BSC 안에 다 섞여 있다. 만약 하나의 사업만 한다면 2~4%를 못 맞출 수도 있지만 100개, 200개가 섞여 있기에 가능하다. BSC가 손해를 보더라도 동반투자자에게 2~4%를 맞춰줄 수 있는 이유는 다른 프로젝트의 수익으로 손해를 벌충하기 때문이다.

문 : 도매기금과 모태펀드는 다르다. 모태펀드의 경우 1000억원이 있으면 벤처캐피털에 개별적으로 100억원, 200억원을 줄 뿐 BSC처럼 포트폴리오를 그리지 않는다. 도매기금은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수익을 내고 손해를 벌충하면서 임팩트 있는 사업을 계속해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사회적금융시장은 단순히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작은 기업에 소액무담보대출을 해주는 시장이 따로 있고 사회적 부동산에 투자하는 시장이 따로 있고 소셜벤쳐 시장이 따로 있다. 각각 내용적 특징이 다르고 동반투자자가 다르다. 같은 시장으로 보면 안 된다. 여러 사회적금융시장이 모여 있는데 도매기금은 이 모든 시장을 다 포괄할지, 아니면 어떤 시장을 개발하고 어떤 사회적 임팩트를 우선순위로 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가 매주 월요일 회의 때 직원들과 보는 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다. BSC의 모든 자료는 공개돼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클리프 : 어제 토론을 봤더니 각 영역의 사람들이 그 영역의 관점에서만 도매기금에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더라. 원하는 게 서로 다르고, 서로가 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들을 다 묶어서 반영해야 하고 도매기금은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자기 것만 해달라고 하면 안 되고 한쪽 의견만 들어서도 안 된다.

- 조각들을 모아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문 : 수요를 모은 후 큰 그림을 그려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시하는 게 도매기금의 역할이다. 소셜하우징 쪽은 이렇게 키울 것이고 이쪽은 이렇게 키울 것이고, 각각의 우선순위는 이러이러하다, 라는 이 그림을 그려야 시장을 개발할 수 있다.

- BSC는 처음부터 그렇게 했나?

어떤 사회적 문제를 풀지부터 명확히 정해야...운영의 모든 것 투명하게 공개해야

클리프 : (웃음) 아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비싼 수험료를 내고 얻은 교훈이다. 올해 7년 차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부동산 쪽 투자가 굉장히 커졌다. 처음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 5년 정도 되니까 큰 규모로 터졌다. 우리가 무엇을 할지를 정할 때 대출을 하겠다, 투자하겠다,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등 금융적 개념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 사회적 문제 중 '어떤 사회적 문제를 풀겠다'고 명확히 정하는 것이 시작점이었다. 우리가 노력해서 풀 수 있는 세부영역을 찾아내고 세부영역에 문제가 되는 게 있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팩트 금융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 문제에 맞게끔 설계를 해야 한다.

2012년 도매기금 1조2000억원을 만든 후 처음에는 공모형식으로 했었다. ‘우리가 돈이 있으니까 제안을 해봐라’라고... 기다렸다... 아무도 안 왔다. 기금은 있는데 실제로 집행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기다리지 않고 사회적기업에 직접 찾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중개기관에 찾아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임팩트 금융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랬더니 투자할 데가 많더라. 그러면서 집행되는 투자액이 점점 올라갔다. 이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2012년에 시작한 BSC의 투자금 진행상황을 보면 초반부터 계속 정체돼 있다가 2014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적이냐, 사회적경제조직을 돕는 게 목적이냐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목적이면 투자대상이 사회적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 이 목표가 명확해야 의사결정에 혼란이 없다. 투자계획서를 쓸 때마다 ‘영리형 기업에 투자하는 게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낫냐? 비영리기업이 낫냐?’라는 혼란을 많이 경험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목적이라면 사회적 목적이 강한 영리기업이 나을 수 있고 그쪽에 투자하는 게 맞다. BSC 투자 대상을 보면 비영리와 사회적 기업이 75%이고 사회적 목적이 강한 영리기업이 16%, 정부나 지자체가 3% 정도 된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목적이면 투자대상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클리프 : 한국의 사회적금융생태계가 에너지가 아주 강하고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은 영역이 작고 수익이 적고 비영리적인 성격이 강하고 정부 지원이 크다고 생각한다. 도매기금은 정부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사회적기업도 도와야 하고, 새롭게 시장을 개척해서 질적으로 다른 변화를 만드는 기업에도 투자해야 한다. 두 가지를 다 해야 한다. 성수동에서 소셜벤처기업가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열정도 대단하고 사업모델도 굉장히 훌륭했다. 이런 기업은 지원형 금융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규모를 키울 수 있게 직접 투자해야 한다. 투자가 충분히 들어가 그쪽 시장을 키우는 것이 도매기금의 역할이다.

지원형 사회적금융과 공격적인 임팩트투자 양쪽을 다 포괄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 BSC가 1을 투자하면 동반투자자가 2.4를 투자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일반적인 사회적기업에는 잘 투자하지 않는다. 사회적 목적이 강한 영리기업 프로젝트에 투자를 많이 한다. 처음에 시장규모나 수요 등 고민도 많이 하고 스터디도 많이 했다. 그것을 기준으로 사업모델을 짰는데 기대했던 시장수요가 없었다. 그리고 수요는 몇 년이 지나면 또 변한다. 중요한 점은 너무 많은 규정을 만들어 스스로 옥죄는 일을 하지 말고,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게 융통성 있는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인터뷰 후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오른쪽)가 한국의 도매기금을 응원하며 문철우 교수(왼쪽)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운영을 아주 투명하게 해야 한다. 회의록부터 의사결정, 어디에 얼마를 투자했고 수익이 얼마가 나왔고...모든 사람이 세부적인 사항까지 볼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주위에서 규제해야 한다,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안 할 것이다. 도매기금의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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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 송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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