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배경이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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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배경이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
김태인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 2018.07.13 17:07
  • by 김태인

새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100대 국정과제 중 26번째로 거론하면서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주역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서비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시민경제모델로 정착시키고자 법·제도 및 추진체계를 마련해 정책지원을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중심, 지역주도의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사회적경제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체계를 개편한다는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사회적경제 정책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사회젹경제의 범주와 개념을 이해시키고,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기 위해 성공한 기업 사례를 알리는데 주력해왔다. 성공하는 사회적기업가는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어떤 사회적 임팩트를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려졌지만, 이런 사회적기업가의 자질을 알아보고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과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고, 정책을 기획하고 판을 깔았던, 소위 ‘배경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기꺼이 남을 빛내는 배경이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 그들은 바로 사회적경제의 중간지원조직이다. 사회적경제의 중간지원조직은 숲을 가꾸는 사람으로 비유하고 싶다. 씨앗도 뿌리고 물도 주고 성장단계에 따라 거름도 주지만 어떤 특용작물이 잘나간다고 해서 그것만 심을 수도 없고 (그러면 바나나 멸종사태처럼 되지 않을까) 전체 생태계의 조화 속에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열매를 맺게 가꾸는 역할이다. 식물이 물을 줘야 하는 시점이고 흙을 다져야 하는 시점에 식물에 좋다는 거름을 이것저것 과다하게 줄 경우 뿌리가 말라버려 고사할 수도 있다. 성장단계를 보살피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할 수 있는 노하우와 숲 전체도 고려하지만 식물 하나하나를 살피는 디테일함도 갖춰야 한다. 때에 따라선 병을 옮기는 해충이 나타났을 땐 전체로 퍼지기 전에 약도 쳐야하고, 웃자란다 싶을 땐 솎아내는 작업과 가지치기도 필요하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꽃도 있고 수익성이 좋은 특용작물도 있겠지만 이것의 진가를 알릴 수 있는 해설사도 있고 누군가 의도를 갖고 해코지 하는 걸 예방하기 위해 방재작업도 해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이 현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태도이지만 반드시 현장의 의견만 대변하는 역할은 아닌 것이다. 어떤 특용작물이 자기만이 가장 효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하더라도 다른 특용작물은 어떤 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젠가 현장 스스로가 조율할 수 있는 자치시스템이 가동이 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적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당사자조직의 중립성이 지켜지고 현장과 행정, 정책 간에 무중력지대의 역할에서 협치 구조를 마련한다면 당사자조직이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상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묵묵히 인정받지는 못하더라도 그 일을 해내야 하는 역할도 있는 법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도 중간지원조직에 일하는 종사자들이 갖는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인정시스템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에 비친 사람은 빛나지만 그 스포트라이트를 들고 기꺼이 뒤에서 배경이 된 사람의 노력은 그다지 사회적경제 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이 31개 시군 중 2018년 기준 18개이고, 지자체 직영이 11개, 민간위탁이 7개로 구성 된다. 직영의 경우 대부분이 임기제 공무원이고, 민간위탁은 2~3년 주기로 재위탁된다. 그로 인해 지역 사회의 사회적경제지원의 노하우와 전문성이 축적되지 못해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서비스가 질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성도 담보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6.13 지방선거 후 경기도 당선인의 공약에도 공유가치 확대로 사회적경제를 육성하겠다며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공유경제 활성화, 사회적경제 우선구매 목표제 확대, 시민·상호금융·기업·경기도·시군이 함께 사회적 기금 조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경기도 내 시군 단체장의 정책의지에 사회적경제 정책 우선순위 및 생태계의 기반이 좌우되는 현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난 10년간의 중앙정부차원에서 사회적경제 지원체계가 진일보하지 않았음에도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펼친 정책 실험과 활동들은 값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토착 세력과 블랙마켓의 영역으로 인식됐던 행정의 대행사업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여 노동자의 복지증진 뿐만 아니라 사업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역개발사업으로 세수확보가 많은 지역은 별도의 사회적경제 기금 재원을 확보했다. 사업예산이 많지 않은 곳들은 지원센터가 중심이 되어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과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지역활동가들의 역량을 키우고자 각 단체가 적게는 50~300만원을 출자하고 대학과의 협업으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를 운영 하였다. 각 중앙부처간의 흩어진 사업들을 기초중간지원조직을 통해 마을, 도시재생, 주거복지, 사회적경제, 창업보육의 융복합 지원모델로 실험하는 등의 지역 내 사회적경제가 시민경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치열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이 새정부와 민선 7기에서 탄력을 받으려면 사회적경제 지원조직을 위한 정책 개발과 중간지원조직의 기능을 지원(행위자)에서 활성화(활성자)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및 확장을 위해 시군단위 사회적경제 지원체계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중간지원조직을 핵심 파트너로 인정하여 정책 결정과 주요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해 이런 실험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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